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 스포츠 농구에서 ‘살림꾼’이라고 표현되는 선수들이 있다.
에이스도, 최고 인기 스타도 아니지만 묵묵하게 수비 등 궂은 일을 수행하는
것을 비롯 또 다른 공격 옵션으로서 팀내 화력의 두 세 번째 전선을 책임진다.
어찌보면 눈에 덜 띄어서 그렇지 간판스타 이상의 비중을 차지한다고 해도 무리가 아니다.
NBA 시카고 불스 시절의 스카티 피펜,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의 클레이 탐슨 등이 대표적이다.
KBL에서는 전주 KCC 프랜차이즈 스타이자 전 감독 추승균이 대표적이다.
선수 시절 추승균은 화려함과는 거리가 먼 선수였다.
한양대 시절 입증했다시피 충분히 에이스가 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지나치게(?)
다재다능 했기에 다른 스타들을 빛나게 해주는 역할을 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보다 능력이 떨어져서가 아니었다. 추승균이 아니면 할 수 없었기 때문이 크다.
조성원은 외곽 슈터로서의 능력은 빼어났지만 작은 신장으로 인해 수비에서 문제가 있는 선수였다.
따라서 수비시 상대팀 선수들의 집중표적이 되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추승균은 주득점원을
꽁꽁 틀어막는 것은 물론 수시로 도움수비까지 펼치며 조성원의 수비부담을 덜어주었다.
어디 그뿐인가, 3점슛보다는 미들슛의 비중을 높이며
동선이 겹치지않는 공격패턴으로 팀 화력을 더욱 조화롭게 유지시켜줬다.
볼은 적게 소유하고 많이 뛰는 움직임을 통해 포인트가드
이상민이 패스할 공간을 더욱 넓혀줬고 다양한 패스도 잘 받아먹었다.
트레이드에 적극적이던 당시 신선우 감독이 “추승균만큼은 절대 안된다”고 대놓고 감싸고 들었을 정도다.
추승균의 다재다능함은 이상민, 조성원이 팀에서 모두 빠진 이후 더욱 인정받았다.
특유의 정확한 슈팅력을 여전히 유지한 채 승부처에서 해결사 역할을 수행한 것을
비롯 뛰어난 가드가 없던 시즌에는 볼 배급 및 게임리딩에도 참여하며 제2의 전성기를 누렸다.
적극적인 득점 가담, 리딩 등의 플레이를 못해서 안한게 아닌 팀을 위해 양보했다는 사실을 증명했다.
추승균의 존재로 인해 팀 내 동료들은 많은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정작 추승균 입장에서는 누적기록 등에서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고 그 결과 화려한 각종 타이틀은 항상 그를 빗나갔다.
과거 동료였던 이상민 전 서울삼성 감독 역시 바로 이러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했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런 선수가 프랜차이즈로 존재했기에 KCC는 추승균이 있던 시절 챔피언결정전 5회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세울 수 있었다. 챔피언결정전 MVP, 통산 1만득점 돌파 등 개인으로서의
커리어가 아주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량, 팀내 공헌도에 비하면 아쉬운 것이 사실이다.
현 KBL에서 당시 추승균을 연상시키는 선수를 꼽으라면 단연 서울 SK 안영준(26‧194.1cm)을 들 수 있다.
현역시절 추승균과 동일한 3번 스몰포워드를 맡고 있으면서도 팀 상황에 따라 2번,
4번 역할도 어느정도 가능한 전천후 자원이라는 점도 비슷하다.
갈수록 장신화되는 최근 추세에 비교했을 때 포지션 대비 크다고 할 수는 없겠지만
윙스팬(202cm)이 좋고 파워, 운동능력, 기동성 등을 고르게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흔히 SK하면 김선형, 최준용 등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는 선수들을 먼저 떠올릴 수
있겠지만 그들 사이에서 묵묵하게 연결고리 역할을 해주고있는 안영준의 역할은 매우 크다.
그가 무리한 욕심을 내지않고 궂은일에 집중하며 뒤를 받쳐주고 있기에 SK의 선두질주가 가능하다는 평가다.
김선형, 최준용, 안영준은 각자가 모두 다재다능한 선수들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할이 겹치지않고 조화로운 시너지를 잘 발휘하고 있어 타팀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현역시절 추승균이 그렇듯 안영준은 지도자가 좋아하는 유형의 선수다.
공격 욕심을 크게 내지 않고 수비, 리바운드 등 궂은일에 집중하다가
필요할 때는 효율성 높은 화력지원이 가능한 그야말로 전천후 자원이기 때문이다.
공수에서 무엇을 시키든 해낼 수 있는 유형인지라 이런
선수가 팀에 있으면 감독의 전술 운용폭이 자연스레 넓어질 수밖에 없다.
자신의 역할을 하면서 동료의 약점까지 상당 부분 채워주는 플레이가 가능하다.
안영준의 최대 장점은 시즌을 거듭할수록 기량이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수비에서도 노련미가 붙고있지만 특히 공격적인 부분에서는 매시즌
옵션이 하나씩 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성장이 멈추지않고 있다.
신인시절만해도 과감한 돌파에 비해 슛이 부족하다는 혹평이 많았으니 이후 꾸준히
보완한 끝에 현재는 슈터라고 표현해도 모자라지 않을만큼 매서운 외곽슛을 갖추게 됐다.
거기에 더해 돌파는 더욱 매끄러워지고 옵션도 늘어났다.
궂은 일을 잘하는 이미지가 많아서 그렇지 안영준은 공격수로서의 재능도 차고 넘친다.
현재 50경기에서 평균 14.40득점, 2.22어시스트, 4.92리바운드,
1.36스틸을 기록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다양하게 팀에 기여하는 플레이를 펼치고 있다.
일단 오프 더 볼 무브가 좋아 빈공간을 찾아다니며 받아먹는 득점에 능하다.
활동범위가 워낙 넓어 외곽찬스는 물론 적재적소에서 골밑으로 컷인해
들어가거나 미리 자리를 선점해 좋은 타이밍에서 패스를 받아낸다.
거기에 더해 몸싸움 능력이 좋고 충돌을 두려워하지않아
찬스다 싶으면 머뭇거리지않고 과감하게 돌파를 시도한다.
볼을 적게 잡으면서도 효율은 매우 크게 가져가는 가성비 높은 선수다.
매년 발전을 거듭하는 안영준이 올시즌 SK 우승의 공신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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