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유의 무뚝뚝한 표정과 말투지만 진심이 담겼다.

 잠시 소년처럼, 어린 시절 우상이었던 최고 거포와 이제 같이 뛰게 된

 설렘을 털어놓으며 야구천재는 “나는 성(공한)덕(후)”이라고 웃었다.

강백호(23)가 선배 박병호(36·이상 KT)를 향한 오랜 마음을 처음으로 털어놓았다.

부산 기장현대차드림볼파크에서 진행 중인

 KT 스프링캠프에서 강백호는 새로 합류한 박병호와 훈련 시간 늘 붙어있다. 

KBO리그 최고 홈런 타자이자 최고 1루수인 박병호가 KT로 옮긴 뒤 새 세대의 대표 

홈런타자이자 1루수 계보를 잇는 강백호와 만나게 된 것은 올시즌 가장 큰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스프링캠프 시작부터 찰싹 붙어 이것저것 배우고 가르쳐주는 둘의 모습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지난 시즌 최고의 성적을 거두고 개인 타이틀은 놓쳤지만 첫 우승의 

기쁨을 누린 강백호는 ‘올시즌 이루고 싶은 것이 있느냐’는 질문에 뜻밖의 답을 했다. 

강백호는 “한 번 우승해보니 더 하고 싶다.

 올해 2연속 우승을 꼭 하겠다”며 “무엇보다 꼭 해보고 싶었던 것이 하나 있었는데 그건 이미 이룬 것 같다. 

박병호 선배님과 같이 야구하는 것이 꿈이었다”고 말했다.

강백호는 “한 번도 얘기한 적이 없었다. 

사실 히어로즈 가실 때부터 박병호 선배님의 엄청난 팬이었다”며 “원래 야구를 잘 안 보는 편이었는데, 

언젠가 엄마랑 같이 TV를 보다가 50홈런을 막 치고 화려하게

 야구하는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완전히 팬이었다”고 말했다.

박병호의 포스트시즌 명경기도 정확히 기억하고 있다. 

2013년 10월14일 목동구장에서 열린 넥센과 두산의 준플레이오프 5차전이었다.

 강백호는 “중학교 때 밥 먹으면서 야구를 보는데 9회말 2사 1·2루에서 니퍼트 공에 동점 홈런을 치셨다.

백스크린에 맞는 홈런이었는데 진짜 너무 멋있어서 밥 먹다가 숟가락을 떨어뜨렸다”고 떠올리기도 했다.

강백호는 “홈런왕 하면 물론 이승엽 선배님이 계시지만 우리 세대에서는 박병호가 최고였다. 

다들 암가드 같은 것도 박병호가 쓴다는 걸로 사고 우리한테는 진짜

 우상이었다”며 “야구선수가 되려고 하면서 ‘박병호랑 같이 한 번 야구해볼 수 있을까’

 생각했었는데 심지어 같은 팀에서 하게 됐다.

 선배님한테도 이런 얘기 직접 하지는 못했다. 나는 성공한 덕후가 맞다”고 웃었다.

박병호는 강백호가 자신의 팬이었다는 사실을 조금은 알고 있다. 

박병호는 “골든글러브 시상식에서 백호 어머님을 뵌 적이 있다. 사인을 해드렸는데, 

백호가 어릴 때부터 무척 좋아했다고 말씀하셨다”고 떠올리며 웃었다.

우상이었던 선배와 이제 한 팀의 중심타선에 

나란히 자리하게 된 강백호는 지금 박병호의 모든 것을 흡수하는 중이다. 

박병호는 “백호가 1루 수비도 잘 하는 선수가 될 수 있게 도와주고 싶다”고 했다. 

강백호는 “수비 스텝부터 서 있는 자세, 상황별 마음가짐 같은 것까지 생각 이상으로 엄청 많이 배우고 있다. 

정말로 전담 코치님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타격에서는 이미 거포의 인정을 받고 있다. 

박병호는 “타격은 얘기해주고 말 것도 없고 나는 그저 감탄하고 있을뿐이다. 

진짜 잘 친다”며 “최고의 타자도 보통 20대 중후반 이후 전성기

 때나 이렇게 치는데 백호는 스무살 때부터 이렇게 치고 있는 거다. 

멘탈과 자신있게 돌리는 스윙부터가 그냥 남다르다”고 했다.

약 10년 전 소년 팬과 홈런왕이었던 둘이 이제 KT의 얼굴로 나란히 서게 됐다. 

둘의 ‘브로맨스’가 끈끈해질수록 우승 팀 KT는 더 강력해진다.

 아직 우승 경험이 없는 박병호의 올시즌 목표는 “우승 한 번 해보는 것”이다. 

강백호의 마음도 같다. 강백호는 “박병호 선배님까지 오셔서 우리 멤버 좋고 충분히 강팀이다. 

할 수 있을 때 해야 된다. 올해 박병호 선배님과 같이 꼭 우승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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