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곡진 길을 천천히 걸었다. 인내의 시간 끝에 달콤한 보상을 만났다.

 생애 첫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어 이적했다. 

다시 새 출발이다. 프로야구 LG 포수 허도환(38)은 “그동안 고생했다고, 잘 버텼다고 스스로

 칭찬해주고 싶다. 대신 앞으로 더 힘내야 한다”고 미소 지었다.

서울고, 단국대를 거쳐 2007년 두산에 입단했다. 그해 1군서 단 한 경기만을 치른 채 방출됐다. 

팔꿈치 인대가 끊어져 사비로 수술을 받았고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했다. 허도환은 “내 야구 인생을 

통틀어 최대 고비였다. ‘다시 할 수 있을까’라는 걱정뿐이었다”며 “혼자 야구하려니 비용이 감당 안 됐다. 

그때 고작 24~25살 청춘이었는데 미래가 불투명해 정말 힘들었다”고 덧붙였다.

다행히 새 둥지를 찾았다. 넥센(현 키움)의 입단 테스트를 통과했다. 2011년 프로 무대에 복귀했다. 

이후 한화, SK(현 SSG), KT에 차례로 몸담았다. 주전은 아니었지만 든든한 백업으로 소속팀 안방에 힘을 보탰다. 

2018년 SK, 2021년 KT에선 우승 반지도 손에 넣었다. 지난 시즌 종료 후 첫 FA 자격을 획득했다. 

2년 총액 4억원(계약금 2억원·연봉 1억원)에 LG 유니폼을 입었다. 올해 유강남의 뒤를 받친다.

허도환은 “매번 2차 드래프트나 트레이드 등으로 팀을 옮겼는데 처음으로 FA 이적을 해봤다.

 기분이 색다르더라”며 “이젠 모든 것이 재미있다. LG에서 불러주셨으니 더 잘해서 보답하고 싶다”고

 속마음을 내비쳤다. 그는 “나로 인해 팀과 팬분들 모두 기분 좋아지셨으면 한다. 팀 승리, 

우승만 바라보겠다”며 “개인 성적에는 연연하지 않겠다. 아무리 잘해도 통산 기록이 나아질 리 없다”고 웃었다.

한국 나이로 불혹이 되는 내년, 2023시즌 종료 후 계약이 만료된다. 허도환은 “더 잘해서 연명했으면 한다. 

최선을 다할 것이다”며 “만약 안 돼도 마흔 살까지 야구했다는 것만으로도 보람찰 것 같다. 

그간 좋은 팀, 지도자, 동료들을 많이 만났다. 운이 좋았던 것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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