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시기별로 정해진 스포츠 일정이 있다.

겨울은 프로풋볼(NFL)과 프로농구(NBA)가 꽃을 피운다. 프로풋볼 챔피언 결정전 슈퍼볼은 미국 스포츠 최고의 축제다.

 슈퍼볼이 끝나면 겨울이 끝나가고 있다는 신호다. 이후 ‘3월의 광란(March madness)’으로 불리는 미 대학스포츠협회(NCAA) 

농구가 시작되고, 2월부터 기지개를 켠 메이저리그(MLB)도 본격적인 준비에 돌입한다. 메이저리그는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이

 4월부터 10월까지 진행된다. 미국 스포츠의 1년은 대개 이런 식으로 흘러간다.

올해도 슈퍼볼이 끝났다. 원래라면 이제 야구의 차례다. 하지만 야구의 시간은 12월에 멈춰져 있다. 

구단주(사무국) 쪽과 선수 노조가 새로운 노사 협약(CBA)에 합의하지 못하면서 구단주 쪽이 직장폐쇄를 선언했다.

이로 인해 모든 메이저리그 업무가 중지됐다. 한동안 만나지 않았던 양쪽은 1월이 되어서야 

다시 협상에 돌입했다. 그러나 큰 진전 없이 교착상태에 빠져 있다.

노사 협약의 최대 쟁점은 서비스 타임이었다. 서비스 타임은 선수가 메이저리그 로스터 혹은 부상자 명단에 등록된 

일수를 뜻한다. 선수가 자유계약(FA) 자격을 갖추려면 서비스 타임 6년을 채워야 한다. 선수 노조는 에프에이 취득 

시기를 단축하기 위해 서비스 타임을 줄이려고 했지만, 구단주 쪽이 이를 강력하게 반대하고 나섰다. 그러자 선수 

노조가 한발 뒤로 물러났다. 에프에이 자격 요건은 기존 규정을 그대로 따르기로 결정했다.

 대신 양쪽은 에프에이가 되기 전 선수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보너스 풀(bonus pool)을 신설했다.

 드래프트 제도에서 활용되고 있는 보너스 풀은 성적이나 수상에 기반을 둬서 주어지는 포상금이다. 

연봉 조정 자격이 없는 선수들의 불합리한 대우를 개선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양쪽은 보너스 풀이 필요한 이유는 공감하고 있다. 하지만 보너스 풀 규모에 대한 생각이 다르다.

 선수 노조는 150명에게 나눠줄 수 있는 1억1500만달러를 주장한다. 반면, 구단주 쪽은 30명에 한해

 2000만달러를 내세우고 있다. 의견 차이가 대단히 크다. 

현재 협상에서 진통을 겪는 부분으로, 보너스 풀에 대한 접점을 빨리 찾아야 한다.

보너스 풀과 더불어 새롭게 선보이는 제도는 드래프트 추첨제다. 최하위 팀이 무조건 가장 높은 지명권을

 차지하다 보니 고의로 패배하는 탱킹(tanking)이 대두됐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상위 지명권을 추첨해서 

가지기로 결정했다. 드래프트 추첨제 역시 양쪽 모두 필요성은 동의했지만, 어디까지

 확대할지에 대해서는 입장 차이(구단주 4팀, 노조 7팀)가 있다.

또 다른 난제는 사치세다. 보너스 풀과 더불어 양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구단주 쪽은 올해 사치세 기준을 

2억1400만달러, 노사 협약 마지막 연도(2026년)에는 2억2200만달러로 높이는 것을 고려한다. 하지만 선수 노조가 

염두에 두는 사치세 기준은 올해 당장 2억4500만달러다. 마지막 연도에는 2억7300만달러로, 구단주 쪽의 제안보다

 훨씬 규모가 크다. 사치세 기준을 확실하게 높임으로써 각 팀의 적극적인 투자를 유도하려는 의도다.

 사치세는 페널티까지 동의를 얻어야 하므로 대단히 복잡한 사안이다.

결국, 걸림돌은 ‘돈’이다. 현지에서도 ‘경제적인 문제의 간극을 좁히지 못하고 있다’고 정리했다. 

사무국은 “정규시즌이 정상적으로 개막(한국시각 4월1일 개막)하려면 이번 주에 협상이 타결되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미 스프링캠프 시범 경기는 일주일을 미룬 상태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양쪽은 매일 협상을 이어가기로 약속했고, 

최근 장시간 대화를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여전히 갈 길은 멀다. 하지만 양쪽이 그 길을 함께 가려고 하는 건 고무적이다.

 더 늦어지는 건 모두에게 불행한 일이다. 이제는 야구의 시간이 돌아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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