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도청 창단멤버로 2011년 동계체전 우승→11년만에 우승 감독
선수들도 모른 마지막 대회 "가족처럼 지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
엄민지 등 선수들은 부임 첫 우승으로 보답하고 사퇴 보류를 설득
오는 6월 2022-2023 국가대표선발전 우승을 복귀 목표로 새 출발
선수들 설득에 마음을 돌렸다.
전북도청 창단 멤버로 2017년 사령탑에 부임한 정다겸 감독이 동계체전을 마지막으로
'아름다운 퇴장'을 결심했지만 선수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돌리고 팀을 계속 이끌기로 했다.
정다겸 감독이 이끄는 전북도청은 28일 끝난 제103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컬링
4인조 여자일반부에서 국가대표 출신 경기도청과 상비군
춘천시청을 연파하고 8년 만에 국내 대회 정상에 올랐다.
전북대표로 출전한 전북도청(스킵 엄민지, 서드 신가영, 세컨드 송유진, 리드 이지영, 후보 신은진)은
28일 오후 강릉컬링센터에서 열린 동계체전 여자일반부 결승전에서 연장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강원대표
춘천시청(스킵 김민지, 세컨드 김혜린, 서드 하승연, 리드 김수진, 후보 양태이)을 9-8로 제압하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앞서 준결승에서 경기도청을 맞아 마지막 10엔드에 2점을 획득하며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한 전북도청은 2게임 연속 역전승으로 정상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이로써 전북도청은 2013-2014시즌 95회 전국동계체육대회 우승 이후 8년 만에,
2017년 정다겸 감독 부임 이후 전국대회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8년 만에 우승을 이끈 정다겸 감독은 대회 직후 인터뷰에서 "이번 대회가
전북도청 감독으로서 마지막 대회다"라고 깜짝 발표를 하며 주위를 놀라게 했다.
정다겸 감독은 "선수들에게는 말 못하고 아껴두었었는데,
가정에 신경을 쓰려고 이번 대회까지만 하고 그만두기로 했다.
"면서 "선수들이 최선을 다해 마지막까지 열심히 해주어서 고맙다.
한편으로는 미안하다. 너무 가족처럼 지냈으니 아쉬울 따름이다."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전북도청 팀으로는 8년만의 우승이다. 2011년 선수로 뛰었던 전국체전에서 우승한 이후,
11년 만에 지도자로서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하게 되니 느낌이 확실히
다르기는 하더라."면서 선수와 지도자로 동시에 우승한 감회를 털어놓았다.
■ 엄민지 등 선수들 똘똘 뭉쳐 우승으로 사퇴 만류
그러나 정 감독의 사퇴 결심은 대회 당일 선수들의 설득으로 결국 번복됐다.
선수들은 대회전부터 정 감독의 거취를 눈치 채고
똘똘 뭉쳐 우승을 선물 하기로 마음을 모았다.
평소에도 정 감독의 엄마 리더십 아래 가족같은 분위기로
소문난 전북도청 팀은 이번 대회 훈련 과정부터 남달랐다.
누가 먼저 얘기하지 않아도 선수들은 훈련장에 모였고 막내 신은진과 10살 차이나는
스킵 엄민지는 믹스더블과 4인조 팀을 오가며 언니 리더십으로 선수들의 구심점이 됐다.
결실은 믹스더블부터 나타났다. 엄민지는 지난달 20일 끝난 믹스더블(혼성 2인조)
결승에서 남윤호와 파트너로 박정화·최치원(경기)을 6-4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해 11월 회장배전국컬링대회 믹스더블 일반부 결승전에서 팀 후배인 송유진·김대석을
꺾고 우승한 엄민지·남윤호 팀은 동계체전에서 연속 우승하며 국내 최강의 전력을 과시했다.
하이라이트는 28일 끝난 여자4인조 준결승과 결승무대였다.
전북도청은 2014소치동계올림픽 국가대표팀인 경기도청 준결승에서 9엔드까지 3-4로 뒤지며
끌려갔지만 마지막 10엔드에서 엄민지가 드로우로 2점을 획득하며 극적으로 승리를 거두고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전 상대는 지금까지 한번도 꺾어보지 못한 '젊은 팀' 춘천시청이었다.
믹스더블 국가대표 김민지를 앞세운 춘천시청은 패기로 압박했지만 노련미를 앞세운 전북도청은 연장
11엔드에서 9-8로 꺾고 아무도 예상못한 우승을 거두며 정 감독에서 부임 이후 첫 우승을 바쳤다.
그리고 시상식 이후 선수들은 전국대회 정상에서 물러설수
없다며 정 감독을 설득했고, 결국 사퇴 결심을 되돌렸다.
■ 국가대표로 동계아시안게임 금메달 획득한 여자컬링 개척자
1981년생인 정다겸 감독은 2003년 전북도청 창단 멤버로 입단한 원클럽맨이다.
선수 시절 이름은 정진숙으로 2017년 친정팀에서 감독 생활을 시작하며 개명을 했다.
이혜인(송현고 코치), 박미희(공무원), 주윤화(자영업),
정진숙 등 4인조 여자팀으로 2003년 창단하고 이듬해부터 대회에 출전한 전북도청은
2006년 국가대표로 선발됐고 2007년 중국 장춘 동계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우리나라 여자컬링의 개척자였다.
국내대회에서도 2003-2004시즌 4회 회장배 대회에서
우승을 시작으로 전국컬링선수권과 동계체전의 단골 우승멤버였다.
2008년 결혼을 하고도 선수생활을 이어간 정다겸은 2011년 전국체전에서
우승을 끝으로 2012년 은퇴했다. 2014년 출산을 하며 컬링을 잠시 떠나기도 했다.
그러나 2017년 친정팀 전북도청의 부름을 받고 지도자로 돌아왔다.
전북도청은 2013-2014 시즌 동계체전 이후 우승 기록이
없었지만 선수 출신인 정다겸 감독을 선임하며 체제를 정비했다.
2020-2021 시즌을 앞두고 강원도청 소속 남윤호와 경기도청 소속 엄민지를
영입해 믹스더블 팀을 만들었고 서울시립대 믹스더블 팀에서 활약했던 이지영
선수와 경북체육회 송유진과 신은진을 영입하며 국내 실업팀 가운데 최고의 인프라를 구축했다.
전북도청의 지속적인 지원과 정다겸 감독의 열정은 드디어 올해 전국체전에서 2관왕으로 결실을 맺었다.
동계체전 여자4인조와 믹스더블 우승팀 전북도청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심한 정다겸 감독은 올해
6월 열리는 2022-2023 국가대표선발전인 한국컬링선수권에서 우승을 복귀를 목표로 정했다.
스스로 사퇴 결심을 우승으로 꽃피우고 선수들의 설득으로 마음을
되돌린 정다겸 감독의 지도자 인생은 이제부터 전성기가 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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