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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쟁이티비 0 410 2022.03.26 15:45

 그렉 포포비치(샌안토니오 스퍼스), 

에릭 스포엘스트라(마이애미 히트)는 NBA를 대표하는 감독이다.

 이들은 프로선수 경력이 없다. 이들은 그야말로 ‘농구 지도 전문가’다. 경기를 뛰는 선수의 

자질과 농구를 가르치는 지도자의 자질은 완전히 다른 영역이다. NBA를 비롯한 세계농구는

선수로서 훌륭한 커리어를 쌓은 선수 출신이 이름값으로 감독을 하지 않는다. 능력 위주다.

 농구 지도를 잘하는 전문가가 인정을 받는다. 이웃나라 일본도 비선수 출신 감독이 수두룩하다.


한국은 역사적으로 출신을 중요하게 여겼다. 한국 농구는 그 흐름이 지금까지도 이어져 오고 있다. 

야구, 축구는 이미 ‘출신’보다 능력을 우선으로 하는 방향이 자리 잡았다. 농구는 여전히 선수 

출신만이 인정 받는다. 농구 지도 연구를 해온 시간, 노력보다 선수로서 어떤 커리어를 쌓았느냐가 

더 중요한 지도자의 잣대가 된다. 이토록 폐쇄적인 풍토 속에서도 조금씩 신선한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본 기사는 점프볼 3월호에 게재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유럽이나 남미 축구에선 비선수 출신으로 성공적인 경력을 쌓은 감독을 종종 볼 수 있다. 

바로 떠오르는 사례는 안드레 비아스-보아스다. 축구 팬이었던 보아스는 16살 때 

FC 포르트 감독 바비 롭슨과의 인연이 계기가 돼 지도자의 길에 들어섰다. 

이후 만 17세 나이에 스코틀랜드에서 UEFA C급 지도자 자격증을 따낸 그는 2000년 만 

23세 나이로 버진아일랜드 국가대표팀의 기술위원장 겸 

감독을 맡아 2002 월드컵 북중미 예선을 지휘했다.


세계 최고의 농구 리그인 NBA는 프로선수 경험이 없는 지도자들이 태반이다. 

25년간 샌안토니오 스퍼스 감독을 맡고 있는 그렉 포포비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포포비치는 공군사관학교를 졸업한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소련학을 전공한 그는 대학 

농구팀 주장으로 뛰었다. 한때 CIA(미 중앙정보국) 요원을 꿈꾸다 농구의 매력에 빠져

 지도자의 길을 택했다. 이후 NBA 샌안토니오와 골든스테이트에서 코치를 지내고 

1996년 샌안토니오 감독 대행으로 부임해 전설의 시작을 알렸다.


이외에 마이크 부덴홀저(밀워키 벅스), 탐 티보듀(미네소타 팀버울브스), 

프랭크 보겔(LA 레이커스)도 프로선수로서 경력이 전무하다. 유명한 선수 출신이 

아니더라도 본인만의 노력이 깃든 지도력이 있다면 NBA 팀의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1-2022시즌 NBA 30개 팀 감독 중 

NBA선수 경력을 가진 감독은 10명 뿐이다.


※2021-2022시즌 NBA 감독의 선수 경력


NBA 선수 경력 감독(10명)

네이트 맥밀란(애틀랜타), 이메 우도카(보스턴), 

스티브 내쉬(브루클린), 스티브 커(골든스테이트), 

윌리 그린(뉴올리언스), 천시 빌럽스(포틀랜드), 제이슨 키드(댈러스), 

터런 루(클리퍼스), 몬티 윌리엄스(피닉스), 닥 리버스(필라델피아)


NBA 선수 경력 없는 감독(20명)

제임스 보레고(샬럿), 빌리 도노반(시카고), J.B 비커스태프(클리블랜드),

 마이크 말론(덴버), 드웨인 케이시(디트로이트), 프랭크 보겔(레이커스), 타일러 젠킨스(멤피스), 

에릭 스포엘스트라(마이애미), 마이크 부덴홀저(밀워키), 크리스 핀치(미네소타), 

엘빈 젠트리(새크라멘토), 탐 티보두(뉴욕), 자말 모슬리(올랜도), , 그렉 포포비치(샌안토니오), 

닉 널스(토론토), 퀸 스나이더(유타), 마크 데이그널트(오클라호마시티), 

스티브 사일러스(휴스턴), 웨스 언셀드 주니어(워싱턴), 릭 칼라일(인디애나)


NBA를 비롯해 해외에서는 프로선수 경력이 없거나, 선수 경험이 없더라도 지도자 입성 통로가 좁지 않다.

 그렇다면 농구를 제대로 해보지도 않은 사람이 어떻게 감독직을 맡아서 세계에서 기고 난다는 선수들을

 통솔해 경기할 수 있는 것일까. 이는 과거와 달리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능력이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들어 NBA에서는 비디오 분석 파트의 비중과 영향력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8명 이상 비디오 분석원을 보유한 팀도 있다. 비디오 분석원 출신이 NBA 

감독이 된 사례는 수년간 너무 많이 등장해 나열하기도 힘들 정도다.


마이애미에서 정규리그 644승 445패, 14번의 플레이오프 진출과 2012년과 2013년

 파이널 2연패를 이끈 에릭 스포엘스트라 감독도 비디오 분석원으로 시작해 지도자가 된 사례다. 

1995년 마이애미에서 비디오분석원으로 NBA 일을 시작한 그는 팻 라일리 사장의 지시에 따라

 NBA 팀들의 모든 경기를 분석해 이를 선수들의 개인 지도와 팀의 전술 운용에 활용했다. 

지금도 물론 스포엘스트라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 비디오 분석으로 하루 업무를 시작한다고 한다. 

스포엘스트라 부임 이후 마이애미 구단 역시 비디오 전력 분석 파트를 강화하는 

데 많은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부덴홀저와 보겔 역시 마찬가지 사례다.


비단 농구 뿐만 아니라 모든 스포츠 종목 지도자들 사이에서 비디오 분석은 경기를 준비하는 데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 지도자들은 비디오를 보며 연구를 하고 선수들의 신뢰를 얻기 위한 관계 

형성에 노력을 쏟곤 한다. 선수들을 휘어잡아 주먹구구식으로 지도하는 건 이제 옛날 방식이다.

 ‘라떼’ 경험만 갖고 젊은 선수들을 쉽게 판단한다면 실패는 뻔히 보이는 결과다.


‘농구 경험 없는’ 이휘걸 코치, 그의 생존법은?

한국은 아직까지 비선수 출신 지도자가 프로팀에서 일하는 경우가 아주 드물다. 

유능한 비선수 출신 지도자가 있다고 한들 농구인들 사이에서 ‘그들이 우리의 밥그릇을 뺏는다’라는 

인식이 강하다. 인천 신한은행의 이휘걸 코치는 폐쇄적인 한국농구판에서 10년 넘게 한 우물을

 파며 전문성 하나로 생존한 인물이다. 그는 농구 선수 출신이 아니다. 프로 레벨은 물론 아마추어나

 유소년 레벨에서조차 선수 경험이 전무하다. 스스로도 “한 번도 농구를 해본 적이

 없다”고 말한다. 날고 기는 슈퍼스타 출신 지도자들과는 출발점부터가 다르다.


이휘걸 코치는 육상 선수 출신이다. 동국대 육상부 시절, 당시 경주 캠퍼스로 전지훈련을 온 용인 

삼성생명 이호근 전 감독의 눈에 띈 그는 군 제대 후 24살의 이른 나이에 대진고 

농구부의 트레이너로 활동하며 농구계에 첫발을 디뎠다. 이후 능력을 인정 받아 청소년 남자대표팀,

 광신정산고 등을 두루 거쳐 프로로 적을 옮긴 그는 삼성생명, 중국 상해 여자농구 팀, 

그리고 지금의 신한은행에 오기까지 여자농구단에서 주로 활동하며 

프로팀이 선호하는 국내 최고의 피지컬 코치 반열에 올라섰다.


선수 출신은 아니지만 농구를 대하는 그의 자세는 확고했다. 

“단순한 트레이닝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다. 결국 중요한 건 농구이지 않나. 

농구에 필요한 트레이닝에 대해 추구하고자 방향성을 잡게 됐다”라고 했다. 

이어 “감사해야 할 분이 있다. 바로 정상일 전 감독님이다. 

내가 중국 상해 여자농구팀 코치로 있던 시절이었다. 나는 농구 선수 출신도

 아닌데 정상일 감독님께서 나의 운동 기능을 좋게 봐주셨는지 연습할 때마다 1대1 파트너, 

상대 센터 역할을 맡기셨다. 직접 선수들과 부딪혀 보니까 느끼겠더라. 

‘아 단순히 이론적인 트레이닝만으로 선수들을 단련시킬 수 없구나. 

트레이너라고 한들 농구를 직접 해보고 알아야 선수들을 지도할 수 있겠구나’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매일 선수들의 1대1 파트너를 하면서 이 선수에게 농구에서 필요한 트레이닝은 

무엇인지에 대해 연구하고 분석했다. 농구에 대한 깨우침을 주신 정상일 감독님은 나의 은인이시다.”


쉽지 않은 길이었다. 중국 문화는 냉혹했다. 열 번 잘해도 한 번의 실패에

 만회할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이를 통해 얻은 절박함이 지금의 그를 있게 했다.


“상해라는 도시 특성상 농구 뿐 아니라 모든 분야에 걸쳐 결과를 보여줘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이 사람이 아니다 싶으면 바로 해고다. 해고 시에는 한국과 달리 잔여 연봉도 주지 않는다.

 1년에 한 번씩 상해시 체육국에서 선수들의 운동 기능이 얼마나 좋아졌는지 일종의 체력장 

같은 테스트를 한다. 그 테스트에서 탈락하면 나는 인정받지 못하는 거다. 또, 중국은 한국과 

달리 체력이 고질적으로 약점이었다. 웜업의 전문성도 떨어졌다. 그런 부분들을 채워주고자 노력했다.

 다행히 결과로 나타났고 많은 지도자들 사이에서 입 소문을 탔다. 다른 팀에서도 여기저기

 우리 선수들도 한번씩 도와달라며 요청이 들어왔다. 중국에서는 한국과 달리 저 같은 보직을 

‘체력 코치’라는 직함을 달아 정식 코치로 인정해준다. 한국이 아닌 

타지에서 인정 받는 느낌을 받아 더 기분이 좋았다.” 이휘걸 코치의 말이다.


비선수 출신 죽었다 깨어나도 선수 출신을 따라잡을 수 없는 벽이 존재한다.

 그 역시 마찬가지였다고. “당연히 선수 시절의 경험과 명성, 든든한 배경이 있다면 

감독직을 수행하는 데 유리한 점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비선수 출신들은 두, 세배의 노력이 필요하다. 

예를 들자면, 이번에 한국 여자대표팀과 맞붙은 세르비아의 감독인 마리나 말코비치도 농구공

 한번 잡아본 적 없는 비선수 출신이다. 지도자가 되기 위해 다방면에 걸쳐 많은 노력을 기울였던 

걸로 알고 있다. 결국 국가대표 감독이 됐다. 새로운 시대의 스포츠 지도자에게 과거와는 다른 

종류의 능력이 요구되고 있다. 말코비치는 이론적인 지식과 소통, 관리, 전술 등 오랜 

기간 노력하고 공부하고 경험을 쌓으며 감독에게 필요한 능력들을 혼자 힘으로 만들어냈다.”


여자농구에만 10년째 몸담고 있는 이휘걸 코치는 현재 신한은행에서는 피지컬 코치의 역할을 

넘어 구나단 감독대행과 경기에 대해 논의하는 역할까지 맡고 있다. 농구 이해도가 높은 구나단

 감독대행과 선수가 좋은 퍼포먼스를 내기 위한 피지컬의 중요성을 알고 

있는 이휘걸 코치의 조합은 올 시즌 신한은행의 선전을 만들어낸 토대가 됐다.


이제는 농구 지도자로서 진지하게 꿈을 키워나가고 있는 이휘걸 코치는 

“연령별 국가대표팀도 맡아보고 남자팀, 여자팀 코치 경험을 통해 보고 배운 것들이 많다.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오랜 기간 쌓았던 내공을 한국 여자농구대표팀에 접목 시키지 못했다.

 이번에도 여자대표팀이 세르비아로 가기 전, 무보수라도 괜찮으니 조금이라도 피지컬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주고 싶었다. 그쪽 파트 만큼은 자신감을 갖고 있었기 때문에 보탬이 되고 싶었다. 

앞으로도 내 생각은 변함없다. 언제가 되든 기회가 된다면 한국

 여자농구를 위해 꼭 돕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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