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는 시범 경기서 다양한 타순을 실험하고 있다. 

주축 선수들이 스타팅으로 대거 나오는 것도 최적의 조합을 찾기 위함이다.

그런데 눈에 띄는 대목이 한 가지 있다. 

공격력을 갖춘 포수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유강남이 9번 타순에 배치되는 경우가 잦다는 점이다.

유강남과 9번 타자는 잘 어울려 보이지 않는다. 

그럼에도 류지현 LG 감독은 유강남 9번 기용에 의지를 갖고 있다. 

왜 류 감독은 유강남 9번 카드를 쉽게 버리지 못하는 것일까.

상대가 쉽게 투수 기용을 하지 못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큰 이유다. 

LG 타순의 특성상 1번부터 3번까지는 좌타자로 확정이 됐다고 봐야 한다.

1번 홍창기, 2번 박해민, 3번 김현수까지 좌타자가 줄줄이 등장한다. 

여기에 9번까지도 당초 예정됐던 서건창이 들어가게 되면 좌타자만 4명이 계속 타석에 서게 된다.

류 감독은 "9번부터 4명이나 좌타자가 등장하게 되면 상대팀이 투수 전략을 짜는데 수월할 수 있다. 

좌완 계투 요원을 집중 투입할 수 있는 위험성이 있다. 

9번 타자는 우타자를 기용하는 것이 보다 효율적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힌 바 있다.

좌타자는 좌투수에 약하다는 야구의 상식에 근거한 결정이다. 틀린 말은 아니라고 할 수 있다. 

상대에게 쉽게 투수 교체를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는 것은 좋은 방법이 아닐 수 있다.

그러나 그 타자가 유강남이라면 한 번 쯤 더 생각을 해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유강남은 좌투수에 강한 우타자가 아니기 때문이다.

유강남은 지난 해 좌투수를 상대로 0.195의 타율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오히려 우투수에게 0.282로 잘 쳤다.

체인지업에 약했기 때문이다. 이제 KBO리그의 대부분 투수들은 체인지업을 잘 구사한다. 

우타자 바깥쪽으로 떨어지는 체인지업에 강세를 갖고 있는 투수들이 대단히 많다. 

우타자가 좌투수의 공을 잘 공략하기 어려워 진 이유다.

유강남도 같은 이유로 좌투수에게 고전을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유강남은 스탯티즈 기준 체인지업 타율이 0.217에 불과했다. 

우투수는 우타자에게 체인지업을 많이 쓰지 않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좌투수가 던진 체인지업에 고전을 많이 했다는 것이 드러나는 수치다.

물론 다른 9번 후보인 서건창도 지난 해 좌투수에게 약점을 보였다. 타율이 0.172에 불과했다. 

그러나 2020 시즌에는 좌투수 상대 타율이 0.276으로 나쁘지 않았다.

타격 폼을 수정하면서 좌투수에 대한 약점을 많이 지울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A팀 투수 코치는 "좌투수들이 체인지업을 던지기

 시작하면서 좌투수 상대 우타자의 타격 성공 비율이 떨어지고 있다. 

우타자라고 해서 좌투수에게 강세를 보이는 것은 아니라고 봐야 한다. 

아무래도 아직까지는 좌타자에게 좌투수가 강하다는

 이미지가 강하지만 결과는 반대로 나오는 경우도 적지 않다. 

LG에 좌타자가 많지만 좌투수 공략을 잘하는 

좌타자들이 많기 때문에 쉽게 좌완 불펜을 기용하기 어렵다. 

확실한 카드가 아니면 좌투수를 쓰기 곤란한 경우가 더 많다. 

타 팀의 일이지만 굳이 좌타자들을 떨어트려 놓을 필요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LG는 앞으로도 9번 유강남 카드를 계속 실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강남이 좌투수 상대로 스트레스를 받고 있음을 감안한다면 굳이 유강남에게 어

려운 짐을 지울 필요가 있느냐는 지적도 동시에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류지현 감독의 최종 결정은 무엇일까. 어떤 결정이 나든 우타자가 반드시 

좌투수에게 강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