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일 동안 도장을 찍지 못했던 노사단체협약(CBA)이 체결됐다. 양측의 극적 타결로 메이저리그
개막은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한국시간 4월8일).
모든 메이저리그 업무가 재개되면서 FA 계약도 속도를 내고 있다.
이번 CBA는 양측이 오랜 시간 협상을 한 만큼 대단히 복잡한 내용들이 많다.
이 가운데 신인 서비스타임과 관련해 새로운 규정이 생겼다. 일단 여러 곳에서 나온대로 정리해본다.
1) 신인왕 1위 혹은 2위를 차지할 경우 서비스타임 1년 인정
2) 신인왕 3위 이내 혹은 MVP/사이영상 5위 이내 드래프트 보상 지명권 (개막 로스터)
신인 서비스타임 규정이 바뀌면서 현재 메이저리그 최고 유망주 애들리 러치맨(볼티모어)의
개막전 합류가 기대된다고 전망한다. 어차피 서비스타임을 조절하기 위한 '꼼수'를 부린다고 해도
신인왕 1,2위를 차지하면 서비스타임 1년이 주어지기 때문이다. 그럴 바엔 볼티모어가
개막전 로스터에 러치맨을 포함하고 추가 지명권을 얻는 게 더 낫다고 주장한다.
다음은 메이저리그 공식 사이트에 올라와 있는 CBA 규정이다.
1) Players finishing first and second in Rookie of the Year voting would receive a
full year of service time regardless of days spent in the Majors.
Under this plan, Kris Bryant would have received a full year of service time in 2015.
2) Teams could receive selections after the first round of the Rule 4 and International
Drafts for promoting top prospects to the Opening Day Rosters
(Rule 4 selection for Rookie of the Year win and Top 3 in MVP and Cy Young;
International selection for Rookie of the Year 2nd/3rd and Top 5 MVP / Cy Young).
1)은 앞서 언급한 그대로다. 신인왕 1위 혹은 2위를 차지하면 메이저리그 로스터 등록일수와
상관없이 서비스타임 1년이 인정된다. 2015년 크리스 브라이언트가 서비스타임을
두고 소송까지 벌였지만 패소한 바 있다. 이번 CBA를 통해서는
브라이언트 같은 부당한 사례가 더 나오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2)다. 개막전 로스터에 최고 유망주 합류를 장려하는 차원에서 드래프트 1라운드
이후 보상 지명권을 주기로 한다. 그런데, 보상 지명권이 세분화 되어 있다.
룰4 드래프트와 국제 드래프트로 나눠졌다.
룰4 드래프트는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6월 아마추어 드래프트다. 아무리 국제 유망주들의
수준이 높아졌다고 해도 대다수 구단들이 확신을 가지고 있는 건 '더 오래 지켜본' 룰4 드래프트 출신들이다.
하지만 이 룰4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이후 보상 지명권을 받으려면 '신인왕 수상 혹은 MVP/사이영상
3위 이내'에 들어야 한다. '신인왕 3위 이내, MVP/사이영상 5위 이내'는 국제 드래프트 보상
지명권이 주어진다. 이는 명백히 다른 개념으로, 구분이 되어야 한다.
그럼, 볼티모어는 러치맨을 개막전 로스터에 넣는 것이 나은 걸까. 만약 러치맨이 개막전 로스터에 들어가서
신인왕을 받았다고 가정해보자. 러치맨은 서비스타임 1년을 채운다. 신인왕 수상으로 이번 CBA에서 신설된
보너스 풀에 할당된 포상금도 받는다(75만 달러). 선수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시나리오다.
볼티모어 입장에서는 어떨까. 올해부터 메이저리그는 포스트시즌이 12팀으로 확대된다.
그러나 볼티모어가 당장 포스트시즌 확대 혜택을 누리는 건 쉽지 않다. 볼티모어가 속한 아메리칸리그
동부지구는 올해도 탬파베이와 뉴욕 양키스, 보스턴, 토론토가
그들만의 치열한 경쟁을 펼칠 가능성이 높다.
물론 러치맨이 신인왕을 수상하면 볼티모어는 룰4 드래프트에서 보상 지명권을 확보할 수 있다.
그렇다고 해도 이 보상 지명권의 가치가 현재 리그 최고 유망주로 올라선 러치맨의 '1년 가치'보다 높다고 할 수는 없다.
아직 팀 전력이 완성되지 않은 상황에서 러치맨의 1년을 시험해보는 건 볼티모어에게 장기적으로 손해다.
연봉 조정 자격이 앞당겨지면서 더 빨리, 더 많은 돈을 줘야 하는 건 말할 것도 없다.
러치맨은 볼티모어가 금지옥엽으로 키운 유망주다. 볼티모어의 현재이자 미래다.
볼티모어로선 절대 실패해서는 안 된다. 심지어 러치맨은 육성에 가장 많은 시간이 필요한 포수로,
볼티모어는 이미 정상급 포수 유망주를 급히 올렸다가 낭패를 본 기억이
있다(2007년 전체 5순위 맷 위터스, 2009년 데뷔).
현지에서는 이번 CBA에 대해 선수들의 요구 사항이 어느 정도 받아들여졌다고 평가한다.
확실히 지난 CBA에 비하면 선수들의 의견이 관철됐다. 하지만 세세히 따져보면 구단들이
꼼수를 부릴 수 있는 빈틈들이 눈에 보인다. 신인 서비스타임 규정이 대표적이다.
평화롭지 않게 평화가 찾아왔다. 이 평화가 유지되려면 CBA가 허점이 없어야 한다.
그러나 구단들은 허점을 파고 들어 반격할 수 있는 기회를 노릴 것이다.
평화롭지 않은 평화가 찾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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