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2일 IBK기업은행과 현대건설의 프로배구 여자부 경기.

 공격을 시도한 IBK기업은행 김희진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마스크를 벗어 벤치에 전달했다. 

호흡이 힘들어 경기에 집중하기 어렵다는 메시지였다.

 코로나19 확산으로 딜레마에 놓인 배구의 현주소를 드러내는 장면이었다.

한국배구연맹(KOVO)은 지난달 12일 정규시즌 중단을 결정했다. 

전국적인 코로나19 확산으로 선수단 확진자가 급증했기 때문이다.

KOVO가 만든 코로나19 대응 매뉴얼에 따르면 2개 구단에서 

출전 가능 선수가 12명 미만일 때 리그 운영을 중단한다.

 KOVO는 여자부 경기는 지난달 21일부터 재개했다.

우여곡절 끝에 다시 시작됐지만 선수들은 힘들어하고 있다. 마스크 때문이다.

 KOVO는 경기장 모든 구역에서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하도록 했다. 

다만 경기 중에는 마스크 착용을 선수 자율로 맡겼다. 방역 당국도 특수한 상황임을 인정해 허용했다.

프로야구도 더그아웃에선 마스크를 써야 하지만 그라운드에선 의무가 아니다. 

그래서 선수들 중 일부만 마스크를 착용한다. 하지만 야구는 실제 플레이 타임은 적고, 

달리거나 뛰는 순간이 많지 않아 무리가 가지 않는다. 농구나 축구는 마스크를 쓰는 선수가 아예 없다.

 감염을 막기 위해 마스크를 착용하자는 제안도 있었지만, 실행되진 않았다.

배구도 계속해서 뛰고 몸을 날려야 하는 종목은 아니다.

 하지만 경기를 거듭할 수록 호흡이 가파를 수 밖에 없다. 

그래서 김희진처럼 마스크를 쓰고하다 경기 도중에 벗는 사례가 나왔다. 

아직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GS칼텍스 관계자는 "팀내 연습 때는 마스크를 쓴다. 

하지만 경기 중엔 선수들에게 강요하기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GS에선 대다수 선수들이 마스크를 쓰고 있지만, 

가장 공격을 많이 하는 모마는 '노 마스크'였다.

의사소통에도 어려움이 많아 경기에서 실수가 나왔다.

 현대건설 양효진은 "경기 중 서로 말을 많이 해야 하는데 그게 잘 안 돼서 답답하다.

 예를 들어 블로킹이 뜰 때도 계속 이야기를 해야 한다. 그 부분이 가장 힘들다"고 했다. 

같은 팀 야스민도 "랠리가 길어지다 보면 숨쉬기가 어렵다. 소통도 힘들다"고 했다.

프로배구는 2020~21시즌 도중 코로나 확산이 거세지면서 정규시즌을 중단하고, 

포스트시즌을 치르지 못한 경험이 있다. 이번 시즌에는 어떻게든 완주를 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감염 확산을 줄이기 위해 코트 체인지를 없앴다. 세트가 끝날 때와 5세트 8점에 도달할 때도 이동하지 않고,

 계속 한쪽 코트에서만 경기한다. 볼 리트리버(선수에게 공을 건네는 사람)을 최소화하고, 

퀵 마퍼(코트 위의 땀 등을 닦는 사람)도 없앴다. 서브를 넣을 땐 뒤쪽 바구니에서 직접 공을 꺼내고, 

선수들이 수건을 들고 코트를 닦는다. 외부인력과 접촉을 줄이기 위해서다. 

경기 전 팬미팅이나 라이브 방송 등 부대 행사도 축소하거나 폐지했다.

리그 중단 기간이 2주를 넘어선 남자부는 정규시즌을 끝까지 치르고, 포스트시즌을 축소했다.

 2-3위간 플레이오프를 단판으로, 챔피언결정전을 5전3승제에서 3전2승제로 줄였다. 

순위싸움이 워낙 치열하기 때문이다.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 

중계방송 등의 문제로 4월 15일을 마지노선으로 잡았다.

1위 대한항공과 2위 KB손해보험은 승점 3점 차다. 

3위 우리카드와 최하위 현대캐피탈의 승점 차도 9점에 불과하다. 

남은 7~8경기 결과에 따라 얼마든지 순위가 바뀔 수 있다. 

7개 구단은 6라운드까지 치르는 게 공정하다는 합의를 이뤘다. 남자부는 5일부터 재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