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즌 첫 출전 대회 우승,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 30라운드 연속 언더파.
하나도 하기 어려운 세 가지를 여자골프 세계 랭킹 1위 고진영(27)이 해냈다.
2022시즌 첫 출전 대회인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위민스 월드
챔피언십(총상금 170만달러)에서 우승이 확정된 순간 고진영은 양팔을 번쩍 들며 환호했다.
고진영은 6일 싱가포르 센토사골프클럽 뉴 탄종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6언더파 66타를 적어냈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를 기록한 고진영은 공동 2위에 오른 전인지(28),
이민지(호주)를 2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LPGA 투어 통산 13승째를
올린 고진영은 우승 상금으로 25만5000달러(약 3억1000만원)를 받았다.
지난해 최고 활약을 펼쳤던 고진영은 올해 1월과 2월 미국에서 열렸던 LPGA 투어 3개 대회를 건너뛰고
이번 대회에서 올 시즌 첫 경기를 치렀다. 3개월 만에 LPGA 투어 공식 대회를 치른 만큼 고진영의 실전
감각을 걱정하는 시선이 많았다. 연습과 훈련만으로 채울 수 없는 틈이 실전 감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고진영에게 실전 감각을 끌어올릴 시간은 필요하지 않았다. 첫날부터 마지막 날까지 모두
60대 타수를 적어낸 고진영은 전인지와 이정은(26) 등을 따돌리고 올 시즌 첫 우승의 감격을 맛봤다.
1타 차 공동 2위로 이날 경기를 시작한 고진영은 7번홀까지 타수를 줄이지 못하며 우승 경쟁에서 멀어지는 듯했다.
그러나 고진영은 달랐다. 첫날 마지막 18번홀 버디로 60대 타수 행진을 극적으로 이어간
것처럼 고진영은 8번홀과 9번홀에서 집중력을 발휘하며 연속 버디를 낚아챘다.
12번홀에서 첫 보기가 나왔지만 고진영은 흔들리지 않았다. 13번홀부터 16번홀까지 4연속
버디를 잡아내며 공동 선두로 올라섰다. 승부를 연장으로 끌고 가지 않고 우승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버디가 필요한 상황. 고진영은 마지막 18번홀에서 확실한 마침표를 찍었다.
두 번째 샷을 약 3m 거리에 붙인 그는 침착하게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우승을 확정했다.
이번 우승으로 세계 랭킹 1위 장기 집권의 토대를 다진 그는 최다 연속 60대 타수와 최장 연속
언더파 신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고진영은 이날 우승 인터뷰에서 "후반 9개 홀에서 버디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정말 하고 싶었던 우승을 하게 돼 기쁘다"며 "두 가지 부문 신기록을 세우기
위해 열심히 싸웠다. 몇 번의 위기를 이겨내고 새로운 기록을 세운 내가 자랑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고진영이 다시 한번 정상에 오를 수 있었던 원동력은 어제보다 나은 골프를 하겠다는 신념이다.
고진영은 지난해 무려 5승을 차지하며 세계 랭킹 1위로 올라섰지만 자신의 골프에 만족하지 않았다.
그는 동계 훈련 기간 이시우 스윙코치와 함께 한 단계 올라서기 위한 지옥훈련을 했다.
가장 집중한 것은 스윙 교정이다. 비거리를 늘리면서 샷 정확도를 높이기 위해
고진영은 복근의 힘을 유지한 채 손과 몸이 하나가 돼 움직이는 스윙을 연마했다.
새 스윙을 자신의 것으로 만든 고진영은 이번 대회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였다.
평균 거리 245야드를 기록한 그는 페어웨이 안착률 89.28%로 장타와 정교함을 겸비한 드라이버샷을 구사했다.
아이언샷도 흠잡을 게 없었다. 그린 적중률 83.33%를 기록하며 나흘간 버디 22개를 낚아채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고진영을 지도하는 이 코치는 "고진영의 집념이 만들어낸 우승"이라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그는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지난겨울 피나는 노력을 했다"며 "시즌 첫 출전
대회에서 고진영이 우승을 차지하고 연속 60대 타수 등 기록 경신에도 성공한
만큼 지난해보다 뛰어난 활약을 펼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제자의 우승을 축하했다.
고진영은 우승과 함께 신기록을 2개 세웠다. 이번 대회에서 15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작성한
그는 안니카 소렌스탐(스웨덴·2005년), 유소연(32·2017년)이 갖고 있는 14라운드 연속 60대 타수를
넘어 새로운 역사를 썼다. 이뿐만이 아니다. 그는 연속 언더파 부문에서도 30라운드로
소렌스탐(2004년), 리디아 고(뉴질랜드·2015년)를 넘어 최장 연속 언더파를 기록한 선수가 됐다.
전인지와 이민지는 15언더파 273타 공동 2위에 자리했다. 이정은은 14언더파 274타 공동 4위로
이번 대회를 마무리했다. 그는 이날 18번홀까지 공동 선두를 달리며 2019년 5월 이후
1012일(2년9개월4일) 만에 통산 2승째를 노렸지만 마지막 홀 더블보기로 고개를 숙였다.
양희영(33)과 김아림(27)이 각각 공동 6위와 공동 9위에 포진하며 한국
선수 총 5명이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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