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급해 하고 안달 할 필요가 없다고 한다. 

조용히 지켜보며 그냥 기다리면 된다고 한다.

KBO 리그에는 이런 투수와 타자들이 많다. 대부분 팀의 베테랑들이다. 

당장은 부진해 슬럼프에 빠진 것 같아도 한 시즌 전체를 두고 

보면 반드시 반등해 시즌 평균 성적은 올린다는 뜻이다.

홈런에 관한 한 박병호와 최정 나성범도 이런 류의 속하는 대표적인 타자들이다.

하지만 지난 2년 동안은 달랐다. 

최정과 나성범이 30홈런을 넘어 제 몫을 해 주는 동안 박병호는 소위 말하는 죽을 쒔다.

2년 연속 20홈런에도 불구하고 타율은 2할 초반대에 머물렀다. 

2020년에는 규정타석조차 채우지 못하면서 타율은 0.223에 그쳤고 

2021년에는 타율 0.227로 규정타석을 채운 54명의 타자 가운데 54위였다.

삼진은 평소 시즌과 마찬가지로 100개가 넘어섰으나 볼넷을 평소의 반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이 바람에 2011년부터 9년 연속(2016~2017년 제외) 두 

자릿수 홈런을 날린 이후 장타율뿐만 아니라 출루율도 최하였다.

물론 지난해는 손가락 부상에다 허리 부상 등 다양한 악재가

 겹친 탓이지만 "그냥 기다리고 있으면 된다"는 쪽과는 거리가 멀었다.

이런 박병호가 2022시즌을 맞아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시즌이 끝난 뒤 FA 자격을 얻어 kt와 3년 총액 30억원에 계약하며 새 출발에 나섰다. 

넥센 수석코치 시절 누구보다 박병호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이강철 kt 감독이 그를 부른 것이다.

박병호는 시범경기 2번째 경기인 18일 KIA전에서 1회말 선제 좌월 2루타로 첫 타점을 

올린데 이어 1-1이던 4회말에는 윤중현의 3구째인 122㎞ 직구를 그대로 받아쳐 좌측 담장을 훌쩍

 넘기는 좌월 홈런으로 시즌 첫 홈런을 신고했다. 

결승홈런일 뿐만 아니라 혼자서 팀의 2득점을 모두 올렸다.

박병호는 이에 그치지 않고 20일 SSG전에서는 2타수 2안타 1타점 1볼넷으로 3출루 경기를 만들었다. 

아직은 시범경기일뿐이지만 박병호는 이강철 감독의 기대에 완전히 부응하고 있다.

올시즌부터 KBS N 스포츠 야구해설위원으로 데뷔한 염경엽 KBO 기술위원장은 박병호의 

경기를 지켜본 뒤 "올해 박병호가 3할 타율에 30홈런 이상을 날릴 수 있다"고 장담하기도 했다.

이러한 박병호에 견주어 아직 최정과 나성범은 홈런포를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최정은 지난해 시범경기 6경기에서 1홈런, 나성범은 NC 시절이던 2019년과 

2020년에도 시범경기에서 홈런이 없었지만 정규시즌에서는 모두 홈런 30개를 넘어섰다. 

그리고 2020시즌에는 최정 35개, 나성범 33개로 나란히 홈런 1,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묘하게도 KBO 리그를 대표하는 토종 홈런타자들인 박병호 최정 

나성범 트리오가 나란히 홈런 10위안에 동시에 랭크된 적은 한번도 없었다.

2012년 박병호가 첫 홈런 1위(31개)에 오른 뒤 4년 연속 홈런 1위에 이어 2019년

개인통산 5번째 홈런 1위에 오르고 최정이 2017년에 이어 지난해 통산 2번째 홈런 

1위를 했으나 이들 트리오가 동시에 홈런왕 경쟁을 하지를 않았다.

2012~2013년, 2018~2019년에는 박병호와 최정이, 2014~2015년에는 

박병호와 나성범이 홈런 수에서 차이는 있지만 홈런 10걸에 랭크됐고 2020~2021시즌에는 

최정과 나성범이 뜨거운 홈런왕 경쟁을 벌였을 뿐이다.

이제 부활을 꿈꾸며 박병호가 통산 6번째 홈런왕 사냥에 나선다. 

여기에 2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최정, 

그리고 150억원이라는 거액으로 NC에서 KIA로 둥지를 옮긴

 나성범의 사상 첫 홈런왕 도전이 기다리고 있다.

2022 KBO 리그 토종 홈런타자 트리오가 펼칠 홈런싸움이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게 될지 기다려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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