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라가서 153km 던져봐", "알겠습니다"

지난 해 10월이었다. 한화 우완투수 윤호솔(28)은 기이한 경험을 했다.

 마침 10월 들어 150km 이상 강속구를 회복하던 차였는데 갑자기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윤호솔에게 한마디를 했다.

"이번엔 올라가서 153km를 던져봐"라는 감독의 말에 윤호솔은 "알겠습니다"라고 대답하고 다시 마운드로 올라갔다. 

구속이라는 것이 마음만 먹는다고 올라가는 것이 아니기에 윤호솔은 의식할 틈도 없이 투구를 이어갔다. 

그런데 진짜 153km를 던진 것이 아닌가. 지난 시즌 그의 최고 구속이었다.

"의아했다. 전광판을 보니까 153km가 나왔더라. 약간 놀라기도 했다"라는 윤호솔은 "의식하고 

던지지 않았는데 153km가 나왔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윤호솔에게 153km는 의미 있는 숫자였다. 

윤호솔이 한창 고교 최대어로 각광을 받던 천안북일고 3학년 시절 

이후 처음으로 153km를 찍은 것이다. 윤호솔은 "개인적으로는 의미가 있었다"면서 "고3 

이후 10년 만에 처음으로 153km를 던졌다"고 말했다.

윤호솔은 신생팀 특별지명을 통해 NC 유니폼을 입었고 계약금 6억원을 받으면서 신인왕 후보를 

넘어 차세대 한국야구의 에이스로 주목을 받았다. 그러나 2020년까지 단 1승도 거두지 못한 그는 팬들의

 기억에서도 점점 멀어져 갔다. 절치부심하고 맞이한 지난 시즌이었다. 윤호솔은 한화 불펜에서 점점

 비중이 높아졌고 3승 8홀드 평균자책점 4.62로 가능성을 확인한채 시즌을 마쳤다. 시즌 중에도 투구폼을 

수정해 밸런스를 잡는데 열중하면서 마침내 10월에 153km까지 찍는 놀라운 결과를 연출했다.

수베로 감독은 누구보다 절박한 그에게 "네가 올라가면 던지고 싶은대로 던져라"는 말로 윤호솔의

 마음에 안정감을 심었다. 과연 윤호솔은 올 시즌 더 좋은 투구를 보여줄 수 있을까.

"올해는 50이닝과 두 자릿수 홀드를 해보고 싶다"는 윤호솔은 "작년에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했다. 

앞으로는 나답게 강한 공을 던지고 연투를 하더라도 일관성 있는 모습으로 풀시즌을 치르고 싶다"는 바람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