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투호가 추구하는 빌드업 축구의 완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란전은 큰 무대에서도 성과를 낼 수 있다는 희망을 본 경기였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 대표팀은 24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최종예선 A조 9차전에서 ‘숙적’ 이란을 2-0으로 완파했다.

이란은 알리레자 자한바크시(페예노르트), 메흐디 타레미(FC 포르투), 사만 고도스(브렌트포드) 등

 핵심 자원이 빠져도 무서운 팀이었다. 이란은 경기 초반부터 강한 전방 압박으로 

한국의 빌드업을 방해했다. 벤투호는 경기 초반 공격 전개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하지만 이내 제 페이스를 되찾았고, 그간 추구했던 ‘주도하는 축구’를 했다. 

후방에서부터 짧은 패스로 공격을 풀었다. 이전보다 상대 압박에 당황하는 

모습이 적었고, 몇몇 장면은 빌드업 축구의 완성도를 실감케 했다.

전반 44분 김민재가 상대 진영에서 볼을 끊었고, 이후 황희찬, 이재성, 권창훈, 

손흥민이 패스를 주고받았다. 벤투호는 이란 수비진이 자리 잡고 있는 상황에도 침착하게 

투 터치 이내로 패스를 내주고 움직이며 균열을 일으켰다. 비록 손흥민의 마지막 패스 

후 이재성의 터치가 길어져 무위에 그쳤지만, 전술이 녹아들었다는 것을 보여준 대목이었다.

김영권의 쐐기골도 짜임새 있는 전개로 만들어졌다. 한국의 코너킥 이후 이란 수비진이 재정비를 

채 하지 못했을 때 터진 득점이지만, 이재성과 황희찬이 볼을 주고받을 당시 박스 안에만 8명이 포진해

 있었다. 황희찬과 이재성이 서로의 움직임을 캐치하고 골을 만든 

장면은 내려선 상대에도 충분히 통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물론 한국이 점유만을 추구한 것은 아니다. 강팀을 만나면 주도권을 쥐길 좋아하는 

팀도 빼앗기기 마련이다. 약팀을 상대할 때보다는 압박 강도를 

줄이고, 수비할 때는 확실히 해야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벤투호는 지난해 10월 이란전에서 1-1로 비겼지만, ‘선택과 집중’을 잘했다. 

내려설 때는 제대로 웅크린 채 공세를 막고, 발 빠른 손흥민을 필두로 위협적인 카운터 

어택을 여러 차례 선보였다. ‘강팀을 상대로 점유율 축구가 

통할까?’라는 우려를 불식했다. 이번 이란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란은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21위 강호다. 월드컵에서는 이란보다 강한 팀들이 득실대지만,

 벤투호는 이란과 2연전에서 강팀 상대 해법을 보여줬고 결과까지 얻었다. 

더욱이 빌드업 축구는 점점 농익고 있다. 벤투호의 월드컵이 기대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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