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포포투 한국판이 재발간 될 때까지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순위를 매기는 것은 대체로 매우 힘든 작업이다.
힘만 잔뜩 들이고 아무런 보람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랄까. 그렇다고 우리의 독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 포포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우리는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베스트 플레이어 TOP100을 작성하면서
오로지 이번 시즌 퍼포먼스에만 근거해 평가하는 것이 가장 공평하다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제이든 산초가 어떤 선수인지 평가하는 것보다 이번 시즌
올드 트래포드에서 새 출발한 후 어땠는지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축구계의 저명한 전문가들에게도 자문했다.
16위는 리버풀의 언성 히어로 파비뉴다.
리버풀 이적 초반만 하더라도 파비뉴는 위르겐 클롭 감독의 강도 높은 전방 압박 전술에 고전했다.
하지만 지금은 완전히 다른 선수가 됐다. 파비뉴는 포포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가 어떻게 월드클래스 수비형 미드필더로 성장했는지 밝혔다.
때는 2018년 10월 24일. 리버풀은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UCL) 조별리그에서
레드스타 베오그라드를 상대로 4-0 대승을 거뒀다. 바로 전날 25번째
생일을 맞았던 파비뉴는 이날 경기 최우수 선수로 선정되는 겹경사를 누렸다.
이에 위르겐 클롭 감독은 "생일 선물로 일부러 파비뉴를 선발로 내보낸 것은 아니었다.
운 좋게도 그가 가장 선호하는 더블 볼란테 전술이 활용됐을 뿐"이라고 전했다.
이어 "오늘 정말 잘해 줬다"라며 아낌없는 칭찬을 건넸다.
카라바오컵(EFL컵)에 이은 두 번째 선발 출전이었다. 파비뉴는 그로부터 3개월 전
AS모나코에서 3,900만 파운드(약 620억 원)의 이적료를 기록하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하지만 클롭 감독의 4-3-3 포메이션에 적응하는 데 다소 어려움을 겪었다.
그러나 베오그라드전에서는 180도 달랐다.
모나코 시절 가장 잘 맞았던 4-2-3-1 포메이션으로 나서자 그야말로 빛을 발했다.
물을 만난 파비뉴는 조르지니오 바이날둠과
함께 더블 볼란테를 형성하며 중원을 장악했다.
이윽고 완벽한 앵커맨으로 거듭난 파비뉴는 2018-19시즌 UCL 우승의
일등 공신이자 2019-20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우승의 주역이 됐다.
특히 리버풀이 리그 우승을 위해 30년이라는 시간을 기다렸던 만큼 감동은 배가 됐다.
클롭 감독 역시 "파비뉴는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며 찬사를 보냈다.
그러던 지난 2020-21시즌 리버풀은 수비진이 연이은 부상으로 완전히 초토화되는 위기를 겪었다.
급한 대로 파비뉴를 센터백으로 내려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가운데 그는 중앙 수비의 공백을 완벽하게 커버하며 만능 자원의 가치를 자랑했다.
현재는 주 포지션인 수비형 미드필더로 돌아가 최전방 공격수들이 좋은 활약을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조력자가 돼 주고 있다. 이대로라면 더 많은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려 마땅하다.
[파비뉴 단독 인터뷰]
- 지금까지 리버풀의 흐름은 어떤가? 이번 시즌 가장 큰 도전 과제는 무엇인지?
아주 순조롭게 흘러가고 있는 것 같다.
우리는 UCL 조별리그에서 일찌감치 조 1위로 16강 진출을 결정지었고,
여전히 맨체스터 시티와 EPL 우승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물론 맨시티가 워낙 강력해 쉽지 않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우승이라는 우리의 목표는 변함이 없다.
개인적으로도 부상 없이 시즌을 잘 치러 왔다고 생각한다. 이대로만 쭉 갔으면 좋겠다.
- 벌써 개인 통산 리그 최다 골(4골) 기록을 세웠다. 어떻게 된 일인가?
맞다. 심지어 잉글랜드 FA컵 3라운드(64강) 슈루즈버리전에서는 두 골을 넣었다!
뭔가를 한 번 보여주게 되면 괜히 계속 득점할 수 있을 것 같고, 루즈볼이 내게 흘러왔으면 하는
마음에 페널티 박스 가까이 가고 싶어진다. 골을 넣었을 때 얻게 되는 자신감이란 이런 것이다.
모하메드 살라가 아프리카 네이션스컵에 다녀오느라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내가 페널티킥(PK)을 찼던 것도 많은 도움이 됐다.
과거 모나코에서 종종 골을 터트릴 수 있었던 것 또한 내가 PK 전담 키커였기 때문이었다.
득점이 내 임무는 아니지만, 공격에 관여하는 것은 언제나 기분 좋은 일이다.
- 코로나 팬데믹 속에 경기하는 것은 어떤지?
우리는 코로나19와 공존하는 법을 배워야 했다. 구단에서 훈련장에 들어가기
전 매일 PCR 검사를 실시했기 때문에 익숙해지지 않으려야 않을 수가 없었다.
지난해 12월 코로나19 양성 반응이 나왔을 때는 이미 뉴캐슬 유나이티드와의 경기를 준비하던 중이었다.
이후 레스터 시티를 상대로 복귀전을 치렀는데 솔직히 힘들었다. 최상의 컨디션이 아니라는 게 느껴졌다.
아마 일주일 내내 집에서 실내용 자전거만 타서 그랬던 것 같다. 실제 팀 훈련과는
비교할 수가 없지 않은가. 다행히 꽤 빨리 회복해 금방 폼을 되찾을 수 있었다.
- 리버풀 생활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어려운 질문이다. 나와 아내 헤베카는 리버풀
전역의 맛집을 찾아다니며 지인들에게 추천을 부탁하기도 한다.
그래서 한 군데를 콕 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물론 이탈리아식을 가장 좋아하긴 하지만,
먹는 것에 있어서는 항상 오픈돼 있다. 새로운 음식은 우리에게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웃음)
- 중원에서 공을 쓸어 담고 다닌다는 이유로 동료들이 '진공청소기'라고
부른다고 들었다. '등대'로도 불린다던데 어떻게 생겨난 별명인가?
(웃음) 나도 모른다! 한 번도 내게 이유를 설명해 준 적이 없다.
그렇다고 나를 항상 그렇게 부르는 것은 아니다. 그냥 가끔 들리는 정도다.
사실 팀 동료들이 내 플레이를 칭찬하는 별명을 불러주는 것은 매우 기분 좋은 일이다.
팀 내에서 이 정도로 인정받는다는 것은 내가 올바른 길로 가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는 매 순간 최선을 다하기 위해 노력한다.
수비적으로 내가 해야 할 일은 상대의 역습을 저지하고 우리 팀 박스를 보호하고,
볼 소유권을 가져와 패스를 뿌려주는 것이다. 나는 여기에만 집중할 뿐이다.
- 2012년 유럽으로 처음 건너왔을 때 어땠는가? 포르투갈
히우 아브와 계약하고 몇 주 만에 레알 마드리드로 갔던데.
다른 나라로 가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처음 유럽에 왔을 때 루시오
아라우호(과거 바르셀로나와 첼시에서 활약했던 데쿠의 동생)와 잠시 함께 살았다.
모든 것이 낯선 상황에서 누군가와 함께 지내는 것은 언제나 큰 힘이 된다.
가장 먼저 포르투갈로 갔지만 히우 아브에 2주, 길어야 3주 정도 머물렀다.
그곳에서 다른 브라질 사람들과 바비큐 파티를 하고 있었는데 내 에이전트인 조르제 멘데스에게서 전화가 왔다.
그는 레알 마드리드의 B팀인 카스티야가 라이트백이 필요하다는데 혹시 관심이 있냐고 물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루시오가 내게로 와 멘데스가 나를 아침 일찍 데리러
오겠다고 했다며 얼른 짐을 싸라고 했다. 속으로 '무슨 문제가 생겼나?' 걱정했다.
그다음 날 차 안에는 적막만 흘렀다. 결국, 입을 연 멘데스는 우리가 지금 마드리드로 가고 있으며
도착하면 내가 레알과 서명하게 될 것이라고 이야기했다. 브라질에 계신 어머니께 전화를 걸어
이 사실을 알려 드렸더니 눈물을 보이셨다. 짧은 시간 안에 이렇게 큰
일이 일어날 줄은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다. 내게 잊지 못할 순간이었다.
- 마드리드에 도착한 첫날 기억나는 게 있는지?
나는 마드리드에 있는 호텔에서 묵었다. 그날 밤 방에서 자고 있었는데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눈을 떴다. 문에 달린 작은 구멍으로 밖을 내다봤더니 보고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멘데스와 조세 무리뉴 감독이 서 있었다! 잠옷 차림이었던 나는 무리뉴 감독을 만날
준비가 전혀 돼 있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조차 몰랐다. 무리뉴 감독은 나를 환영하고
싶어 찾아왔다고 하더라. 부끄러움은 내 몫이었다.
무리뉴 감독을 그렇게 처음 만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웃음)
- 소속팀과 브라질 대표팀에서 모두 라이트백으로 시작했다. 어쩌다 수비형 미드필더가 됐는가?
레오나르도 자르딤 감독 덕분이다! 그는 내 커리어에서 아주 중요한 감독이었다.
모나코에서의 첫 시즌이었던 2014-15시즌만 해도 나는 주로 풀백으로 뛰었다.
하지만 자르딤 감독은 몇몇 경기에서 나를 미드필더로 올려 쓰기 시작했다.
프리시즌에는 내게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어 본 적이 있냐고 묻더라. 내가 그렇다고 대답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친선 경기에서 나를 그 자리에 기용했다. 신기하게도 나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자르딤 감독은 2016-17시즌을 앞두고 내게 전화를 걸어 "잘 들어라.
우리는 라이트백으로 지브릴 시디베를 영입했다.
이번 시즌부터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 어떤 생각이 들던가?
내 상황과 브라질 대표팀의 사정을 봤을 때 부정적인 변화라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 수준 높은 풀백이 적었던 점도 감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솔직히 힘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모두가 나를 풀백으로 알고 있었고 나는 대표팀의 주전
풀백이기까지 했다. 나를 비롯해 내 에이전트들도 그 상황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하지만 나는 내가 곧잘 적응할 수 있을 것 같아 도전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돌이켜보면 인생을 바꾼 순간이었다. 자르딤 감독도 나를 많이 도와줬다.
그 시즌 우리는 프랑스 리그앙 우승을 차지하고 UCL 준결승에 올랐다.
당시 나는 인생 최고의 폼을 보이며 리버풀로 이적했다. 현명한 판단이었다.
- 일각에선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는 평가를 보낸다. 기분이 어떤지?
브라질에서 축구를 시작할 때 상상했던 것 그 이상이다. 그렇지만 별로 신경 쓰지는 않는다.
내게 가장 중요한 건 팀이 목표를 이루도록 돕고 함께 트로피를 들어 올리는 것이다.
그래야 먼 훗날 팬들이 나를 기억할 수 있다.
"리버풀이 UCL 우승했을 때 기억나? 그때 파비뉴도 한몫했지". 이렇게 말이다.
- 브라질은 남미 지역 예선에서 엄청난 저력을 보이며 지난해
11월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강력한 우승 후보로 꼽히는데?
유일한 우승 후보는 아니지만 유력한 우승 후보는 맞다. 하지만 프랑스도 두터운 스쿼드 뎁스를
보유하고 있고 잉글랜드는 지난해 유로 2020 결승에 오른 황금 세대가 버티고 있다.
만약 본선에 진출하기만 한다면 이탈리아도 매우 훌륭한 팀이다.(*플레이오프 이전 인터뷰)
우승 후보로 하나만 골라야 한다면 프랑스로 하겠다.
- 맨시티를 추격하는 건 어떤가? 맞대결은 얼마나 기대가 되는지?
우리는 한 경기 한 경기 준비해 나가야 한다. 다행히 네이션스컵에 차출된 선수들이 없었을 때도
괜찮은 경기력을 보여 왔다. 4월에 있을 맨시티와의 맞대결까지 이제 얼마 남지 않았다.
다른 생각을 할 여유가 전혀 없다. 그때까지는 두 팀 모두
승점을 잃을 수 있기 때문에 승점 차이를 최대한 좁혀 놓는 게 목표다.
- 1월에 영입한 콜롬비아의 윙어 루이스 디아스는 어떤가?
디아스는 공격성이 좋은 옵션이다. 이번 시즌 UCL 조별리그에서 포르투를 두 차례 상대했는데
매번 가장 까다로웠던 선수가 바로 디아스였다. 당시 포르투는 역습할 때마다
디아스에게 공을 넘겨주고 그가 마무리 지어 주기 바랐다. 정말 엄청난 재능을 가진 선수다.
- 리버풀과 계약 기간은 32세가 되는 2026년까지다. 리버풀에서 은퇴할 생각이 있는지?
리버풀은 특별한 곳이다. 축구를 하기에 이보다 더 좋은 곳은 없다. 4년 후에 내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는 모르지만 지금 당장은 리버풀만 생각할 뿐이다. 다른 팀이나 리그로 이적할 생각은 없다.
여기가 너무 좋다. 리버풀은 매 시즌 모든 대회에서 우승을 경쟁하는 팀이다. 내 커리어를 위해
바라는 게 있다면 경쟁력 있는 팀에서 가능한 한 많이 이기는 것이다.
그러기 위한 최적의 팀은 단연 리버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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