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투수로서 상대하기 전반적으로 어렵다. 

②볼카운트 싸움부터 힘들다. 

③(투수 입장에서) 볼카운트가 불리해지면 노림수를 갖고 나온다 

④누상에 내보내면 여간 신경쓰이는 게 아니다. 그리고 또….

이른바 호타준족 야수를 떠올리게 하는 이미지들이다. 이를 스무고개 문항으로 차례로 낸다면, 

1990년대 KBO리그를 주름잡은 해태 타이거즈 이종범을 머리에 그리는 팬들이 꽤 있을지 모른다.

 그때 이종범(현 LG 2군 감독)은 그랬다. 크게 보면 공·수·주,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면 5툴(장타력·정확성·수비력·송구능력·스피드)을 갖춘 야수였다.

지난 13일 수원구장에서 KT 신인투수 박영현(19)이 특정선수를 놓고, 

그에 대한 이미지를 하나씩 끄집어냈다. 기자들과 인터뷰에서 입단 동기인 KIA 

김도영(19)에 대한 느낌을 전해달라는 질문이 나오자 “상대하기 

어렵다”는 화두와 함께 그에 대한 얘기를 하나씩 꺼내놓은 것이었다.

김도영은 ‘제2의 이종범’으로 불린지 오래다. KIA는 시속 150㎞ 중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초고교급 투수 문동주를 포기하고 김도영을 1차지명 신인을 선택할 만큼, 큰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유신고를 졸업한 KT 박영현은 고교 시절, 광주동성고 간판이던 김도영과 투타 맞대결을 벌이곤 했다. 

박영현은 고교 최동원상 수상 이력이 있다. 올해 신인왕 도전에도 유망한 투수다.

 또 제구력에 좋은 데다 웬만해서는 흔들리지 않는다고 자신을 소개할 만큼 자기 

확신을 보였지만, 김도영과 승부는 썩 편하지 않았던 모양이다.

김도영이 별난 선수라는 건 시범경기 시작부터 이미 드러나고 있다. 

타격과 수비에서 모두 신인 같지 않은 플레이를 하고 있지만, 

주자로서의 움직임은 이미 그 옛날 이종범을 그대로 떠올리게 하고 있다.

 지난 12일 시범경기 창원 NC전에서는 6회 대주자로 1루에 나가 발로만 득점하는 ‘매직’을 보였다. 

NC 박동수-김응민 배터리가 버티는 가운데 2루 도루에 이어 3루 도루에 성공했고, 

3루로 들어갈 때는 포수 송구가 뒤로 빠진 틈에 홈인에 성공했다. 

과감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으로 돌진하는 모습은, 

해태 입단 초창기 이종범과 매우 흡사했다.

어쩌면 김도영을 가장 잘 아는 선수들은, 고교 시절부터 함께 뛴 동기생들이다. 

박영현은 김도영을 두고 그에 대한 이미지를 주저없이 나열했다. 

궁극적으로는 투쟁심도 불러일으키는 타자라는 얘기였다. 

“프로에서 다시 붙어보고 싶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