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살아가면서 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중에서도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은 우리가 처음 맺는 인연이다.
하나의 인연이라고 한들 서로 간 연결고리는 다양하다.
배구라는 연결고리를 만들어 서로의 삶을 공유하고 만들어가는 가족들이 있다.
<더스파이크>가 이들과 함께 행복한 추억을 만들어보려고 한다.
‘배구는 사랑을 싣고’의 세 번째장은 이다현x이준영 남매와 함께 만들어봤다.
과거 선경에서 활약한 어머니 류경수 씨뿐만 아니라 남매까지 한 가족이 모두 같은 미들블로커
포지션으로 배구를 접했다. 같은 포지션인 만큼 공유할 수 있는 공통분모가 다양했다.
누나 현대건설 이다현은 프로 3년 차에 접어들었다. 앞선 두 시즌에는 백업 미들블로커에 그쳤다면,
이번 시즌에는 모든 경기에 주전으로 코트를 밟고 있다.
현재까지 블로킹 2위(세트당 0.735개), 속공 2위(성공률 46.88%)에 이름을 올리며 본인의 입지를 다지고 있다.
동생 이준영은 올해 한양대학교에 입학했다.
198cm의 큰 신장으로 속공이 빠르고 공격수를 쫓아다니는 능력과 센스가 좋다는 평가를 받았다.
인창고 시절 2021 춘계 전국남녀중고배구연맹전에서 3위를 기록했을 뿐만 아니라 블로킹상을 수상했다.
잠재성을 인정받은 이준영은 작년 2021 미래국가대표 육성사업에 선정되었다.
누나는 프로에서, 동생은 대학에서
자신만의 길을 걷고 있는 중
Q. 준영 선수를 아직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자기소개 먼저 부탁드릴게요.
준영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한양대학교에 입학하게 된 미들블로커 이준영이라고 합니다!
Q. 대학교 입학 축하드려요. 성인이 되고 대학교 입학 기념으로 가족들이 선물해준 게 있을까요.
준영 부모님께서 선물해주시겠다고 했지만 제가 그냥 돈으로 받겠다고 했어요.
제가 사고 싶은 걸 사겠다고 해서 현금으로 받았습니다(웃음).
누나는 코트를 사줬어요. 요즘 잘 입고 다니고 있어요.
Q. 또 대학 리그를 앞둔 소감은 어떠실까요.
준영 제가 주전으로 출전할지는 제가 하기 나름이잖아요.
만약 경기에 들어가면 저한테 거는 기대가 있다고 생각하게 돼요.
‘1학년이니까 괜찮겠지’라는 생각보단 최선을 다해서 좋은 성적을 내고 싶어요.
또 막내인 1학년인 만큼 분위기를 올리기 위해 파이팅도 열심히 하고 싶어요.
Q. 다현 선수는 올스타전에서 세리머니 상을 받으셨어요.
많은 팬분들이 깜짝 놀랐는데 원래 본인의 모습일까요.
다현 많은 분들이 올스타전을 보고 제가 그럴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이미지가 안 그랬는데 많이 놀라셨어요. 하지만 원래 제 성격입니다(웃음).
Q. 준영 선수가 본 누나의 올스타전 활약은 어땠나요.
준영 원래 춤을 잘 추는 건 알고 있었는데 그 정도일 줄은 몰랐어요.
집에서 ‘올스타전 때 보여줄게’라고 이야기해서 말만 하고 안 하는 거 아닐까 걱정했는데 정말 하더라고요.
미들블로커 배구 가족
“집에서 항상 배구 이야기만 해요”
Q. 준영 선수는 어떻게 배구를 하게 됐는지
궁금하네요(이다현은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발레를 하다가 배구로 전향했다.)
준영 저도 원래 초등학교 2학년부터 6학년까지 축구를 했어요.
축구 흥미가 떨어져서 그만두고 공부를 하려고 했어요.
근데 공부가 저랑 안 맞는 것 같더라고요. 엄마한테 배구하고 싶다고 얘기했더니,
‘한 번 해봐라’라고 해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Q. 어머니부터 남매까지 모두 배구 선수에 미들블로커 가족이네요.
같은 포지션인 만큼 서로에게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은데,
배구 이야기를 하게 되면 어떤 이야기를 자주 나누시나요.
다현 저희 가족이 배구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하는 편이에요.
3명이 포지션이 같으니까 공유할 수 있는 게 많아서 좋아요.
미들블로커로 블로킹이 기본이 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블로킹에 대해서 이야기를 가장 많이 해요.
준영 블로킹 자세나 타이밍 같은 섬세한 부분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눠요.
또 배구 이론은 같잖아요. 누나랑 성별은 다르지만 누나가 프로 감독님이나
지도자분이 알려준 걸 저한테도 말해줘요. 많이 배우고 있죠.
Q. 배구 이야기를 하게 되면 누가 먼저 말문을 여나요.
다현 저랑 준영이요. 집에서 거의 항상 배구 이야기를 하는데
‘이런 훈련을 했는데 이게 잘 안됐다’하면 옆에서 봐주고 피드백을 제시해줘요.
Q. 어머니는 배구에서 이야기를 많이 해주시면 아버지는 어떤 역할을 해주실까요.
다현 아빠는 일단 되게 웃긴 사람이예요(웃음). 배구적으로 소외감을 느낀다고 이야기하시는데,
저희가 엄마랑 배구 이야기를 하다가 마찰이 생길 때마다 중재하거나
분위기를 띄워주는 역할을 많이 해주세요. 또 아빠 말투가 웃겨요.
저희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 농담을 자주 던져주시고, 분위기를 잘 풀어주세요.
Q. 어릴 때 기억에 남는 일화 들려주실 수 있나요.
다현 부모님이 안 계셨을 때 저랑 동생이랑 크게 싸운 적이 있었어요.
계속 때리고 움직여서 제가 준영이를 바닥에 눕혀서 한 시간 동안 제압을 했어요.
근데 저도 모르게 새끼발가락이 부러져 있더라고요.
단지 어렸을 때 투닥거렸던 것뿐이지 사이는 되게 좋게 지냈어요. 지금도 좋아요.
준영 아직까지 서러운 일이 있어요. 어렸을 때 춘천으로 레일바이크를 타러 놀러 간 적이 있어요.
어릴 때니깐 말싸움을 자주 하잖아요.
제가 먼저 누나한테 뭐라 해서 말싸움이 붙었다가 누나가 헤드락인가 목을 잠깐 잡았어요.
그러고 제가 누나를 한 번 발로 찼는데, 엄마는 제가 발로 찬 것만 보셨어요.
누나는 레일바이크 타게 하고 저는 가족들이 다 탈 때까지 1시간 반 동안 서 있었던 기억이 있어요.
같은 포지션인 만큼
서로에게 닮고 싶은 것도 많아요
Q. 두 선수 모두 배구를 하는 데 있어서 동기부여가 됐던 일은 뭘까요.
다현 저는 이번에 대표팀을 다녀온 거요.
한국 선수들만 보고 배구를 하면 우물 안 개구리가 될 수 있잖아요.
넓은 무대에서 세계적인 배구 흐름도 익히고 큰 선수도 보면서
제가 앞으로 뭘 더 해야 하는지에 대한 목표 의식이 뚜렷해졌어요.
준영 저는 얼마 전에 다녀온 ‘2021 미래국가대표 육성사업’이요.
차출돼서 가본 게 처음이라 신기했어요. 다른 팀 선수들이랑 훈련하면서 청소년 대표팀 느낌도 들었어요.
누나를 볼 때도 동기부여가 돼요. 누나가 프로에서 잘 나가는 팀의 중심 멤버가 되어서 활약하고 있는
거랑 팬들한테 사랑받는 걸 보면서 ‘나도 저렇게 누나처럼 되면 얼마나
좋을까’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렇게 되기 위해서 더 열심히 하게 돼요.
Q. 다현 선수의 롤모델은 양효진 선수로 잘 알려져 있는데, 준영 선수의 롤모델은 누구인가요.
준영 저는 한국전력 신영석 선수요! 저랑 중고등학교를 같이 나오셨어요. 또 대한민국에서 제일
잘하는 미들블로커로 많은 사람들이 뽑았잖아요. 제가 미들블로커에 비해 움직임이 큰 편이에요.
신영석 선수도 속공을 할 때 보면 움직임이 큰데도 불구하고 빨리 때리고 자유자재로 하는 게
저랑 비슷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또 블로킹 손 모양이 예쁘고 타이밍도 좋아서 닮으려고 노력을 하고 있어요.
Q. 같은 포지션으로 배구를 하고 있는 만큼, 서로에게 닮고 싶은 부분이 있을까요.
다현 준영이는 체공 시간을 활용하는 속공 공격을 많이 해요.
블로커를 가운데 두고 끌거나 잘라 먹는 스타일의 공격을 자주 하는데
제가 하고 싶은 속공 스타일과 비슷해요. 이걸 닮고 싶어요.
준영 저는 누나 블로킹을 특히 닮고 싶어요. 프로 경기 중계에는 느린 화면을 반복해서 재생해주잖아요.
그걸 볼 때마다 누나 손 모양이랑 자세를 보는데 ‘진짜 반듯하고 좋구나’라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또 누나가 이단 연결도 잘해요. 이제는 미들블로커라고 이단 연결을 대충할 수
없잖아요. 누나가 굉장히 잘한다고 생각해서 블로킹이랑 이단 연결을 배우고 싶어요.
Q. 그럼 반대로 이건 내가 잘한다는 건요.
다현 배구를 하는 데 있어서 보이지 않는 섬세한 부분들에
있어선 아무래도 제가 2년 정도 더 오래 했기에 나은 것 같습니다(웃음).
준영 사실 제가 누나보다 뭐가 더 나은지 잘 모르겠는데,
굳이 자신 있는 걸 뽑자면 속공이 아닐까 싶어요.
Q. 서로가 배구를 하는 걸 보면서 안쓰러웠던 적 있었을까요.
준영 누나가 고등학교 2학년 때 배구로 엄마랑 자주 언쟁이 있었어요.
그리고 드래프트를 앞두고 있었을 때, 저는 누나가 무조건 프로에 갈 거라 생각해 긴장감은 없었어요
. 그런데도 누나는 성당에서 초를 켜고 기도를 하는 걸 보면서 많이
긴장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그때가 안쓰러웠어요.
다현 준영이가 고2에서 고3으로 올라가는 겨울에 항상 점프가 부족하다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코로나19 때문에 학교 훈련도 쉬고 체육관도 개방을 안 하고 있었어요. 우리 집이 한강공원이랑
가까운데 눈이 펑펑 내리는 날에도 꼬박꼬박 나가서 매일 줄넘기를 하더라고요.
100개씩 10세트를 빼먹지 않고 고3 내내 하는 걸 보면서 ‘뭐라도 되겠다’라고 느꼈어요.
Q. 끝으로 서로가 서로에게 응원의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다현 준영이가 최근에 더 성장하고 싶은데 본인이 생각하는 것처럼 잘 안된다고 연락을 했어요.
아무래도 고등학교보다 대학교가 수준이 높아서 그런 것 같더라고요. 또 대학교에서 프로에
오게 된다면 또 수준 차이를 겪게 될 건데 그럴 때마다 어려움을 마주할 거잖아요.
그때마다 지혜롭게 본인이 뭘 해야 하는지 정확하고, 냉정하게 생각해서 잘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준영 프로 시즌은 장기전이잖아요. 한 경기 안 됐다고 스트레스 받거나 깊게 생각 안 했으면 좋겠어요.
지금 엄청나게 잘하고 있잖아요. 또 누나 부상에 대해 팬분들이 걱정해주시는 것 같아요.
누나 동생으로 말씀드리길, 누나 몸은 이제 굉장히 튼튼해졌어요(웃음). 그런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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