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배구 ‘명가’를 자처했던 현대캐피탈이 길을 잃었다.
현대캐피탈은 2021~2022시즌 V리그를 꼴찌(7위)로 마감했다.
전 시즌 창단 이후 최하위였던 6위에 머물며 프로 출범 이후 두 번째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해
자존심을 구겼던 현대캐피탈은 한 시즌 만에 구단 최악 성적을 새로 쓰며 더 주저앉았다.
현대캐피탈의 급격한 추락은 다소 의외다.
현대캐피탈은 선진배구 트렌드를 주도하며 한국
프로스포츠에서 항상 구단 성공사례로 꼽히는 ‘명가’다.
2018~2019시즌 챔피언결정전에서 창단
4번째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고, ‘배구도시’라 불릴 만큼 배구
열기가 뜨거운 홈 천안팬들의 든든한 응원도 받는다.
현대캐피탈의 위기는 팀에 새로운 전성기를 안겼던 최태웅 감독과 구단
고위층이 팬들의 기대치를 망각한 리빌딩 정책으로 자초한 면이 크다.
지난 시즌 초반 깜짝 트레이드부터 큰 물음표가 따라붙었다. 2라운드에 팀의 기둥인 센터
신영석과 베테랑 세터 황동일, 김지한을 한국전력에 내주면서 김명관, 이승준, 2021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을 얻는 3 대 3 트레이드를 했다. 시즌 전부터 젊은
선수들 영입이 많았던 현대캐피탈이 리빌딩 의지를 확인할 수 있는 사건이었다.
어느 팀이나 젊은 선수들의 성장에 집중하며 세대교체를 노리는 타이밍이 필요하지만,
현대캐피탈의 투자 규모와 선수단 구성 면면을 봤을 때 시즌 초반부터 한 시즌을 포기하는 듯한
대대적인 변화는 이해하기 어려웠다. 무엇보다 팬들의
기대를 외면한 선택이라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팬들의 사랑을 받던 베테랑 신영석을 급작스럽게 내보내면서
그 희생을 감수할 만한 명분도, 결과물(성적)도 내지 못했다.
또 그 자리에 학폭 이슈에 휘말린 베테랑 선수를 영입하면서 논란을 자초했다.
리빌딩 성과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2년차 레프트 김선호, 리베로 박경민,
신인 레프트 홍동선도 기대를 받는다. 하지만 어린 선수들이 주축으로 뛰면서 팀의 물음표는 더 많아졌고,
정작 오랜 시간 이어오던 세터 고민은 풀지 못했다. 전통의 강호가 ‘성적’을 포기한 전력 개편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최 감독은 “대대적인 변화나 세대교체가 참 쉽지 않다는 걸 느꼈다”고 털어놨다.
현대캐피탈은 지난 24일 천안 유관순체육관에서 열린 한국전력과의 시즌 마지막 홈 경기에서 424명
관중 앞에서 경기했다. 팬들의 환호로 가득했던 유관순체육관은 최근 경기에서 관중 500명도 넘기기 어렵다.
텅 빈 관중석을 본 현대캐피탈이 어떻게 다음 시즌을 구상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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