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중계 토쟁이TV - 일본 단신 윙스파이커 이탈리아행 한국 배구에 전한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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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중계 토쟁이TV - 일본 단신 윙스파이커 이탈리아행 한국 배구에 전한 메시지

토쟁이티비 0 487 2022.03.05 08:29

지난 1990년 농구를 소재로 한 만화 ‘슬램덩크’가 첫 연재를 시작했다. 

해당 작품은 이후 큰 인기를 모았다. 일본 고교농구를 소재로 한 슬램덩크는

 당시 미국프로농구(NBA)의 세계적 인기에 힘입어 그야말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한국에서도 연재됐고 일본과 마찬가지로 인기는 높았다.

 슬램덩크는 1996년까지 6년 동안 연재되는 동안 애니메이션을 비롯한 다른 여러 장르에도 활용됐다. 

이런 스포츠만화의 인기는 22년 뒤 일본에서 재현됐다. 

이번에는 고교배구가 소재가 됐다. <더스파이크> 독자라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하이큐’다.


2012년부터 연재가 시작돼 지난해(2021년) 종료된 하이큐는 단신 미들블로커인 히나타 쇼요가 주인공이다.

 그는 170cm가 채 안되는 작은 키로 코트를 누비고 점프를 하며 스파이크를 시도한다. 

높이가 농구만큼이나 중요하고 유리한 종목인 배구에서 히나타의 경기력은 만화라 가능한 일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그런데 현실에서도 단신 스파이커는 코트를 뛰고 있다. 

하이큐의 실사판(만화 상에서 히나타와 포지션은 다르지만)이라고 꼽는 선수들이 있다.

 


장신화 대신 선택한 길

일본 남자배구대표팀은 한국, 중국과 마찬가지로 오래전부터 장신화에 초점을 맞췄다. 

유럽과 미국을 포함한 중남미 배구 강국과 상대하기 위한 국제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다. 

또한 같은 아시아지역에서 유럽팀과 대등한 신체 조건을 갖추고 강팀으로 자리한 이란 그리고 구 

소련 지역 중앙아시아 지역 국가인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등을 견제하기 위해서다.


중국은 한국과 일본과 견줘 가장 먼저 장신화에 성공한 팀이 됐다. 

중국은 2006년 카타르 도하아시안게임이 끝난 뒤 남자대표팀 세대교체 시작과 함께 장신화를 목표로 가장 먼저 움직였다.

 장신화 목표는 달성하긴 했는데(이전에도 중국은 높이에서 한국과 일본에 앞섰다) 리스크는 분명히 있었다.


스피드에서 일본과 한국에 뒤처진 것이다. 여기에 이란을 꺾기도 만만치 않게 됐다. 

오히려 귀화 선수를 앞세운 카타르와 체격 조건이 좋은 인도 등이 도하 이후 치러진 

아시안게임 등을 통해 예전과 견줘 전력 보강이 잘 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일본은 중국, 한국과 달리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을 전후로 장신화보다 다른 쪽에 좀 더 초점을 맞췄다. 

일본 대표팀의 장기로 꼽히는 수비와 조직력을 바탕에 두고 스피드를 더하기로 했다. 

2000년대 중반부터 국제 배구계에서 한 흐름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스피드 배구(논란 여지는 

있지만 이 부분에서는 토털배구와 같은 흐름으로 범위를 좁힌다)에 맞추기 위해서다.


일본은 높이에서 훨씬 더 이점을 갖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월드리그와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뿐 

아니라 자국에서 열리는 월드컵 등 국제대회에서 여러 번 발목을 잡았다. 

이란만 만나면 작아지는 한국 그리고 중국과 비교해 분명한 소득을 거두고 있다.


한국은 도하아시안게임 이후 장신화에 포커스를 맞췄다. 당시 대학생 공격 듀오인

 김요한(은퇴)과 문성민(현 현대캐피탈)이 기대주로 자리 잡고 있었고 여기에 박철우(현 한국전력)도 있었다.

 세 선수보다 앞선 세대에는 신영수(현 대한항공 사무국)와 이경수(현 페퍼저축은행 코치)도 있었다. 

미들블로커도 이선규(현 SBS스포츠 배구해설위원), 윤봉우, 

하경민 그리고 하현용(현 우리카드) 등이 든든하게 버티고 있어 장신화 전망은 밝아 보였다.


장신화 프로젝트는 도하 대회에 대표팀 지휘봉을 잡았던 김호철 감독(현 IBK기업은행 감독) 

그리고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당시 대표팀을 이끈 신치용

 감독(전 삼성화재 배구단 단장·진천선수촌장)도 강조했던 부분이다. 

신 감독에 이어 박기원 감독(전 LIG손해보험, 대한항공 감독)이 대표팀을 맡으면서 가속도가 붙었다. 

박 감독은 당시 고교와 대학 재학 중인 장신 선수들을 따로 소집해 진천선수촌에서 캠프를 개최하기도 했다.


그러나 남자대표팀은 이 자리를 잘 살리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당시 고교생으로 장신 유망주 캠프에 참가한 임동혁(현 대한항공)은 수확으로 꼽히긴 했지만 소득은 적었다. 

무엇보다 박 감독이 대표팀에서 대한항공으로 자리를 이동한 뒤 계획의 연속성이 단절된 게 가장 큰 원인으로 꼽힌다.


능력이 다른, 차원이 다른 선수

일본이 장신화가 아닌 다른 방향으로 눈을 돌린 이유는 있다. 다카하시 란, 니시다 유지, 

이시카와 유키라는 공격수가 있어서다. 세 선수는 공통점이 있다. 신장이 190cm가 안된다. 

이시카와는 국제배구연맹(FIVB)에 소개된 개인 프로필에는 신장이 191cm로 나와있긴 하지만 190cm 

미만이라는 얘기가 많다. 다카하시와 이시카와는 윙 스파이커, 니시다는 아포짓이다.


그리고 세 선수 모두 2021-2022시즌 이탈리아 세리아A1(1부리그) 소속으로 뛰고 있다. 

일본이 최근 국제대회에서 이란을 비롯해 유럽 강팀들과 대등한 경기를

 치를 수 있는 가장 큰 원동력에는 세 선수의 존재가 첫손가락에 꼽힌다. 

다카하시, 니시다, 이시카와의 이탈리아행에는 선수 

본인의 의지에 일본배구협회(JVA)의 적극적인 지원도 있었다.


세 선수를 일본 무대에서 지켜본 경험이 있는 토미 틸리카이넨 대한항공 

감독(그는 V-리그 대한항공 지휘봉을 잡기 전에 일본 무대에서 오랜 기간 지도자 생활을 했다. 

나고야 울프독스에서 코치와 감독을 역임했다)은 세 선수에 대해 “아시아 선수가 아니다”라며 “세 선수는 타고난 능력이 출중하다. 

다른 일본 선수들과 견줘 차원이 다르다”고 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같은 신장대 유럽이나 미국,

 브라질, 쿠바 선수들과 견줘도 실력이나 기량이 뒤처지지 않는다. 

한 마디로 콕 찝어 설명하기 어렵지만 대단한 실력을 갖고 있다. 

유럽에서도 상위리그에 속하는 이탈리아에 그냥 진출한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일본 배구 스타일에 대해 “한국과 비교해 볼 때 큰 차이는 없다”고 했다. 

그는 “다시 한 번 말하지만 세 선수(다카하시, 니시다, 이시카와)가 워낙 잘하는 것”이라며 “그

 신장에 탄력과 공격력 그리고 스피드까지 삼박자를 갖춘 선수는 아시아에선 나오기 힘든 유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한국은 나름대로 장점을 갖고 있다”며 “우리팀(대한항공)말고 

다른 팀 선수들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얘기를 하는 건 아닌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그러면서 “우리 팀에서 만약 유럽무대에 건너갈 경우 통할 수 있는 선수는 한 명 있다”며 정지석을 언급했다. 

그런데 정지석은 다카하시, 니시다, 이시카와 보다 키가 크다. 정지석은 신장 195cm다.

 높이에서는 일본의 세 선수 보다 우위에 있다. 틸리카이넨 감독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정지석은)유럽 

상위리그보다는 좀 더 아래 수준의 리그에서는 충분히 뛸 수 있다”고 덧붙였다.


V-리그에도 다카하시, 니시다, 이시카와와 비슷한 신장으로 공격력이 뛰어난 선수는 꽤 있다. 

김정호(KB손해보험), 송준호(현대캐피탈), 이시우(현대캐피탈, 현 국군체육부대 군 복무 중) 등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차이는 있다. 일본의 세 선수와 견줘 김정호, 송준호, 이시우 등은 장, 단점이 뚜렷하다. 

공격, 서브 등이 장점이라면 블로킹과 수비, 리시브에서 약점도 분명하다는 것이다. 

틸라카이넨 감독은 “다카하시, 니시다, 이시카와에게도 단점은 있겠지만 

그 부분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며 “장점을 정말 잘 살려 뛰는 것 같다. 

그러다보니 신장에 비해 블로킹이 크게 떨어지지 않는다”고 얘기했다.


현 한국 남자배구대표팀 지휘봉을 잡고 있는 임도헌 감독은 지난해 12월 말 오랜만에 선수들과 만났다. 

2021-2022시즌 도드람 V-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라 프로팀에서 뛰고 있는 

대표팀 선수들을 만나지 못했지만 임 감독은 오랜만에 대표팀 나들이를 했다.


대한배구협회는 당시 경남 하동에서 유망주 캠프를 마련했다.

 박 감독 시절 개최한 장신 유망주 캠프와 궤를 같이 했다.

 그런데 차이점도 있었다. 장신 윙 스파이커, 아포짓 그리고 미들 블로커만 초대받은 건 아니었다. 

신장 190cm이 안되는 단신 윙스파이커들도 하동으로 와 캠프에 합류했다. 


관리가 필요해

단신 윙스파이커(아포짓도 포함해)들은 보통 배구를

 하는 동안 포지션 변경을 하고 이 부분에 대한 고민을 계속한다. 

이들이 가장 많이 가는 자리는 수비 전문인 리베로다. 리베로 포지션이 본격적으로 

도입된 뒤 신장 180cm대에서 배구를 제법 잘한다는 선수들은 리베로로 전향하는 경우가 많았다. 

물론 포지션 변경의 성공 사례는 있다.


홍익대와 경기대 시절 공격력과 수비력을 겸비한 재능있는 윙 스파이커였지만 리베로로 전환해 

대표팀과 V-리그에서 한 획을 그은 여오현(현 현대캐피탈 플레잉코치)과 최부식(현 대한항공 수석코치)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두 코치 이후에는 단신 윙스파이커 자원 대부분은 처음부터 리베로로 뛰는 경우가 더 많은 게 사실이다. 

단신 윙스파이커로 뛰더라도 미래에 대해 다른 포지션에서 뛰는 동료들보다 더 많이 고민할런지 모른다.


장신화 그리고 높이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상급학교나 V-리그팀들의 현실 때문이다. 

선수로서 코트로 나설 수 있는 기회가 한정돼있는 마당에 

단신 윙스파이커가 설 수 있는 자리는 좁을 수밖에 없다.

 V-리그 각팀들의 2군 운영이 기회를 더 줄 수 있는 장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좀 더 생각과 시야를 넓히면 실업배구 활성화도 학생

 선수들의 진로와 취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리가 될 수 있다.


성인 배구의 근간이 되는 유소년 배구애 대한 지원도 중요하지만

 이후 관리가 어떻게 이뤄지고 있느냐에도 관심이 있어야한다. 

단신 그리고 높이가 낮다는 이유만으로 갖고 있는 실력과 기량을 선보일

 기회 그리고 이를 잘 살리지 못하는 선수들도 살펴볼 필요는 있다.


이런 면에서 스페인 남자배구대표팀은 앞으로 지켜볼 이유가 있다. 

스페인대표팀에는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2019-20, 2020-21시즌 

중반까지 V-리그에서 뛴 안드레스 비예나가 있다. 비예나는 V-리그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거쳐 드래프트 지명 후 역대 가장 키가 작은 아포짓 외국인선수가 됐다.


그런데 비예나와 함께 스페인리그에서 같은 팀 동료도 뛰었고

 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고 있는 또 다른 단신 스파이커가 있다. 

프란스시코 루이스가 주인공이다. 루이스는 1991년생인데 신장은 178cm다. 그는 리베로가 아니다. 

윙스파이커로 뛰고 있다. 소속팀에서 포지션도 같다. 스페인대표팀은 루이스와 비예나를 

동시에 좌우 쌍포로 가동하며 농구에서처럼 배구에서도 스몰 라인업을 적용한 경우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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