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트넘 홋스퍼가 또다시 롤러코스터같은 경기력을 선보이며 '빅4'
진입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다. 토트넘은 지난 13일 오전(한국시간) 영국 맨체스터
올드트래포드에서 열린 맨유와의 2021-22시즌 프리미어리그 29라운드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에게 해트트릭을 허용하며 2-3으로 패했다. 손흥민은
이날 경기에서 풀타임 활약했지만 공격포인트를 올리지 못했다.
3연승이 무산된 토트넘은 14승3무10패(승점45)로 7위에 머물렀다. 토트넘보다 2경기를 더 치른
4위 맨유(승점 50)와의 승점차는 5점으로 아직 다음 시즌 챔피언스리그 진출권이 주어지는 빅4
진입의 가능성은 충분히 남아있다. 하지만 벌써 리그 두 자릿수
패배를 기록할만큼 불안한 경기력은 우려스럽다.
토트넘은 올시즌 그야말로 종잡을 수 없는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다.
시즌 초반 누누 산투 감독과 함께했던 토트넘은 개막 3연승을 거두며 기분좋게 출발했으나
이후 곧바로 3연패에 빠지며 중위권으로 내려앉았다. 토트넘은 초반 리그 10경기에서
5승 5패, 리그 8위까지 처지자 위기의식을 느끼고 불과 부임 4개월 만에 산투 감독을 경질했다.
이후 이탈리아 출신의 명장 안토니오 콘테 감독을 영입하며 토트넘은 한때 리그 9경기 연속
무패(6승 3무)를 질주하며 '감독 교체 효과'로 급격한 상승세를 탔다.
콘테 감독의 전매특허인 변형 스리백 전술과, 카리스마
넘치는 선수단 장악력이 토트넘에서도 빛을 발하는 듯했다.
하지만 2022년 들어 토트넘의 기세는 급격히 흔들리기 시작했다. 리그컵 준결승에서
콘테의 친정팀이기도 한 첼시에 완패하며 탈락한 것을 시작으로, 사우샘프턴-울버햄튼전
(EPL)까지 콘테 감독 부임이후 첫 3연패를 당했다. 새해 초부터 팀내에 코로나 확진자가
속출하고 에이스 손흥민이 다리 부상으로 한달간 결장하며 정상적인
선수단 구성에 어려움을 겪은 것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2월 이후 토트넘의 행보는 그야말로 극과 극의 연속이다.
토트넘은 최근 9경기에서 4승 5패를 기록중이다.
이 기간 우승후보로 꼽히는 맨시티(3-2)의 덜미를 잡는 이변을 일으켰고, 리즈(4-0)와 에버턴(5-0)을
큰 점수차로 대파하며 기세를 높이기도 했다. 선두 맨시티는 올시즌 28라운드까지 단 3패밖에 당하지
않으며 압도적인 성적으로 리버풀과 우승경쟁을 펼치고 있다.
올시즌 맨시티에게 2승을 거둔 팀은 토트넘이 유일하다.
하지만 토트넘은 강등권의 번리(0-1)에게 일격을 당하거나 FA컵 16강전에서 2부리그팀인
미들즈브러(0-1)에게 패하여 탈락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강팀을 잡으며 우승후보급 경기력을
보이다가도, 바로 다음 경기에서는 한 수 아래의 팀들을 상대로 무기력한 졸전을 펼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날 상대한 맨유는 전통의 강팀이지만 최근에는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강등권 왓포드에 0-0으로
비긴 데 이어 라이벌인 맨체스터 시티와 더비에서 1-4 충격패를 당했다. 맨유의 호날두는 토트넘과의
경기전까지 10경기 1골의 부진을 보이며 항명성-불화설 등으로 십자포화를 맞고 있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침묵하고 호날두는 활약하면서 축구 팬들을 씁쓸하게 했다.
특히 호날두는 토트넘전 해트트릭으로 개인 통산 807번째 골을 터트려 국제스포츠통계재단
(RSSSF)가 집계한 체코·오스트리아 출신 요세프 비칸의 개인 통산 최다골 기록(805골)을
넘어서며 축구 역사를 새롭게 썼다. 올드트래포드 복귀 이후로는 첫 해트트릭 기록이기도 했다.
반면 손흥민은 맨유전에서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장했지만, 슈팅시도가 단 2개에 그쳤고 그나마
유효슈팅은 없었다. 이날따라 경기장에서 자주 미끄러지는 모습을 연출하며 공격 상황에서 거의
영향력을 미치지 못했다. 영국 현지언론과 전문가들은 주포인 손흥민과 해리 케인의 부진에 혹평을 쏟아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최근 토트넘의 롤러코스터 행보에 있어서 손흥민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데 있다. 물론 손흥민은 올시즌 리그에서만 24경기 11골 5도움을
기록하며 전체 득점 5위, 공격포인트 2위에 이름을 올리며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다.
콤비인 케인과는 지난 2월 리즈전에서는 케인과 함께 통산 37번째 합작골을 만들어내며
프랭크 램파드-디디에 드로그바(첼시)의 EPL 역대 최다합작골 기록(36골)을 넘어서기도 했다.
하지만 새해들어 손흥민의 경기력은 기복이 매우 심하다. 지난 3월 2일 열린 미들즈브러와의
잉글랜드 FA컵 16강전이 대표적이다. 이날 경기에서 손흥민은 무려 10여 차례나 공을 빼앗겼고,
팀 동료 에릭 다이어에게 경기 중 질타를 듣는 수모를 당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토트넘이 패배한 번리전과 맨유전 역시 손흥민의 부진이
토트넘의 패배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평가다.
손흥민이 잦은 감독교체와 팀동료들의
부진-이적 등으로 어려운 시기에도 묵묵히 팀을 위하여
헌신하여 토트넘을 지탱해온 것은 틀림없다.
팀성적에 대하여 가장 큰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에이스의 숙명이기도 하다.
전반적으로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경기운영을 조율해줄 노련한 플레이메이커의 부재,
손흥민-케인에게 높은 공격 의존도가 더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에이스라면 팀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최소한의 돌파구를 찾아내는
크랙 역할을 기대하기 마련이다. 토트넘은 이미 올시즌 출전한 컵대회에서 모두 탈락했고,
리그 우승도 사실상 물건너가 무관이 유력하다. 유일한 희망은 리그
빅4 진입인데 그마저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거듭된 부진과 무관에 따른 분노가 자칫 손흥민을 향한 책임론으로 번질 수 있다.
얼마남지 않은 시즌을 아름답게 마무리하게 위해
토트넘과 손흥민 모두에게 분발이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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