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 한·일 월드컵을 누볐던 스페인의 호아킨 산체스(41·레알 베티스)가 베테랑의 품격을
보인 라커룸 토크로 화제다. 그는 토너먼트 경기를 앞둔 선수들에게 클럽에
대한 자부심과 원팀 정신을 깨우는 말로 팀을 하나로 뭉치게 했다.
레알 베티스는 8일 구단 공식 SNS를 통해 호아킨이 라커룸에서 경기 전 선수들과 미팅을
하며 발언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지난 4일 라요 바예카노와의 코파델레이
4강 2차전을 앞둔 베티스의 라커룸 모습이었다.
영상에서 호아킨은 둥그렇게 모인 선수들 앞에서 “오늘 우리는 전사들이다. 이제 나가자. 서로의 눈을 보라.
우리는 여기 우리들 자신들 때문에 여기에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팀메이트, 주장, 친구로서 하는 말이
아닌 베티스 팬들을 대신해 하는 말이다. 그들이 어떤 감정을 가지고 여기에 왔는지 안다. 그들은 우리와 함께
죽을 때까지 갈 것이다. 베티스는 오랜 어려움을 딛고 희생과 노력으로 영광의 길에 왔다.
오늘 기회가 왔다. 우리는 그들에게 결승에 가길 원한다는 것을 보여주자”고 역설했다.
팀내 최고참인 주장의 진심어린 말에 베티스 선수들도 화답했다. 1차전을 2-1로 이겼던 베티스는
이 경기에서 1-1로 비겨 결승행을 확정지었다. 베티스는 후반 35분 라요 공격수 베베의 환상적인
무회전 프리킥에 실점을 내줬다. 올 시즌부터 원정다득점이 폐지돼 합산 스코어 2-2면 연장으로
넘아갈 수 있는 상황. 그러나 베티스는 후반 종료 직전 보르하 이글레시아스의 극장골이 터지면서 결승
진출에 성공했다. 호아킨도 0-1로 골을 내주자마자 후반 36분 교체 멤버로 들어가
극적인 동점골로 결승행을 확정짓는 감격을 후배들과 함께 누렸다.
스페인 매체 라라존은 이날 “불혹을 넘긴 산체스가 펠레그리니 감독의 계획에서 멀어져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그가 기회를 받을 때마다 활약은 만족스럽다. 코파델레이 결승전 진출에도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시즌 뒤 은퇴 의사를 밝히기도 했던 호아킨이 한 시즌 더 베티스에서 뛸 가능성도 있다고 전망했다.
베티스의 앙헬 하로 회장은 “호아킨과 많은 대화를 하고 있다. 그가 계속 하기를 원한다면 그는
그렇게 될 것이다. 시즌이 끝나면 1분 안에 합의에 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에 베티스에서 데뷔한 호아킨은 오랜 기간 스페인 국가대표로도 활약했다.
국내 팬들에게는 2002년 한일 월드컵 한국과 스페인전의 8강전에서 실축한 선수로 기억된다.
그 월드컵이 20년이 지났지만 호아킨은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과거만큼의 폭발력은
떨어졌어도 베테랑의 노련미와 선수들을 하나로 묶는 리더십은 경기력 이상의 가치를 보이고 있다.
호아킨은 선수 생활의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시즌에 감격적인 우승
기회를 잡고 현역 연장의 가능성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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