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은 늘 마지막인 줄 모르게 온다. 준비 안 된 이별은 늘 아쉬움이 남는 법이다.
코로나19 확산세 속에서도 최선을 다해 여자배구 마지막 경기를
치른 두 감독이 갑작스럽게 끝난 리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GS칼텍스와 흥국생명은 21일 인천삼산월드체육관에서 이번 시즌 여자배구 마지막 맞대결을 펼쳤다.
경기는 GS칼텍스의 3-0(25-19 25-23 25-21) 승리였지만 사실 큰 의미는 없었다.
코로나19 확진 여파 속에 한국배구연맹(KOVO)이 이날 경기를 끝으로 리그 종료를 선언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 불안함을 토로하던 차상현 GS칼테스 감독과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리그의 앞날을
모른 채 경기를 진행했다. 취재진에게는 경기 도중 통보가 됐지만 감독들은 중단
사실을 모른 채로 경기에 임했다. 여느 때와 다름 없이 치열하게 맞붙으며
경기장을 찾은 489명의 팬들을 위해 최선의 경기를 보여 줬다.
경기가 GS칼텍스의 승리로 끝나고 양팀 감독은 리그
중단 소식을 전해 들었다. 만감이 교체하는 순간이었다.
박 감독은 경기 후 팬들에게 인사를 전하며 눈물을 글썽이기도 했다.
박 감독은 “무슨 일이든 마무리할 때는 아쉬움이 크니까 그런 의미였다”고 설명했다.
차 감독은 “2년 전에도 우리가 마지막 경기였다”고 떠올렸다. 2019~20 시즌 덮친 코로나19는
결국 리그 조기종료로 이어졌는데, 당시 현대건설과 GS칼텍스의 경기가 시즌 마지막 경기가 됐다.
한 번 겪었던 일이지만 이번에는 당시보다 더 어수선했다. 중단과 재개, 매뉴얼 번복 등이 이어지면서
구단들 입장에서도 제대로 대응할 시간이 부족했다. 차 감독은 “그때는 선수들이 확진돼 종료된 게
아니라 외부 확진으로 위험하다고 했는제 지금은 각 팀에 확진자들이 나오면서 경기력을 발휘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혼란해하던 차 감독은 “뭔가 모르게 허무하다”면서 “선수들에게
갑자기 마무리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은 상황이 됐다. 지금 무슨 말 하는지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혼란스럽고 아쉽기는 마찬가지였다. 특히 흥국생명은 이날까지 단 2명의 선수만 확진돼 전체
구단 중 가장 적은 선수가 확진됐다. 혹여 리그에 피해가 가지 않도록 관리에 더 철저했기에 아쉬움이 컸다.
박 감독은 “선수들이 방침을 잘 따르고 본인들이 잘 절제하고 지켜줘서 이런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했다.
갑작스러운 종료에 당혹스러워하면서도 두 감독은 차후 계획을 조심스레 밝혔다.
차 감독에게 ‘무엇을 할 계획이냐’고 묻자 “일단 낚시를 가고 싶다”고 웃으며 “이렇게 마무리한
적은 없는데 구단하고 협의해서 팀의 마무리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감독도 “내일 점심
먹고 해산하고 휴식 주고 그다음 절차는 구단 방침 따라 움직일 것”이라고 말하며 한 시즌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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