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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쟁이티비 0 544 2022.02.25 18:41

한화 이글스 투수 윤호솔에게 '153'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다. 

초특급 유망주 시절인 2012년 이후 10년 만에 다시 던진 153km/h. 

그 숫자에서 윤호솔은 희망과 자신감을 찾았다.


지난해 10월 30일 대전에서 열린 두산-한화의 시즌 최종전. 

한화가 3대 4로 뒤진 5회초 2아웃에 윤호솔이 마운드에 올랐다. 상대는 북일고 시절 동기 강승호. 

초구부터 151km/h 강속구를 뿌린 윤호솔은 속구 3개로 뜬공아웃을 잡고 이닝을 마쳤다.


더그아웃에 돌아온 윤호솔에게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이 말을 걸었다. 

수베로 감독은 "다음 이닝에 다시 올라가서 153km/h를 던져보라"고 주문했다. 

이날 전까지 윤호솔의 시즌 최고 구속은 151km/h. 153km/h는 한 번도 기록한 적이 없었다.


6회초 마운드에 오른 윤호솔은 박계범과 상대했다. 초구에 151, 2구 150, 3구에 150km/h가 나왔다. 

그리고 던진 4구째, 윤호솔이 속구를 던지자 스피드건에 '153'이란 숫자가 표시됐다.

 수베로 감독이 말한 그대로 이뤄진 것이다.


윤호솔에게 '153'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숫자다. 10년 전인 2012년, 

당시 윤호솔은 초고교급 에이스로 군림하며 야구계의 주목을 한몸에 받았다.

 여러 메이저리그 구단에서 러브콜을 보냈고,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에이스로 활약했다. 

지금은 메이저리그 최고의 스타가 된 오타니 쇼헤이와 라이벌 구도를 이뤘다. 

그해 윤호솔이 기록한 최고구속이 바로 153km/h였다. 

전체 1순위 우선지명과 당시 기준 역대 5위에 해당하는 6억원의 계약금이 뒤따랐다.


화려한 조명 속에 데뷔했지만, 윤호솔의 프로 생활은 순탄하지 못했다. 

팔꿈치 인대 손상으로 수술대에 오른 것만 두 차례. 2014년 2경기 등판을 끝으로 긴 재활 터널에 진입했다. 

2017년 군 복무를 마친 뒤엔 팔꿈치 통증이 재발해 같은 부위에 재수술을 받았다. 

첫 5시즌 동안 1군 기록은 2경기 3.1이닝 5실점이 전부였다.

 2018년 트레이드로 한화 합류한 뒤엔 불미스러운 일로 참가활동정지 처분을 받는 고난도 겪었다.


그래도 윤호솔은 야구를 포기하지 않았다. 

재활에 매진한 끝에 마침내 2019년 5월 8일 5년 만에 1군 마운드에 다시 섰다. 

고교 시절처럼 150km/h를 던지진 못해도 140km/h 중후반대 빠른 볼을 던지며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해 3월엔 키움 히어로즈 상대 연습경기에서 최고 149km/h를 던져 

수베로 감독과 호세 로사도 투수코치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었다.

 다시 엑셀을 밟기 시작한 윤호솔의 구속은 시즌을 거듭하며 점점 빨라졌다. 

마침내 시즌 최종전에서 10년 만에 다시 '153'을 기록했다.


25일 대전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난 윤호솔은

 "작년 10월 들어 투구폼을 수정하고 밸런스가 좋아지면서 스피드가 빨라졌다. 

힘쓰는 타이밍과 릴리스가 개선되면서 다시 153km/h라는 숫자를 찍을 수 있었다"고 돌아봤다.


윤호솔은 "원래는 왼팔을 높게 드는 스타일이었는데, 

팔을 높게 들지 않고 간결하게 던지는 쪽으로 변화를 줬다"고 설명했다. 

그는 "힘을 완전히 모았다가 던지는 것보다 탄력으로 던지는 느낌으로, 

힘을 좀 더 비축하면서 간결하게 던졌다. 좀 더 앞쪽에서 힘을 쏟아붓는 쪽으로 변화했다"고 덧붙였다.


'153'이란 숫자의 의미에 대해 그는 "고교 3학년 때 이후 10년 만에 던진 153이라 의미가 남달랐다"고 말했다. 

그는 "사실 150km/h대를 던지는 게 140km/h 후반대 던질 때와 느낌에 큰 차이는 없다.

 느낌이 거의 비슷해서 설마 나왔나 싶었는데, 전광판에 보니 정말 153이 나와 있었다"고 떠올렸다.


다시 '153'을 되찾은 윤호솔은 올 시즌 지난해보다 기복 없고 안정된 피칭을 하는 게 목표다.

 그는 "153km/h에 만족하지 않고 작년보다 더 나은 해가 되도록 준비하겠다.

 작년에는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좋은 날과 안 좋은 날의 차이가 커서 아쉬웠다. 

팀에 도움될 때도 있었지만 그렇지 못한 날도 많았다"고 돌아봤다.


윤호솔은 "전에는 1군에서 풀타임 시즌을 보낸 적이 없었다. 

2군 경기와 1군 경기의 긴장감도 다르다 보니 그에 따른 심리적 

스트레스와 피로가 후반기에 찾아왔다"면서 "올해는 마운드에 올라가서 저답게 강한 공을 던지고, 

끝까지 일관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다짐했다.


올 시즌 개인 목표로는 '50이닝'과 '두 자릿수' 홀드를 꼽았다. 

한화 내부에서는 윤호솔을 차세대 마무리 후보로도 고려하는 분위기다. 

이에 대해 윤호솔은 "마무리는 정말 매력적인 보직이다. 

기회만 된다면 욕심이 나는 역할"이라며 "아직 정우람 선배님이 계시고 김범수, 

강재민 등 좋은 투수들과 선의의 경쟁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10년 만에 되찾은 '153'과 함께 윤호솔의 시대가 시작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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