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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쟁이티비 0 416 2022.03.15 08:57

2022년 V-리그에서 팬들의 관심을 받는 선수가 한 명 있다.

 바로 IBK기업은행 세터 김하경이다. 김호철 감독을 만난 후 김하경의 배구 인생은 180도 달라졌다.

 백업이 아닌 주전으로 경기를 뛰고, 그 어느 때보다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다. 

김하경은 순탄치 않은 길을 걸어왔다. 프로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실업팀에서 2년을 뛰었고, 

다시 돌아왔을 때도 그녀의 자리는 없었다. 4R 흥국생명전이 끝난 후 눈물을 쏟아낸

 김하경을 본 많은 팬들은 그녀의 마음고생이 그동안 얼마나 심했는지 짐작할 수 있었다. 

올 시즌 V-리그 스타로 떠오른 김하경과 이야기를 나눴다.

 

“리그 중단되어 아쉽죠”

“김호철 감독님은 나의 롤모델”


Q. V-리그에서 뜨거운 선수 중 한 명이 하경 선수라고 

많은 이들이 말하곤 합니다. 인기 실감하시나요.


확실히 예전보다는 많아진 것 같아요. 주위 사람들에게 연락도 많이 오고요.

 항상 경기 끝나면 ‘하경아, 오늘 경기 잘 봤어’라고 해요.


Q. 분위기를 타던 찰나에 코로나19로 리그가 중단되어 많이 아쉬울 것 같아요.


정말 아쉬워요. 이번 시즌 들어 가장 잘나가던 시기였잖아요. 이렇게 되었으니,

 팀원들 모두 지금의 상황을 안타까워해요. 그래도 어쩔 수 없잖아요. 모두가 조심하고 있고

, 방역수칙 철저히 지키며 생활하고 있어요. 컨디션에는 큰 문제 없어요.


Q. 데뷔 후 처음 주전으로 시즌 치르고 있어요. 기분이 남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처음에는 걱정이 많았어요. ‘내가 잘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하다 보니 걱정보다 오로지 경기 생각만 하게 되더라고요.

 내 플레이를 고민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상대 팀을 이길 수 있을지에 대한 생각이요. 

또한 감독님이 하라는 플레이에 대해서도 많이 연구하고 있어요.

모르는 거 언제든 물어보라고 하셔서 바로바로 물어보며 감독님을 괴롭히고 있습니다(웃음).


Q. 김호철 감독 부임 후 김하경 선수의 배구 인생도 달라졌다는 이야기가 많아요.


그렇죠. 어떻게 보면 저에게는 좋은 기회잖아요. 잘 살려가야죠. 

감독님이랑 함께 하는 동안 많은 걸 배우려고 노력 중이에요.


Q. 경기를 치르면 치를수록 나날이 발전하고 있다는 걸 느껴요. 쑥쑥 성장하는 비결이 있다면요.


딱히 비결은 없어요. 다만 계속 경기를 치르고, 그 경기에 주전으로 뛰다 보니 느끼는 게 많아요.

 예전에는 잠깐잠깐 들어가는 게 전부였고, 제 할 것만 생각해야 했어요. 하지만 지금은 아니에요.

 제가 어떻게 하면 팀에 도움이 될 수 있을지 생각을 하고, 

또 전반적인 경기 운영을 어떻게 해야 되는지 머리로 생각해요. 보는 시야가 넓어졌다고 봐요.


Q. 어떤 마음가짐으로 경기를 하는지도 궁금해요.


요즘에는 그냥 재밌게만 하려고 해요. 항상 선수들끼리도 모이면 ‘우리 플레이만

 하자’라고 말하죠. 후배들도 있지만 언니들도 있잖아요. 언니들 믿어가며 열심히 해야죠.


Q. 한 달 전에 김호철 감독님과 인터뷰를 가질 때 “정말 많은 노력을 

하는 선수가 하경이다”라는 말을 남겼어요. 평소 어떤 노력을 하는지 궁금해요.


운동할 때는 물론이고 평소 감독님께 들었던 지적을 안 들으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경기 끝나고 저만의 노트에 이런저런 흔적을 남겨요. 훈련, 경기 끝나고 한 번씩 

그 노트를 읽어 보는 편이죠. 적으면 어떤 기록이든 남잖아요. 그때그때 적으면 잊어버리지도 않고요. 

감독님께서 한 번 기록을 남겨봤으면 좋겠다고 권유하셨어요. 

괜찮을 것 같아서 해봤는데, 많은 도움이 되고 있어요.


Q. 감독님께서는 항상 해법을 찾길 바라고, 공부하길 바라시는 것 같아요.


정말 맞아요. 지금도 배구 공부를 계속하시고, 배구 열정이 남다르세요. 어떻게 하면 선수 개개인의 

능력을 향상시킬 수 있는지 고민하시고, 또 선수들에게 많은 부분을 잘 알려주시는 분이에요.


Q. IBK기업은행 내 많은 선수들이 ‘올 시즌 이대로 끝나지 않았으면’ 

하는 말을 많이 하곤 해요. 하경 선수도 이 말에 크게 동감할 것 같습니다.


지금 리그가 잠시 중단 중인데, 이대로 시즌이 멈추지 않았으면 하죠. 팬들도 그렇고,

 선수들도 마찬가지로 리그가 무사히 끝나길 바라요. 남은 경기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자신 

있거든요. 2019-2020시즌처럼 조기 종료는 안 됐으면 하는 게 모든 선수들의 바람일 거예요.


실업, 오랜 백업 생활

“결국 버티는 게 중요해요”


Q. 이젠 연차가 제법 쌓였어요. 이전과 비교해 달라진 부분이 있다면요.


연차의 차이는 아닌 것 같고요. 지난 시즌까지는 웜업존, 백업의 위치에서 경기를 했잖아요. 

그 차이인지는 모르겠지만, 지금은 경기에 들어가면 여유가 생겼다고 해야 할까요. 

꾸준히 경기를 치르다 보니 그런 것 같아요(웃음).


Q. 프로에 오기 전 함께 했던 원곡고 배구부가 해체됐잖아요. 

어떻게 보면 하경 선수도 아쉬움이 많이 클 것 같습니다.

 10대의 마지막을 함께 보낸 곳이잖아요. 함께 뛰었던 선수들도 지금 프로에 많이 있지 않나요.


(한)다혜, (강)소휘(이상 GS칼텍스), (이)한비(페퍼저축은행), 

(하)효림(KGC인삼공사)이가 지금 프로에 뛰고 있죠. 

처음 원곡고에 배구부가 생길 때 정말 힘들게 창단됐다고 들었거든요. 최근에 배구부 해체라는 

결과를 들었을 때는 ‘이게 무슨 일이지?’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던 것 같아요. 금방 없어지니 허무했죠.


Q. 프로에서 세 시즌을 소화하다가 잠시 IBK기업은행을 떠났습니다. 

실업에서 약 2년간 뛰었는데, 그때 어떤 사정이 있었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을지요.


음…그때 당시에는 제가 뛸 자리가 없었어요. 자유계약(FA)을 통해 (염)혜선(KGC인삼공사) 언니가 왔고요. 

(이)고은(한국도로공사) 언니도 팀에 있었고요. 사실은 배구를 그만두려 했었어요.

 그런데 IBK기업은행도 그렇고, 부모님께서도 실업팀이라도 가자고 하시더라고요. 언젠가는 기회가 올 거라고요.


Q. 실업에서 뛰면서 느낀 게 있다면요.


가장 달랐던 점은 대회를 나가면 제가 항상 주전으로 뛰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그리고 팀 동료들 나이대도 저와 비슷하거나 아니면 저보다 어렸어요. 물론 환경도 열악하고, 

우리만의 체육관도 없으니 프로에 있을 때보다 불편했던 건 사실이죠. 그래도 재밌게 했던 기억이 나요.


Q. 약 2년의 실업 생활을 마치고 김우재 전 감독의 부름으로 2019년에 IBK기업은행으로 다시 돌아왔어요. 

하지만 돌아왔을 때도 하경 선수의 자리는 없었어요. 주전보다는 백업의 위치에서 다시 시작해야 했잖아요.


알고 들어간 거기에 실망감은 없었어요. 당시 김우재 감독님께서 저를

불러주셨을 때도 들었던 생각이 ‘나는 (이)나연 언니의 뒤를 바쳐줘야 한다’였어요. 

그냥 팀에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었어요.


Q. 어떻게 보면 하경 선수는 웜업존에 오래 머물다 주전으로 올라선 거잖아요. 

오랜 힘든 시간을 이겨냈기에 지금 주전 경쟁 혹은 여러 이유로 

힘들어하는 선수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아요.


웜업존에 오래 있다 보면 많은 생각이 들기는 해요. ‘왜 나는 운동을 많이 해도 경기 못 뛰지?’

라는 생각도 했어요. 힘들어도 버티고 이겨냈으면 좋겠어요. 이 길이 자신의 길이라 믿는다면 힘들어도 

계속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저도 버티길 잘 했다고 생각하고, 천운이 따랐다고 봐요.


Q. 많은 배구 팬들이 김하경 선수와 GS칼텍스 김유리

 선수의 인생 흐름이 비슷하다고 말해요. 인정하시나요.


저도 들어본 적 있죠. 언니도 저와 마찬가지로 프로에 있다가 실업에 잠시 머물렀고, 

또 지난 시즌에 인터뷰하면서 울었잖아요(웃음). 서로 공통분모가 많아요. 

아, IBK기업은행에서 함께 뛰기도 했고요.


Q. 지난해 2월 24일 흥국생명전 끝나고 인터뷰실에서 가진 취재기자 인터뷰에서 

“유리 언니의 눈물 인터뷰를 보고 나도 울었다”라는 말을 했어요.

 그때 어떤 감정으로 눈물이 났는지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언니랑 친해요. 언니가 어떻게 살아온 지 아니까 눈물이 났던 것 같아요. 

그때 언니의 감정이 어떤 감정인지 충분히 알 것 같았어요. 

지금도 자주는 아니더라도 가끔 연락을 해요.


“5R 도로공사전 기억에 남아”

“배구 안 했다면 뭘 했을까요?”


Q. 어느덧 20대 후반에 접어 들었어요. 후배들이 하나 둘 많아지고 있네요.


제가 팀에서 딱 중간 다리에요. 

후배들은 어떻게 느끼는지 모르겠지만 불편하지 않게 해주려고 해요.


Q. 하경 선수는 선수 생활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언제인가요.


하나만 말해야 되나요(웃음)? 처음 신인 드래프트 지명받았을 때랑, 프로 데뷔전 치렀을 때요. 

성남에서 한국도로공사랑 붙은 것 같은데 그때 원포인트 서버로 들어갔어요. 

그리고 처음 수훈 선수 인터뷰했을 때요(김하경은 2021년 2월 24일 화성에서 

열린 흥국생명전에서 첫 수훈 선수 인터뷰를 가졌다).


Q. 자신이 봐도 잘했던 경기는 언제였나요.


올 시즌 5라운드 한국도로공사전이요. 그때 우리가 3-1로 승리했잖아요. 

중앙 공격수도 많이 활용하려 했고, 양쪽 날개 공격도 잘 풀렸어요. 

무엇보다 4라운드 맞대결에서 2-1로 앞서 있다가, 2-3으로 역전패를 허용했잖아요. 

역전패 당하지 않으려고 더 노력한 것 같아요. 또 감독님 오시고 나서 속공을 많이 활용하잖아요. 

속공을 써야 경기 풀어가기가 쉽다고 항상 말씀하세요.

 저 스스로도 ‘내가 더 써야 한다’라고 생각하고 경기해요.


Q. 눈물도 많을 것 같은데요. 4라운드 흥국생명전 끝나고

 감독님의 격려 한 마디에 펑펑 운 하경 선수를 봤어요.


그동안 팀이 잘 안 풀렸잖아요. 감독님 새로 오시고 나서도, 계속 패했고요. 

드디어 이겼다는 마음이 커서 울었던 것 같아요. 

물론 운동이 잘 안 풀릴 때도 울 때도 있어요.


Q. 만약 지금 배구를 안 했다면 뭘 하고 있을까요. 

대학교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하고 있을 나이네요.


미래를 위해 국제사이버대학을 다니고 있어요. 가끔 생각해 보는데 배구 

안 했다면 뭘 하고 있을지 가늠이 안 가요. 초등학교 때는 요리사가 꿈이었어요.


Q. 평소 즐겨 하는 취미는 뭔가요.


딱히 내세울 만한 취미는 없는 것 같아요. 그냥 방에서 노래 듣고 영화 보고요. 

(하경 선수도 애창곡이 있나요?) 아실 줄은 모르겠지만, 

윙크의 ‘얼쑤’요. (그 쌍둥이 트로트 그룹 윙크 맞나요?) 맞아요.

 중학교 때 처음 라디오에서 들었는데, 기분이 좋아지더라고요. 지금도 자주 들어요.


Q. 선수 중에서 가장 친한 선수는요.


(전)새얀(한국도로공사)이요. 드래프트 동기이자 IBK기업은행 입단 동기에요. 

서로 농담도 많이 하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도 많이 해요.

(새얀 선수는 김천에 있어서 만나기가 쉽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 새얀이가 올라올 일이 있을 때는 수도권에서 만나고요

. 또 제가 대구시청에서 뛰었잖아요. 대구에 있을 때는 새얀이가 왔고요. 그때그때 상황에 맞게 봤던 것 같아요.


김하경의 바람

“제 손으로 기업은행 우승 이끌고 싶어요”


Q. 팬분들에게 선물도 많이 받을 것 같아요.


정말 많이 받아요. 최근에 기억에 남는 편지가 하나 있어요. 

어떤 팬 한 분이 어렵게 생활을 하셨대요. 대인기피증도 있어서 집에서만 생활을 하셨는데,

 저를 보고 힘을 얻으셨대요. 지하철을 타고 화성으로 경기를 자주 보러 간다고 팬 한 분이 

손편지를 보내주셨는데 정말 큰 힘을 얻었어요. 저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어 좋죠.


Q. 요즘 하루하루 설렘이 가득할 거 같아요.


기분이 좋긴 한데 코로나19로 시즌이 중단되어 아쉬워요. 부모님도 많이 아쉬워하고요. 

얼른 코로나19가 풀려 얼마 남지 않은 경기 잘 마무리하고 싶어요.


Q. 이제 조금씩 자신만의 목표를 세워도 될 것 같은데요.


감독님에게 배울 수 있는 부분 모두 쏙쏙 빼먹고 싶어요. 물론 비시즌에 강훈련이 힘들 것 같아 

걱정이 되지만(웃음), 그래도 지금보다 더 안정된 팀을 만드는 게 중요하잖아요. 저도 노력해야죠.


Q. 선수라면 누구나 국가대표를 꿈꾸는데, 하경 선수는 국가대표 욕심 없나요.


국가대표는 꿈도 꾸지 않아요. 일단은 팀에서 입지를 다지는 게 중요해요. 

아직도 경기 들어가면 흔들리는 부분이 많고, 한 번 안 되면 무너지는 경향이 있어요. 

그런 부분을 더 고쳐나가야 할 것 같아요.


Q. 김하경 선수에게 IBK기업은행은 특별한 팀이란 생각이 들어요. 

데뷔 팀이고, 나갔다 다시 부른 팀도 IBK기업은행이잖아요.


그렇죠. 처음 입단한 팀도 IBK기업은행, 나갔다 돌아온 팀도 IBK기업은행. 

이 팀은 친정 같은 곳이에요. ‘김하경 하면 역시 IBK기업은행이지’라고 떠올렸으면 좋겠어요.


Q. 세터는 주연보다 조연의 자리가 어울리는 포지션인데요. 

그럼에도 세터 포지션에서 빛나고 있는 하경 선수에게 세터는 어떤 자리인가요.


제가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세터 포지션을 맡고 있어요. 

제가 어떻게 하냐에 다르지만, 이 포지션에서 저를 더 알릴 수 있어 좋아요.


Q. 아직 이루지 못한 부분이 있다면요.


제 손으로 IBK기업은행 우승을 이끌고 싶어요. 이제 주전이 됐잖아요. 

팬들에게 배구가 재밌다는 걸 계속 보여드리고 싶어요. 

우리 팀이 재밌게 배구하는 것도 보여드리고요.


Q. 배구 인생에 있어 가장 고마운 사람이 있다면요.


힘이 되어준 사람은 부모님과 친구들이죠. 친구들이 인터뷰 보면 웃을 것 같아요. 

내가 너희들이랑 있을 때는 바보 같아 보이지만, 사실은 너희들보다 똑똑하단다(웃음). 

앞으로도 잘 부탁한다. 그리고 엄마, 아빠 제가 뭘 하든 항상 응원해 주시고 지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Q. 배구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그려본다면요.


사실 제 배구 인생은 어영부영하다 끝날 줄 알았어요. 

기회가 안 올 줄 알았는데 기회가 다시 와 좋아요. 롤러코스터 같은 삶이에요.


Q. 팬들에게 한마디 남겨보는 거 어때요.


언제나 많은 응원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팀, 

그리고 저에게 응원 보내주시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언제나 팀에 더 큰 보탬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앞으로도 많은 응원 부탁드립니다.


Q. 새로운 출발점에 선 자신에게 각오를 다지며 인터뷰 마무리할게요.


하경아, 지금보다 덜 힘들지는 않을 거야. 힘들어도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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