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묻히기에 아까운 기사만 모았다. 포포투 한국판이 재발간 될 때까지 영국 최고의 풋볼매거진
'포포투'의 독점 콘텐츠를 온라인으로 전달한다. '별'들의 단독 인터뷰부터 비하인드 스토리까지,
흥미로운 이야기를 '442.exclusive'를 통해 함께 한다. 기대하시라.
먼 훗날 2021-22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을 되돌아봤을 때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무엇일까.
올 시즌은 코로나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만원 관중이 들어선 시즌이었다.
뉴캐슬 유나이티드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PIF)에 인수돼 천문학적인 오일머니를 등에 업기도 했다.
우승 경쟁으로 눈을 돌려보자. 역시나 맨체스터 시티가 리그 우승을 향해 앞장서고 있다.
리버풀도 이에 질세라 매 경기 분투하며 선두 맨시티와 승점 차이를 좁혀가는 중이다.
우리는 EPL 역사상 가장 위대한 두 팀이 공존하는 시대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맨시티와 리버풀만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그 너머에는 하마터면 우승 경쟁에 가려져 빛을 보지 못할 뻔한 선수들이 있다.
분명 이번 시즌 눈부신 활약을 남겼음에도 말이다. 그리고 이제는 그 선수들을 집중 조명할 시간이다.
# 평가 방법
순위를 매기는 것은 대체로 매우 힘든 작업이다.
힘만 잔뜩 들이고 아무런 보람도 얻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욕만 안 먹으면 다행이랄까.
그렇다고 우리의 독자를 외면할 수는 없다. 포포투가 아니면 누가 하겠는가?
우리는 EPL 베스트 플레이어 TOP100을 작성하면서 오로지
이번 시즌 퍼포먼스에만 근거해 평가하는 것이 가장 공평하다고 판단했다.
이를테면 제이든 산초가 어떤 선수인지 평가하는 것보다 이번 시즌
올드 트래포드에서 새 출발한 후 어땠는지 평가하는 것이 공정하다는 것이다.
이에 축구계의 저명한 전문가들에게도 자문했다.
40. 제임스 워드-프라우스 (사우샘프턴, 27세)
워드-프라우스가 지구상 최고의 데드볼 스페셜리스트라는 사실은 이미 널리 알려져 있다.
리오넬 메시, 사비 알론소, 케빈 더 브라위너를 모두 지도한 펩 과르디올라
감독마저도 "워드-프라우스는 내가 본 최고의 프리킥 키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물론 워드-프라우스가 세계 최고인지 아닌지는 여전히 논란의 대상이다.
적어도 메시가 있는 한 세계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힘든 것 역시 사실이다.
그러나 EPL로 범위를 한정하면 이야기가 다르다.
워드-프라우스가 현재 EPL의 데드볼을 평정하고 있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이 정도 페이스라면, '올타임 레전드'라는 칭호도 머지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현역 프리미어리거 가운데 데드볼로 워드-프라우스를 따라올 선수는 아무도 없다.
그는 지금껏 EPL에서 직접 프리킥으로만 12골을 터뜨리며 지안프랑코 졸라,
티에리 앙리와 어깨를 나란히 했다.
이제는 18골을 기록한 데이비드 베컴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실제로 워드-프라우스는 지난해 12월 셀허스트 파크에서
11번째 프리킥 골을 넣은 뒤 베컴에 대한 존경심을 드러냈다.
그는 "만약 베컴을 만나기 위해 그의 기록을 깨야 한다면,
나는 가능한 모든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하며 웃어 보였다.
이어 "베컴은 위대하고 영원한 레전드다. 그는 아직도 내 롤모델이자 우상이다"라고 덧붙였다.
하이라이트 워드-프라우스는 지난 1월 울버햄튼을 상대로 개인 통산 12번째 프리킥 골을 터뜨렸다.
그의 커리어 역사상 가장 위대한 골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35야드(약 32m) 밖에서 때린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은 수비벽을 가볍게 넘기고 골문 구석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 세상 그 어떤 골키퍼가 와도 막아내지 못했을 것이다.
팀의 1-3 패배를 뒤집을 수는 없었지만, 원정을 떠나온 팬들에게 작은 위안을 선물했다.
35.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37세)
발롱도르 5회 수상에 빛나는 호날두가 무려 12년 만에 올드 트래포드로 돌아왔다.
세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았던 '왕의 귀환'은 생각보다 큰 성공을 거두지 못했다.
호날두는 지난달 브라이튼전에서 리그 9호골을 넣기 전까지 6경기 연속 무실점에 그쳤다.
2009년 1월 이후 처음으로 안게 된 불명예였다.
하이라이트 호날두는 복귀와 동시에 뉴캐슬을 상대로 멀티골을 터뜨리며 화려한 신고식을 치렀다.
34. 에두아르 멘디 (첼시, 30세)
과연 '패닉 바이'였을까? 글쎄. 물론 멘디가 첼시에 합류할 당시 불안 요소가 아예 없었던 것은 아니다.
골키퍼 역대 최고 이적료인 8,000만 유로(약 1,076억 원)를 들여 케파 아리사발라가를 데려왔지만,
최악의 행보를 보인 탓에 첼시는 급히 대체자를 찾아 나서야 했다.
당시에는 성급한 영입으로 보였으나 멘디는 곧장 팀에 완벽 적응하며 골문을 든든히 지켰다.
특히 멘디는 골키퍼의 발밑이 점차 강조되는 시대에 반기를 들었다.
불안한 발밑 능력에 대한 약점을 81%라는 압도적인 선방률로 상쇄하며
세네갈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2021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EPL에서 멘디보다 선방률이 높은 골키퍼는 울버햄튼의 조세 사와 아스널의 아론 램스데일뿐이다.
스타드 렌을 떠나 잉글랜드 무대를 밟은 멘디는 지난 1년 반 동안 EPL 최고의 순발력을 자랑했다.
2020-21시즌 유럽 챔피언에 오른 데 이어 지금까지도 뛰어난
반사 신경과 집중력으로 실점을 최소화하는 데 크게 기여하는 중이다.
단적인 예로 10월 브렌트포드전을 들 수 있다.
이날 멘디는 신들린 선방으로 팀의 1-0 무실점 승리를 이끌고 최우수 선수(MOM)로 선정됐다.
멘디를 적극적으로 추천해 첼시로 데려온 페트르 체흐 디렉터는
그의 환상적인 선방쇼를 두고 "승리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라고 평가했다.
주로 팀의 승리를 좌우하는 한 방은 파이널 서드의 공격수에게 달렸다.
하지만 멘디의 비중도 절대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전통적인 선방형 골키퍼가 사라지지 않는 이유를 한눈에 설명하고 있다. '
패닉 바이'는 더 이상 멘디에게 붙을 수식어가 아니다.
말, 말, 말 토마스 투헬 감독은 "나는 멘디가 주목받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그가 경기에서 덜 보일수록 행복하다"라며 나머지 선수들의 분발을 촉구했다.
31. 버질 반 다이크 (리버풀, 30세)
지난 시즌 반 다이크의 부재는 비단 수비 불안만 일으킨 것이 아니었다.
반 다이크는 리버풀의 전부와도 같다. 올 시즌 복귀에 성공한 그는 이전과 다름없는 기량을 보이며
자신을 기다려 준 팬들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더 이상 안필드에 반 다이크가 없어서는 안 된다.
그거 알아? 반 다이크는 20세 때 죽을 고비를 넘겼다. 2012년 4월,
맹장이 터져 급성 복막염과 신장염이 동시에 발병한 것. 결국, 목숨을 건 응급 수술을 받아야 했다.
30. 메이슨 마운트 (첼시, 23세)
마운트가 첼시의 부동의 주전으로 활약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그는 기동력과 연계 능력을 바탕으로 팀의 공격을 이끌고 파이널 서드에서 침착하게 공격 포인트를 생산해낸다.
실제로 겨울 휴식기 전까지 7골 6도움으로 높은 공격 관여도를 보인 바 있다.
이번 시즌 마운트는 팀 내 공격 포인트 1위(8골 7도움)를 차지하며 범접할 수 없는 창의성을 더해 가는 중이다.
말, 말, 말 첼시 유스팀에서 마운트를 지도했던 조디 모리스 전 코치는 포포투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는 아카데미 선수들 중 가장 빛났다"라고 이야기했다.
27. 티아고 실바 (첼시, 37세)
작년 이맘때 실바는 자신의 집에 산소 치료 기계를 장만했다고 밝혔다. 그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것일까.
그는 지난 1월 37세의 나이로 첼시와 재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투헬 감독은 "실바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티아고 버튼'이라고 부르겠다"라고 말했다.
말, 말, 말 첼시의 '레전드' 체흐는 "현재 실바의 경기력은 10년 전과 전혀 차이가 없다"라고 평가했다.
26. 부카요 사카 (아스널, 20세)
중요한 순간에 승부차기를 실축하는 선수에게는 종종 그 꼬리표가 따라다니곤 한다.
사카 역시 지난해 여름 유럽축구연맹(UEFA) 유로 2020 결승전에서 실축하며 많은 비판을 받았다
하지만 이제는 그 오명을 완전히 씻어낸 것으로 보인다. 이번 시즌 사카는 아스널에서 눈부신
성장세를 보이며 유럽 최고의 윙어 중 하나로 자리매김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그는 아직 20세에 불과하다.
그거 알아? 사카는 GCSE(중등 교육 자격 시험)에서 4개의 A*와 3개의 A를 받으며
경기장 안팎에서 우등생의 모습을 보였다. 체육 과목에서는 최고점을 받았다는 후문.
21. 필 포든 (맨체스터 시티, 21세)
포든이 무서운 이유는 '벌써' 이렇게 잘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미 EPL 최고의 팀에서 빛을 발하고 있으며 향후 10년 이상을 활약할 수 있는 나이다.
하이라이트 지난해 10월 안필드에서 숨 막히는 2-2 명승부 경기가 펼쳐졌다.
당시 포든은 첫 번째 동점골을 만들어 냈고 그를 전담한 제임스 밀너는 완전히 녹초가 됐다.
20. 손흥민 (토트넘 훗스퍼, 29세)
토트넘은 시즌 초반 누누 산투 감독 아래서 매우 힘든 시간을 보냈다.
두 달 전 부상으로 자리를 비우기 전까지 손흥민은 한 줄기의 빛과 같았다.
지난여름 해리 케인이 이적에 정신이 팔린 동안, 손흥민은 팀과 재계약을 맺으며 충성심을 드러냈다.
토트넘이 지금의 위상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손흥민의 에너지와 골 덕분이었다.
그거 알아? 손흥민은 지난 2020년 4월 제주도 해병 제9여단 훈련소에 입소해 기초군사훈련을 받았다.
당시 157명의 훈련병 중 최우수 5명에게 주어지는 '필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역시 '슈팅'은 따라올 자가 없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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