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KBO 총재 선출이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KBO 이사회는 지난 2일 신임 총재
선출을 위한 모임을 가졌으나 이사들의 동의를 구하진 못했다. 두 명의 후보자가 추천됐으나
재적 3/4의 찬성을 이끌어내는데 실패했다. 이에 따라 오는 11일 다시 이사회를 열기로 했다.
각 구단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3/4이라는
높은 진입장벽으로 인해 새 총재 선출은 여전히 난항이 예상된다.
프로야구호는 관중 수 감소와 TV시청률 저하, 코로나19로 인한 정상적인
리그 활동 불가 등 겹친 파도로 힘든 항해를 해나가고 있다.
더욱이 프로야구의 하부구조라 할 수 있는 청소년 야구 선수 수의 급감으로 야구 자체의 존립마저 위협받고 있다.
이는 마치 인구 감소에 따른 미래 위험처럼 조만간 거대한 파도가 되어 닥칠 것이다.
그러나 야구계는 서서히 데워지고 있지만 당장은 찬 물 속에서 헤엄치는 개구리마냥 위기를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KBO는 눈앞의 리그 운영에만 몰두할 뿐 장기 플랜에 대해선 사실상 손을 놓아왔다.
KBO 총재는 오래도록 '커미셔너'로서의 위상을 찾지 못했다.
초대 서종철 총재는 구단주들을 모두 한자리에 불러모을 만큼 막강한 권한을 누렸다.
이후 총재는 이사회(사장단)의 한 일원으로 전락했다. 커미셔너가 막강한 힘을 가지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니지만 위기의 파고를 헤쳐나가기 위해선 그만한 권한과 조정 능력을 갖춰야 한다.
커미셔너라는 자리 자체가 위기로 인해 만들어졌다. 첫 커미셔너인 케네스 랜디스는 '블랙삭스
스캔들'로 팬들의 외면을 당하던 메이저리그를 구해냈다. 연방 판사 출신인
그는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를 십분 활용해 사상 최대의 추문을 잠재웠다.
그는 아픈 상처와 내부 모순을 과감히 파헤치고 수술을 단행했다.
그 결과 상흔은 남았지만 상처는 아물었다.
프로야구가 재정위기로 휘청거렸을 땐 피터 위베로스라는 유대인 장사꾼을 추대했다.
그는 LA올림픽을 유례없는 흑자로 치러낸 능력자였다. 그는 포스트시즌을 볼모로 잡은 심판들의 파업을
설득을 통해 무마시켰다. 낮 경기만 고집한 채 조명탑 설치를 반대해온 시카고 컵스의 고집을 꺾어 놓았다.
4년여의 커미셔너 재임 기간 동안 위베로스는 많은 논란에 휩싸였지만 당초 목표한 각 구단의
재정 위기 타개에는 나름 공을 세웠다. 그는 4년 연속 관중 수 증가를 이끌어냈고,
야구장 내에 술을 팔도록 조치했다.
신임 KBO 총재는 야구라는 산업을 제대로 이해하는 사람이어야 한다.
위기의 프로야구를 구해낼 비전과 행정력을 갖춰야 한다.
차제에 야구인 출신에게 기회를 주는 것도 좋을 듯하다.
그들은 누구보다도 더 야구에 대한 이해와 애정을 갖고 있다. 행정능력만 살펴보면 된다.
김응용 전 삼성 사장이나 야구해설가 허구연씨가 먼저 떠오른다.
감독과 KBO 홍보특보를 지낸 선동열 전 국가대표 감독도 후보일 수 있다.
누가 더 적합한지는 KBO 이사회에서 판단할 문제다. 다만 이번만큼은 보다 신중히,
개별 구단의 이익과 상관없이 잘 선택했으면 한다. 서종철 총재도
야구선수(일본 미야자키상고 1루수) 출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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