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 3사 ‘올림픽 중계’ 어땠나
러 발리예바 경기에 침묵으로 일관
공정성 훼손한 판정엔 함께 분개
3사 ‘사이다 중계’에 시청자 큰 공감
스타선수 출신 해설 전문성 결여 눈총
쇼트트랙 등 인기종목 중복편성 여전
‘차별 얼룩’ 도쿄 때 같은 중계참사는 없어
한겨울을 뜨겁게 달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이 지난 20일 막을 내렸다.
빙판과 설원 위 선수들만큼이나 지상파 3사의 중계 경쟁도 치열했다.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과 마찬가지로 KBS는 차분하고 안정적인 해설,
MBC는 다이내믹한 해설, SBS는 재치 있는 해설이 특징으로 꼽혔다.
방송사들은 경기 영상 외에도 현장의 이모저모를 전달하려 애썼지만,
이번에도 메달권에 들지 못한 비인기 종목은 소외되고 인기
종목에 대한 지상파 3사의 중복 편성이 여전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혐오와 차별로 얼룩졌던 지난해 도쿄 하계올림픽과 같은 중계 참사는
없었지만 경기 분석 대신 감탄사와 고성만 가득한 해설은 그대로였다.
◆공정 잃은 올림픽에 말 잃은 해설진
이번 베이징올림픽은 ‘편파 판정’과 ‘도핑 파문’으로 얼룩졌다.
각 사의 중계진은 일련의 사건에 국민과 함께 분개하고,
소신 발언과 ‘침묵 해설’ 등으로 공감을 샀다.
지난 7일 쇼트트랙 남자 1000m 준결승에서 황대헌과 이준서가 나란히 페널티를
받으며 실격하자 진선유 KBS 해설위원은 “정말 판정을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안상미 MBC 해설위원은 “우리 선수가 있어야 할 자리(결승전)에 없다. 정말 속상하다”고 토로했다.
일부 강도 높은 발언은 속 시원하다는 반응과 과도하다는 평가가 엇갈렸다.
배성재 SBS 해설위원은 남자 쇼트트랙 계주 준결승을 중계하면서 “중국이 무혈입성합니다”,
“쇼트트랙 자유이용권을 얻은 듯한 중국” 등 다소 강한 어조로 편파 판정을 꼬집었다.
‘눈 뜨고 코 베이징.’ 중국의 편파 판정 이슈가 불거진 직후 온라인에서 이 같은 문구가 회자되자
SBS는 즉각 ‘눈 뜨고 코 베갈 상’이라는 이름으로 중국 선수들의
반칙 장면을 모아 내보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도핑 규정을 위반한 여자 피겨스케이팅 카밀라 발리예바(16·러시아올림픽위원회)
선수의 경기(15·17일)에 지상파 3사는 침묵 중계로 일관했다.
각사는 발리예바의 연기 시작부터 끝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고 경기를 조용히 지켜봤고,
연기가 끝난 후에는 이번 사태에 대한 질타를 쏟아냈다.
곽민정 KBS 해설위원은 “많은 것들을 책임지려면 출전하지 말아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일침을 놨다.
이호정 SBS 해설위원은 “스포츠는 공정하고 깨끗해야 한다”며 “도핑 위반한 선수는 출전하지 못하는
게 당연한 원칙이고 모든 선수들의 노력은 공평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고 비판했다.
◆전문적 해설 대신 고성·반말 난무
시청자들의 정서와 발을 맞춘 ‘공감형’ 중계는 한편으로 이른바 ‘방구석 해설’이라는 논란도 일으켰다.
지상파 3사는 앞다퉈 스타 선수 출신을 해설위원으로 기용했지만 전문성 있는 해설을 하는 이는 극히 드물었다.
특히 대회 기간 내내 불공정 시비가 불거지면서 해설진의 감정 과잉 상태는 더 고조됐다.
정보 전달보다는 출전 선수들을 응원하기 위해 고성을 지르는 등 흥분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으로 스스로 전문성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저널리즘을 갖춘 스포츠 중계 전문인력 양성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KBS 스피드스케이팅 해설위원인 이상화가 대표적이다.
이상화는 지난 12일 열린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500m 결선에서 차민규 선수의 레이스를 중계하며
“야, 야, 여기! 야, 여기 봐”, “이야! 은메달 잘했다. 잘했다”라며 반말로 해설을 진행했다.
이를 두고 공과 사를 제대로 구분하지 못한 중계란 비판이 쏟아졌다.
KBS에서 컬링 중계를 한 이재호 해설위원과 최승돈 캐스터도 한국 대표팀이 저조한
점수를 내자 한숨을 쉬는 등 실망한 감정을 고스란히 드러내 시청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KBS 시청자권익센터 시청자 청원 게시판에는 이상화·이재호
해설위원과 최승돈 캐스터의 하차를 요구하는 청원이 올라오기도 했다.
반면 베이징 올림픽 개회식 중계는 도쿄 하계올림픽 때
MBC 중계사고를 의식한 듯 비교적 차분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MBC는 도쿄올림픽 개회식 당시 우크라이나 선수단이 입장할 때 체르노빌 원전 사고 사진을,
엘살바도르 소개 때는 비트코인 사진을, 아이티 선수단이 등장할 때는
‘대통령 암살로 정국은 안갯속’이란 자막을 사용했다.
이에 지상파 3사는 이번 대회 개회식에서는 선수단이
입장할 때 해당 국가를 소개하는 이미지로 일제히 지도를 화면에 띄웠다.
불필요한 논란을 낳지 않기 위한 의도로 해석되지만,
방송사마다 개성이 드러나지 않아 개회식이 심심해졌다는 평을 받았다.
◆최고 시청률 쇼트트랙… 비인기 종목 소외는 여전
방송통신위원회는 올림픽 중계를 할 때 채널별로 최대한 겹치지 않게 편성해 줄 것을 권고하고 있지만,
이번에도 인기 종목은 지상파 3사가 동시에 중계하는 관행이 이어졌다.
중계를 책임진 방송사들이 편성을 조정해 시청자들의 시청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18일까지 닐슨코리아의 누적 총 시청률 기준 이번 올림픽에서
시청자들이 주목한 경기는 40%대를 기록한 쇼트트랙이었다.
쇼트트랙 여자 3000m 계주 결승의 지상파 3사 시청률 합은 46.6%로 가장 높았고,
남자 대표팀 5000m 계주 경기가 43.8%, 최민정이 금메달을
딴 여자 1500m 결승 경기가 41.2%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올림픽에서 첫 메달이 나온 스피드스케이팅은 30% 안팎의 시청률을 보였다.
김민석이 동메달을 획득한 스피드스케이팅 남자 1500m 경기 시청률 합은 30.9%,
차민규가 은메달을 딴 남자 500m 경기는 26.9%로 집계됐다.
그러나 메달권에서 거리가 먼 바이애슬론,
노르디복합 등 비인기 종목은 중계 자체에서 소외되는 경향을 보였다.
KBS는 1TV와 2TV 두 개 채널을 통해 알파인스키,
스노보드 등 비인기 종목도 고루 편성하려 애썼지만,
인기 종목과 경기 시간이 겹치는 경우 어김없이 비인기 종목을 편성에서 제외했다.
지난 14일 오후 9시40분 열린 봅슬레이 남자 2인승 예선 경기는
같은 날 8시쯤 시작된 여자 컬링 한일전에 밀려 중계되지 않았다.
지상파 3사의 이러한 관행이 아이스하키 등의 동계올림픽 종목이 한국에선
비인기 종목의 신세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라는 비판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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