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프로농구 우리은행 선수단은 지난 휴식기 동안 뒤늦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훑고 지나가는 바람에 크게 어려움을 겪었다.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 대부분이 코로나19에
걸려 지난 12일 예정된 하나원큐와의 경기가 연기되기도 했다.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정규리그를 무사히 완주하는 게 목표”라고 말할 정도였다.
힘든 상황에서 맞은 지난 16일 우리은행과 KB스타즈의 경기. 휴식기 후 첫 실전이었지만
우리은행은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경기력으로 정규리그 우승팀 KB를 86-79로 꺾었다.
더구나 에이스 박혜진과 베테랑 김정은이 각각 컨디션 난조와 코로나로 인해 결장한 상황.
힘겨운 승부가 예상됐으나 자존심이 걸린 라이벌 대결을 완승으로 이끌었다.
KB에서는 기둥 센터 박지수가 허리부상으로 빠지긴 했지만 간판 슈터 강이슬,
주전 가드 심성영·허예은에 김민정·염윤아·최희진 등 베스트 멤버가
모두 나섰다는 점에서 승리의 의미가 결코 작지 않았다.
사실 위성우 감독은 긴 시간 휴식기를 가진 만큼 이날 경기를 통해 선수들의 체력을 끌어올리고,
경기 감각이나 컨디션을 조율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그러나 김소니아와 박지현, 김진희를 비롯해
어린 선수들이 제몫 이상을 해냈다. 우리은행은 득점은 물론 리바운드(28-25)와 어시스트(22-17),
속공과 페인트존 점수(47-32)까지 KB에 우위를 보이며 시즌 맞대결 전적을 3승 3패로 균형을 맞췄다.
KB의 올 시즌 4패 가운데 3패가 우리은행에 당한 것이다.
고무적인 것은 이날 경기에서 우리은행이 강팀으로서 ‘지속 가능성’을 확인했다는 점이다.
기대주 박지현은 여전히 성장 중이고, 김소니아의 득점력은 위력을 더해가고 있다.
내·외곽을 오가며 득점과 궂은 일을 도맡아 하는 최이샘의 에너지도 여전했다. 포인트가드 김진희의
패스와 슈팅도 휴식기 이전보다는 나아진 모습이었다.
신인 김은선은 대담한 플레이를 통해 존재감을 어필했다.
이들은 몇 년 뒤 김정은과 박혜진이 은퇴하면 팀을 이끌어갈 자원이다.
특히 우리은행의 강점인 특유의 조직력이 인상적이었다. 한 쪽에서 드리블을 치고 돌파하면
반대편에서 잘라 들어가고, 수비에 막히면 자연스럽게 밖으로 패스를 내보내 슛 찬스를 만드는 등
유기적인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수비에서도 상대를 강하게 압박해 실책을
유발하거나 가로채기로 역습 기회를 만드는 모습은 왜 우리은행이
‘강팀’으로 꼽히는지를 알 수 있게 해준 대목이었다.
안덕수 KBSN 해설위원은 17일 전화통화에서 “어제 KB전은 우리은행이 라이벌전 승리와
함께 세대교체의 단초를 찾을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수확이 있었던 경기”라며 “전통의
강호로서 우리은행의 위용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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