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도영-송찬의 시범경기 맹활약, '9억팔' 장재영도 신인왕 재도전
KBO리그는 2008년의 최형우(KIA타이거즈)부터 2016년의 신재영(SSG랜더스)까지
9년 연속으로 프로 경력이 있는 '중고신인'들이 신인왕 타이틀을 독차지했다.
하지만 2017년의 이정후(키움 히어로즈)를 시작으로 작년의 이의리(KIA)까지 최근 5년 동안에는
아마추어 무대에서 곧바로 프로에 진출한 순수신인들이 신인왕에 선정됐다.
이처럼 지난 14년의 신인왕들을 돌아보면 확실한 흐름과 유행(?)이 존재했던 셈이다.
작년에는 KIA의 선발투수로 활약했던 순수신인 이의리와 롯데 자이언츠의 필승조 자리를 차지한
최준용이 치열한 경쟁을 벌인 끝에 '국가대표' 이의리가 20홀드를 기록한 최준용을 제치고 신인왕에 등극했다.
신인왕 투표 결과를 두고 야구팬들 사이에서 치열한 갑론을박이 있었지만 투표인단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탈삼진 공동 1위를 차지한 '특급 차세대 좌완 에이스' 이의리에게 더 높은 점수를 줬다.
올해도 많은 우수한 신인들이 신인왕을 목표로 1군 무대에 문을 두드릴 예정이다.
그 중에는 아마추어 무대를 평정한 후 많은 계약금을 받고 프로에 뛰어든 겁 없는 순수신인들도
있고 2군 무대에서 철치부심 했다가 올 시즌 비로소 1군 무대에서 자신의 진가를 보여주려 하는
중고신인들도 있다. 출범 후 40번째 시즌을 기다리는 올
시즌 KBO리그의 신인왕 경쟁이 다른 해보다 더욱 기대되는 이유다.
'리틀 이종범' 김도영, 타이거즈 톱타자 예약
불과 두 달 전까지만 해도 야구팬들에게 가장 큰 관심을 받았던 신인 선수는 단연 한화 이글스의
강속구 유망주 문동주였다. 광주 진흥고 시절부터 시속 150km를 가볍게 상회하는 강속구를 뿌리던
문동주는 스프링캠프에서도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던지며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문동주는 지난 9일 내복사근 미세파열 부상을 당했고 개막 엔트리 합류가 사실상 힘들어졌다.
마운드의 최대어였던 문동주가 주춤하면서 야구팬들의 관심은 KIA가 문동주 대신 선택했던 동성고
출신의 천재 내야수 김도영에게 쏠리고 있다. 고교 시절부터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리며 정확한
타격과 빠른 발, 평균 이상의 장타력을 갖췄다고 평가 받은 김도영은 문동주를 제치고 연고팀
KIA의 1차 지명을 받았다. KIA 역시 김도영에게 4억 원의 계약금을 안기며 기대를 감추지 않았다.
일단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김도영의 활약은 기대 이상이다. 김도영은 시범경기 12경기에서
타율 .432 2홈런5타점7득점3도루OPS(출루율+장타율)1.068로 맹타를 휘둘렀다. 도루 실패가
3개였던 점은 다소 아쉽지만 5개의 장타를 생산했을 정도로 기대 이상의 장타력을 뽐냈고
유격수는 물론 3루까지 무리 없이 소화했다. KIA팬들은 김도영이
개막전부터 1번타자로 출전해 신인왕 레이스의 기선을 제압해주길 기대하고 있다.
투수 최대어로 꼽혔던 문동주가 부상으로 낙마한 가운데 디펜딩 챔피언 KT 위즈의 1차 지명을
받은 유신고 출신 우완 박영현이 시범경기를 통해 강한 인상을 남겼다. 시범경기 마지막
등판이었던 21일 한화전에서 1이닝3실점으로 부진하며 시범경기 성적이 나빠졌지만 앞선
3경기에서는 3이닝 5K 무실점으로 이강철 감독의 눈도장을 찍었다. 당장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긴 쉽지 않아도 KT마운드의 다크호스가 될 수 있는 유망주로 손색이 없다.
SSG는 올해 1차 지명으로 190cm의 좋은 신장을 가진 인천고의 사이드암 윤태현을 지명했다.
고교 2학년 때 인천고를 봉황대기 우승으로 이끌며 최동원상까지 받았던 윤태현은 프로 입단
후에도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와 시범경기에서 꾸준한 활약을 선보였다. '인천의 핵잠수함'으로
불리고 싶다는 윤태현은 시즌 개막 후에도 특유의 공격적인
투구를 이어간다면 1군에서 충분히 기회를 얻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시범경기 홈런왕, LG 우타거포 고민해결?
KIA의 김도영이 정확한 타격과 많은 안타로 주목을 받았다면 시범경기에서 폭발적인 장타력으로
야구팬들을 놀라게 한 선수는 따로 있었다. 2018년 2차7라운드 전체67순위로 LG트윈스에
입단해 작년까지 1군 출전 기록이 한 번도 없었던 내야수 송찬의가 그 주인공이다.
송찬의는 올해 시범경기에서 무려 6개의 타구를 담장
밖으로 넘기는 괴력을 선보이며 류지현 감독과 LG팬들을 설레게 했다.
LG에는 이재원과 문보경, 이영빈 등 뛰어난 야수 유망주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출루왕' 홍창기가 갑작스러운 허리통증으로 개막엔트리 합류가 불투명해졌을 때
류지현 감독은 송찬의를 우익수로 투입했다. 외야수비 가능성을 타진한 것이다.
그만큼 송찬의가 시범경기를 통해 LG에서 높은 신뢰를 받는 거포 유망주로 성장했다는 뜻이다.
이제 송찬의는 시범경기에서 보여준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시즌 개막 후에 폭발시키는 일만 남았다.
19경기 17.2이닝14탈삼진24볼넷18실점 1패 평균자책점9.17. 한국야구의 미래를 이끌어갈 최고의
유망주라고 극찬을 받으며 무려 9억 원의 계약금을 받고 프로의 문을 두드린 '거물신인' 장재영의 루키
시즌 성적이다. 사실 프로 첫 해 성적만 보면 중남미에 널려 있다는 공만 빠르고 제구가 되지 않는
미완의 유망주들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연히 장재영에 대한 야구팬들의 기대치도 낮아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장재영은 프로 2년 차를 맞은 올 시즌 전혀 다른 투수로 변모했다. 시범경기에서 7경기에
등판한 장재영은 7이닝을 던지며 3피안타5볼넷7탈삼진 무실점으로 한층 안정된 구위를 뽐냈다.
무조건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기 보다는 완급조절을 통해 효과적으로 아웃카운트를 잡아냈다.
마무리 조상우가 군에 입대한 키움 히어로즈에서 올 시즌 불펜투수로 나설 장재영의 활약은 매우 중요하다.
지난 2018년 NC다이노스의 1차지명 투수였던 우완 김시훈은 프로 입단 후 4년 동안 한 번도
1군 마운드에 등판하지 못했다. 그렇게 야구팬들에게 잊힌 투수가 되던 김시훈은 올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며 NC의 올 시즌 '대체 선발 후보군'으로 부상했다. 시범경기에서도 4경기에 등판해
1승1세이브1.35(6.2이닝1자책)로 호투한 김시훈은 올 시즌
개막을 앞두고 NC마운드의 '히든카드'로 떠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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