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소리에 마음이 편안해지기도 한다. 파도 소리에 정신이 맑아지기도 한다.

 때로는 맥주 병 따는 소리에 속이 뻥 뚫리기도 한다.

누구에게나 ASMR(자율 감각 쾌락 반응)을 일으키는 소리가 있다. 

이를테면 ‘백색 소음’이자 ‘착한 잡음’이다. 걱정과 근심을 덜어주거나 집중력을 불러오는 소리다.

LG 사이드암 정우영(23)에게는 관중석에서 북적거리는 소리가 ‘ASMR’이다.

정우영은 2019년 입단과 함께 1군 무대에 선 뒤 각기 다른 세 시즌을 보냈다. 코로나19 대유행과 

무관하던 첫 시즌을 거쳐 무관중 경기와 유관중 경기 적용이 수시로 변했던 두 시즌을 더 보냈다.

경기도 이천 1차 캠프를 거쳐 경남 통영에서 2차 캠프를 치르고 있는 정우영은 

관중석에서 터져나오는 함성에 대한 그리움을 다시 한번 끄집어냈다.

정우영은 지난 가을 두산과 준플레이오프를 치를 때 관중석이 빼곡했던 경기장 풍경을 다시 떠올리며

 “관중석이 꽉 차고, 북적대는 분위기일수록 마운드에 올라 집중이 잘 된다”며 “반대로 느끼는 

선수도 있겠지만, 나는 관중이 많이 경기가 좋다. 공을 던지기 훨씬 좋다”고 말했다.

정우영은 관중석의 팬들에 대한 소중함을 무관중 경기를 거듭하며 다시 느꼈다. “관중석이 비어있으면 공을 

던질 때 더그아웃 잡음이 많이 들린다. 솔직히 많이 신경쓰인다”며 “무엇보다 관중석이

 차면 더그아웃 소리가 아예 안들려서 좋다”고 말했다.

TV 중계영상에는 잘 잡히지 않지만 더그아웃에서 흘러나오는 소리는 생각 이상으로 크다. 선수와 코치 가릴 것

 없이 그라운드 내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반응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나온다. 가끔은 이 때문에 팀간 시비가 일어나기도 한다.

이에 정우영은 코로나19 여파가 여전해 아직은 미래 상황을 예측할 수 없는 것을 잘 알고 있지만, 

새 시즌 관중이 꽉 들어찬 경기에서 공을 던질 날을 고대하고 있다.

이미 리그 정상급 불펜투수 자리에 올라있는 정우영은 새 시즌 몸을 키우고 구속도 끌어올리 

있는 가운데 다른 각도에서도 집중력 향상에 신경쓰고 있다.

몸에 밴 습관에 관한 것으로, 지난해까지는 오래 쉬고 등판하는 날이면 제구가 흔들리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정우영은 “오히려 연투할 때는 하체 밸런스가 잘 잡히는데 사흘, 나흘 정도 등판이 없다가 올라가면 

하체가 잡히지 않을 때가 있다”며 “새 시즌에는 개선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어쩌면 정우영 스스로 야구선수로서 자신을 조금 더 알아가고 있다.

 이 또한 정우영에게는 성장의 재료가 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