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성 히어로.'

눈에 띄지 않은 영웅이란 뜻이다. 묵묵히 제 역할에 충실히 하는 사람을 칭한다.

제주 유나이티드엔 그런 선수가 있다. 2016년 제주 유니폼을 입은 정 운(32)이다.

정 운은 크로아티아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의 맹활약으로 크로아티아에서 귀화 제의를 받았던 재능이다.

정 운은 대단한 노력파다. 2020시즌 왼쪽 풀백에서 중앙 수비수로 변신해 제주의 K리그2 우승을 이끌었다.

 2021시즌엔 K리그1 35경기에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파이널 A 진입에 힘을 보탰다.

정 운은 포지션을 바꿔서도 흔들림이 없었다. 수많은 반복 훈련 없인 불가능한 일. 

정 운이 얼마만큼 성실한 선수인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 운은 2022시즌 개막 전 제주와 재계약을 맺었다. 정 운과 제주의 계약은 2022년 12월까지였다.

스포츠춘추가 제주 레전드를 꿈꾸는 정 운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언성 히어로' 정 운 "제주에서 K리그1 우승컵 들어 올리면 어떤 기분일지 아주 궁금하다"

2022시즌 K리그가 막을 올렸습니다. 전북 현대의 K리그1 6연패 도전을 가로막을 유력한 후보 제주 유나이티드의 

출발이 좋았던 건 아니에요. 제주는 2월 20일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진 2022시즌 

K리그1 개막전 포항 스틸러스와의 대결에서 0-3으로 패했습니다.

첫 경기에서 부족했던 점을 잘 보완하겠습니다. 모든 선수가 이번 동계 훈련에서 많은 땀을 흘렸어요.

 2월 26일 강원 FC와의 홈경기는 다를 겁니다. 우리가 준비한 걸 내보일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2022시즌 개막 전 제주와 재계약을 맺었다고 들었습니다.

제주와의 계약이 2022년 12월까지였습니다. 재계약을 안 해도 올 시즌을 치르는 데는 문제가 없었죠. 

구단은 올 시즌 제 활약을 보고 재계약을 검토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구단에선 제가 마음 편히 

축구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배려해줬습니다. 구단의 신뢰에 실력으로 보이겠습니다.

제주에서 더 보여줄 게 있나요. 2016년 제주에 합류한 이후 쭉 핵심 선수로 활약 중입니다. 

군 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2020시즌부턴 왼쪽 풀백에서 중앙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꿔 맹활약 중입니다.

매 순간 온 힘을 다하려고 해요. 정 운이란 사람을 믿는 분이 많습니다. 가족은 숨이 턱 밑까지 차올라 

포기하고 싶을 때 한 발 더 뛰게 해주는 존재죠. 설명이 필요 없습니다. 팬도 마찬가지예요. 언제 어디서나

 응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굳건한 신뢰를 보내주는 코칭스태프, 프런트, K리그1 최고 

기량을 갖춘 동료가 제 옆에 있어요. 단 한 순간도 대충할 수 없습니다.

새로운 도전에 나설 생각은 안 했습니까.

제주란 팀을 만나 큰 성장을 이뤘습니다. 2020시즌 K리그2 정상에 오른 뒤엔 K리그1 우승을 향해 나아가고 있어요. 

구단은 선수들의 꿈을 최대한 돕고 있습니다. 코칭스태프, 선수단, 프런트, 팬이 하나 된 느낌이에요. 

이런 팀에서 K리그1 우승컵을 들어 올리면 어떤 기분일까 궁금합니다. 꼭 느낄 거에요(웃음).

본래 포지션이 왼쪽 풀백이잖아요. 중앙 수비수로 뛴 건 2020시즌부터입니다. 

왼쪽 터치라인을 휘젓는 정 운을 그리워하는 팬들이 있는데요. 이젠 중앙 수비수가 편합니까.

중앙 수비수로 뛰면서 한 단계 성장을 이뤘어요. 중앙 수비수는 남기일 감독님의 축구에서 

가장 빛을 발할 수 있는 포지션입니다. 왼쪽 풀백으로 뛸 때의 강점도 살릴 수 있어요. 예전이 그립진 않습니다(웃음).

조금 더 구체적으로 어떤 성장을 이룬 겁니까.

왼쪽 풀백으로 뛸 땐 공격 성향이 강한 선수였어요. 시야도 좁았습니다. 왼쪽 측면만 봤어요. 

중원 싸움엔 어떻게 가담해야 하는지 잘 몰랐습니다. 중앙 수비수의 빌드업 능력이 왜 중요한지 생각해본 적 없었죠.

왼쪽 풀백에서 중앙 수비수로 포지션을 바꾼 이후에도 주전 자리를 내주지 않는 비결은 무엇입니까.

비결은 좀 거창한 거 같고요(웃음). 축구를 지금보다 잘하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축구가 재밌어요. 

가족, 팬만큼 소중하죠. 그런데 쉽지 않아요. 하면 할수록 늘어야 하는 데 아닙니다. 

예상 못한 변수가 찾아들어 좌절감을 안기기도 하죠. 방법은 하나입니다.

네?

훈련장에서 가장 늦게 퇴근하고자 해요. 팀 훈련이 끝나면 보통 30분 이상 개인 운동을 합니다. 

훈련하는 것만큼 중요한 게 내 강점이 무엇이고 보완해야 할 점이 뭔지 명확히 아는 거예요. 그래야 훈련 효과가 있습니다.

개인 운동은 어떤 식으로 진행합니까.

기본이 정말 중요해요. 평범한 볼 컨트롤, 패스 등을 기본이라고 소홀히 하면 실수가 나옵니다. 

저는 수비 지역에서 볼을 잡고 패스로 이어가는 동작을 반복해요. 실전에서 패스가 오면 몸이 먼저 반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겁니다. 훈련을 반복할수록 수비의 안정감이 올라간다고 믿어요. 

훈련을 마치면 유럽 프로축구 영상을 꼭 챙겨봅니다.

"콘테·나겔스만·투헬처럼 스리백 즐겨 쓰는 팀 영상 꼭 챙겨봅니다"

선수 영상을 보는 겁니까.

제주 유나이티드가 스리백이잖아요. 스리백 활용하는 팀들의 경기를 유심히 봅니다.

 특히나 한국 축구 대표팀 주장 손흥민이 뛰고 있는 토트넘 홋스퍼 안토니오 콘테 감독님의 축구를 챙겨보죠. 

토트넘은 아직 만들어가는 단계입니다. 콘테 감독이 인터 밀란에서 우승컵을 들어 올렸을 때를 유심히 보고 있죠. 

율리안 나겔스만(바이에른 뮌헨), 토마스 투헬(첼시) 같은 명장이 만든 수비에서도 배우는 게 많습니다.

예를 들어줄 수 있습니까.

영상 보면서 연구를 많이 해요. 인터 밀란 중앙 수비수 스테판 더 프레이는 '여기서 왜 이렇게 

움직였을까'라고 제게 질문을 던집니다. 예상치 못한 상대 공격수의 움직임에 어떤 식으로 대응하는지 유심히 봅니다. 

축구를 잘하고 싶어요(웃음). 어느 팀을 만나든 팀원들과 함께 이기고 싶습니다.

팀 훈련, 개인 운동하고 유럽축구 영상까지 챙겨봅니다. 언제 쉽니까.

잘 쉽니다(웃음). 휴식의 중요성이 커졌어요. 특히나 K리그 일정이 코로나19로 빡빡해지고 있습니다. 

잘 먹고 푹 쉬지 못하면 부상 위험이 커요.

2016시즌부터 제주 유니폼을 입고 뛰고 있습니다. 제주 생활엔 문제없습니까.

이젠 제주도민이죠(웃음). 제주엔 낭만이 있어요.

낭만이요?

커피 한 잔 시켜놓고 세계 어디다 내놔도 부족함 없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는 곳이 제주도입니다. 

'아름답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곳이에요. 처음 제주에 합류한 선수들에게 "세상에 이런 도시 없다. 

제주에 몸담을 때 많이 돌아다니면서 추억 남기라"고 합니다. 저는 이 모든 게 좋아 팀과의 

동행을 이어가고 있어요. 그라운드 안팎에서 이른바 '행복 축구'하고 있습니다(웃음).

정 운은 크로아티아 프로축구 1부 리그에서의 활약을 발판으로 크로아티아 귀화 제의를 받았던 선수입니다.

 1998 프랑스 월드컵 3위, 2018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을 기록한 크로아티아에서 말이죠. 그런 정 운이 

2016년 K리그로 복귀해 전진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그라운드를 떠나는 

날이 올 텐데요. 그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생각해 본 적 없어요. 저는 '매 순간 온 힘을 다하자. 오늘 하루 후회 남기지 

말자'는 생각으로 살아갑니다(웃음). 딱 하나 바람이 있다면...

네.

제주에서 오랫동안 뛴 선수로 남고 싶어요. 누군가 '옛날에 정 운이란 선수 있을 땐 참 든든했는데...'라고 

이야기 해준다면 행복할 것 같아요. 변함없이 뛰겠습니다. 오늘 하루 후회 남기지 않겠습니다. 

제주를 믿고 응원해주는 모든 분에게 멋진 추억 선물할 수 있도록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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