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후회하지 않아요. 완벽한 길, 완벽한 타이밍은 없어요. 

다만 저에게 맞는 방법은 있겠죠. 제게는 훌륭한 마무리입니다”

121주 동안 세계 1위. 3년 전엔 프랑스오픈. 지난해는 윔블던. 올해는 호주오픈. 

'테니스 여제' 세레나 윌리엄스와 함께 클레이와 잔디, 하드코트에서 모두 우승한 선수. 

그래서 별명도 '차세대 테니스 여제'입니다. 올해 만 25살인 바티는 은퇴 선언 다음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려한 수식어가 행복을 결정짓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많은 테니스 선수들이 행복의 기준을 성적과 다른 이들의 시선에 두곤 한다. 

하지만 그녀는 용기 있게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게 가장 존경스럽다”

-이가 시비옹테크 (세계 2위·폴란드)-

바티의 깜짝 은퇴 결정에 놀란 건 팬들만이 아니었죠. 바티가 은퇴하자 갑작스럽게 세계 

1위가 된 시비옹테크 선수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시비옹테크는 바티의 은퇴 소식을 듣고

울었다고 고백했습니다. 바티를 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했는데, 갑자기 은퇴해서 

혼란스러웠다고도 털어놨습니다. 시비옹테크는 “그녀와 경쟁하면서 실력이 나아졌다.

 저는 솔직히 그녀가 벌써 그립다”라고도 덧붙였습니다. 세계 TOP 100에 최연소로 올라 

이제 세계 10위가 된 열여덟 코리 가우프는 격한 찬사를 보냈습니다. 

“그 단어를 얘기하긴 그렇지만, 말할게요.

정말 세계 1위로 은퇴하는 건 최고(savage)예요"

선택을 응원한다지만, 왜 바티가 갑작스레 은퇴를 말했는지는 

긴 시간 호흡을 맞춘 파트너도 궁금했습니다.

*캐시 델라쿠아 (바티의 복식 파트너) : “호주오픈 우승하고 세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선수가 됐잖아. 이런 결정을 내리기 어렵지 않았어?”

*애슐리 바티 (세계 1위) : “맞아. 내 커리어의 두 번째 페이지였던 호주오픈 우승 이후

 관점이 바뀌었어. 행복이 결과에 좌우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어. 나에게 성공이란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했다는 거야. 내게 가장 아름다운 

스포츠인 테니스를 위해 모든 걸 다했다고 느껴”

스스로는 관점이 바뀌었다고 말했지만 사실 바티는 예전부터 그래왔습니다. 다른 사람들의 

시선보다 내 안의 목소리가 말하는 곳에 귀를 기울였습니다. 17살에 호주오픈과 윔블던, 

US오픈 여자복식에서 준우승을 차지했을 때, 관심이 쏟아지자 그다음 해 테니스를 그만뒀습니다. 

프로 크리켓팀에 입단해 2년 가까이 코트에 나오지 않았죠. 그리고 코로나로 쉬면서도 테니스를 

못하는 상황에 초조해하지 않았습니다. 골프를 했고 지역대회 우승까지 차지했습니다. 

그래서 바티가 젊어서 그만둘 거란 말은 있었지만 그래도

 그때가 25살일 줄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국민 영웅' 바티. 그리고 올해 1월 호주오픈에서 우승하면서 바티는 또 하나의 별명을 얻었습니다. 

호주인이 호주오픈에서 우승한 건 44년 만이었죠. 호주 원주민 출신인 바티의 성공에 테니스를 

치는 호주 어린이의 수는 지난 1년 동안 거의 30% 늘었습니다. 이들 가운데 다수는 원주민 공동체 출신입니다.

 바티가 은퇴를 결심할 때 생각했던 건 '국민 영웅'이 주는 명예와 부가 아닌 어린이들이었던 것 같습니다.

은퇴하고도 테니스를 놓지는 않을 거라면서 이들을 돕겠다는 말을 빼먹지 않았습니다.

다시 돌아오긴 했지만 3번 연속 제패한 뒤 서른 살에 은퇴를 선언했던 '농구 황제' 마이클 조던.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 코트를 떠났던 조던은 이듬해 야구 선수로 복귀한 적이 있죠. 

그래서 바티가 골프 선수로 등장하는 거 아니냐는 말이 나옵니다. 전 세계 1위이자 바티의 친구

 시모나 할렙(세계 19위·루마니아)는 “이제 다음 스텝은 뭐야?

 골프 그랜드 슬램?”이라며 눈물을 흘리며 응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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