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덕담으로 끝났다."

키움은 2021-2022 FA 시장의 패자였다. FA 박병호를 붙잡겠다는 의지가 크지 않았다.

 KT가 적극적으로 달려들자 뒤늦게 제대로 협상 테이블을 차렸지만, 

KT로 넘어간 박병호의 마음을 돌리기엔 늦었다.

키움 타선은 지난 1~2년간 눈에 띄게 약화했다. 외국인타자들의 연이은 실패,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의 메이저리그 진출, 박병호의 부상과 부진, 

이정후나 김혜성 정도를 제외한 젊은 타자들의 더딘 성장 등이 맞물렸다.

지난 2년간 계륵이었던 박병호가 막상 떠나니, 그 공백은 확연하게 느껴진다. 

KT는 4번 타자 박병호의 부활을 돕고 팀 타선의 파괴력 강화를 위해 5번 타자 선정에 심혈을 기울였다. 

시범경기서 페이스가 좋은 외국인타자 헨리 라모스가 낙점됐다. 

강백호가 발가락 부상으로 1개월간 이탈했지만, 박병호 뒤에는 여전히 라모스가 달라붙는다.

박병호가 지난 2년간 키움에서 안 풀렸던 건 키움이 박병호 뒤에 붙일 확실한 강타자가

 마땅치 않았던 것도 한 몫을 했다. 박병호마저 떠나니 중심타선은 더 헐거워졌다.

 KT의 강백호 공백 고민과 박병호의 뒷타자 고민은 키움으로선 사치다.

키움은 이정후~야시엘 푸이그를 뒷받침할 5번 타자가 마땅치 않다.

 김혜성을 배치해봤으나 성과는 없었다.

 급기야 28일 고척 KT전서 김혜성을 2번,

 송성문을 5번에 놓았으나 역시 효과를 보지 못했다.

 물론 이 문제를 거론할 필요도 없이 대다수 타자의 시범경기 페이스가 극악이다. 

하지만, 푸이그마저 부진하자 박병호 생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다.

개막을 하고 주축타자들의 페이스가 올라와도 5번 타순의 고민

 다시 말해 박병호의 빈 자리는 어쩔 수 없이 느낄 전망이다. 할 필요가 없는 가정이지만, 

키움이 박병호를 붙잡고 푸이그를 영입했다면 클린업트리오는 

무조건 이정후~박병호~푸이그다. 김혜성과 송성문 타순을 굳이 고민할 필요도 없다.

이런 상황서 박병호가 처음으로 KT 유니폼을 입고 28일 고척돔을 방문했다. 

경기 전 홍 감독과 박병호는 잠시 만났다. 홍 감독은 "박병호가 KT의 분위기에 잘 적응하고 

(시즌 준비를)순조롭게 잘 진행하고 있다고 본다. 건강한 시즌을 치르면 좋겠다.

 그런 덕담으로 끝냈다"라고 했다.

홍 감독은 옅은 미소를 띄우며 이 코멘트를 했다. 그러나 키움의 시범경기 

부진한 타격까지 겹치며 속은 더욱 타 들어가지 않을까. 키움은 27일까지 팀 타율 0.209였다. 

이날도 2안타 무득점에 그쳤다. 극악의 페이스. 

'30억원 거포를 잡았다면'이라는 의미 없는 가정을 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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