흥미진진했다. ‘에이스’여도 속구가 뒷받침돼야 수월하게 풀어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SSG 김광현(34)이 흥미로운 투구를 했다.

김광현은 26일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롯데와 정규시즌 홈경기에 선발등판해 

6회까지 98개를 던져 4안타 2실점했다. 삼진 10개를 솎아냈지만 볼넷 4개를 내줬다. 

김광현이 한 경기에 볼넷 4개를 허용한 것은 KBO리그 복귀 후 처음이다.

눈길을 끈 대목은 투구수 98개 가운데 속구가 18개에 불과했다는 점이다. 

1회초 선두타자 조세진에게 속구 두 개를 잇달아 던진 뒤 슬라이더 위주로 볼배합을 바꿨다. 

가뭄에 콩나듯 속구를 던지니, 언제 ‘김광현표 강속구’가 날아들까 유심히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1회말 1사 1루에서 이대호에게 2구째 시속 146㎞짜리 속구를 던지다 우전안타를 내준 뒤 2회초

 선두타자 고승민에게 2~4구째를 던질 때까지 슬라이더-체인지업 패턴으로 일관했다.

이날 맞은 안타 4개 중 두 개가 속구였다. 밸런스가 좋지 않았다는 의미. 구위가 마음에 들지 않으니

 변화구 패턴으로 전략을 수정했을 가능성이 있다. 슬라이더 36개, 체인지업 30개로 6이닝을 버텼다. 

변화구 효과를 배가하기 위해 요소요소에 커브를 배치한 것은 레퍼토리 다양화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중간 타이밍으로 김광현의 변화구를 노리던 롯데 타선은 최고시속 

119㎞에서 110㎞까지 구속 차를 조절한 커브가 날아들자 헛방이질을 했다. 

이날 김광현이 던진 14개의 커브 중 롯데 타자들의 배트에 걸린 건 단 3개(모두 파울)에 불과했다.

5회 큰 위기를 가까스로 넘겨 승리투수 요건을 갖췄다. 1회 1사 1 2루, 2회 무사 1루,

 3회 1사 2루 등 위기를 넘긴 김광현은 5회초 선두타자 안중열을 볼넷을 내보낸 뒤 위기에 빠졌다. 

배성근에게 중전안타를 맞아 무사 1,2루 위기를 맞았고, 한태양이 댄 희생번트를

 더듬어 만루가 됐다. 최초 판정을 아웃이었지만, 비디오판독 끝에 세이프로 번복됐다.

무사 만루에서 조세진에게 던진 초구 슬라이더(시속 138㎞)가 3유간을 빠르게 뚫고 지나갔다. 

주무기인 슬라이더도 속구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신인 타자에게도 안타를 내줄 수 있다는 것이 드러났다. 

무사 1,2루에서 안치홍의 희생번트로 1사 2, 3루가 됐고, 이대호의 포수앞 땅볼을 김민식이

 침착하게 집어들어 2사 2, 3루로 바꿨다. DJ 피터스를 자동고의4구로 보내 다시 누를 꽉 채운 

김광현은 김민수에게 커브를 결정구로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잡아냈다.

 빅이닝이 될 수 있는 위기를 김민식의 침착함으로 풀어낸 셈이다.

6회는 삼진 두 개를 곁들여 3자범퇴로 막았는데, 마지막 타자인 배성근에게 속구 4개를 연거푸 

던진 게 한 타자에게 가장 많이 던진 개수였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40(종전 1.21)으로 높아졌다. 

타선이 5회말 추신수와 한유섬의 적시타로 4-2로 달아나 승리투수 요건을 갖춘채 최민준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그러나 최민준이 피터스에게 3점 홈런을 허용해 김광현의 역투가 무용지물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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