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쟁이TV 먹튀검증사이트 - 이대호도 안돼? 댓글 권력에 굴복한 슈퍼스타의 은퇴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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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쟁이티비 0 454 2022.02.20 15:45

올 시즌 뒤 은퇴를 예고한 롯데 자이언츠 간판스타 이대호(40)의 은퇴투어가 끝내 무산되는 분위기다. 

이대호는 최근 경남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과 만나 “은퇴투어 하면 좋다.

 하지만 ‘해주니, 안 해주니’ 하는 건 아닌 것 같다”라는 말로 자신을 둘러싼 은퇴투어 논란에 난감한 마음을 표현했다. 

이어 이대호는 “은퇴투어는 생각하지도 않았다. 

대신 우승을 하면서 멋지게 은퇴하고 싶다”는 말로 사실상 은퇴투어를 사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씁쓸한 일이다. 이대호가 누군가. KBO리그와 한국 야구 역사에서 크고 선명한 발자국을 남긴 대선수다. 

경남고를 졸업하고 2001년 롯데에 입단해 21세기 한국 야구 최고 타자이자 프랜차이즈 역사상 최고의 타자로 활약해왔다. 

1984년 삼성 이만수가 세웠던 타격 3관왕을 2006년 재현해낸 것도 이대호였다. 

역대 2호 타격 3관왕(타율·홈런·타점)을 차지한 주인공이었고 2010년에는 사상 

최초로 ‘타격 7관왕’(홈런·타격·최다안타·타점·득점·출루율·장타율)이라는 위업을 이뤘다. 

전무후무한 9경기 연속 홈런 진기록도 세웠다. 

1루수 골든글러브 4회, 3루수 골든글러브·지명타자 골든글러브 1회, 정규시즌 MVP 1회 등 굵직한 업적을 남긴 선수다.


‘조선의 4번타자’라는 별명답게 국제대회에서도 뛰어난 활약을 펼쳤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과 2008년 베이징올림픽, 2015년 WBSC 프리미어12 등

 각종 국제대회가 열릴 때마다 태극마크를 달고 출전해 인상 깊은 장면을 연출했다. 

통산 국제대회 성적은 타율 0.323에 7홈런으로 타율 0.296에 11홈런을 기록한 이승엽에 뒤지지 않는 활약을 해냈다.


한국 무대에서 많은 것을 이룬 이대호는 2012년부터 해외리그에 도전했다.

 KBO리그보다 한 수 위라는 일본 프로야구에서 4년간 정상급 외국인 선수로 활약했다. 

특히 소프트뱅크 호크스 소속이었던 2015년에는 팀을 재팬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고,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MVP를 수상했다.


박수 칠 때 은퇴하려는 이대호의 마지막 해


2016년에는 시애틀 매리너스와 계약을 맺고 미 프로야구 메이저리그까지 진출했다. 

비록 메이저 계약은 아니었지만, 스프링캠프 경쟁에서 살아남았고 결국 빅리그 개막을 맞았다.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0.253에 14홈런 OPS 0.740을 기록하며 방망이 실력 하나는 미국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입증했다. 

한·미·일 3개국에서 모두 좋은 활약을 보여준 이대호는 야구팬들의 단골 술안주인 ‘추강대엽(추신수·강정호·이대호·이승엽, 

역대 한국인 타자들 줄 세우는 유행어)’ 명단에서 이승엽보다 앞선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7년 만 35세 나이로 고향팀 롯데로 돌아온 이대호는 지난 5년간 녹슬지 않은 기량을 보여줬다.

 2017년에는 34홈런 111타점으로 팀을 포스트시즌 무대로 이끌었고 2018년에도 37홈런을 날렸다. 

2020년에는 만 38세 나이로 0.292의 높은 타율과 20홈런 110타점 기록을 남겼다. 

비록 전성기만큼의 파괴력은 아닐지 몰라도 경험과 관록, 결정적 순간에 빛나는 해결사 본능은 여전히 살아있었다.


2021시즌을 앞두고 롯데와 2년 26억원에 계약한 이대호는 계약 종료와 함께 은퇴를 예고했다. 

2년 계약이 끝나는 올해가 이대호의 프로야구 인생 마지막 시즌이다. 

한국 야구 역사에 한 획을 그은 레전드 선수를 올 시즌이 끝나면 더는 만날 수 없다.


이대호의 은퇴는 마지못해 등 떠밀려 하는 은퇴가 아니다. 자신의 은퇴 시기를 스스로 정하고 실행하는, 

이른바 ‘박수 칠 때 떠나는’ 은퇴다. 동료 선수들과 리그 전체, 

야구 팬들의 박수를 받으면서 화려하게 퇴장할 자격이 충분한 선수다. 

어떻게 하면 이 은퇴를 보다 의미 있는 시간으로 만들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게 당연하다. 

메이저리그에서 시작됐고 2017년 이승엽 은퇴를 계기로 국내에 수입된 ‘은퇴투어 이벤트’는 그중 하나의 방법이다.


2017년 당시 이승엽의 은퇴투어는 리그 차원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9개 구단의 동의 아래 마지막 원정 경기 때마다 상대 팀이 축하해 주는 자리를 가졌다.

 구단마다 특색 있는 선물과 이벤트로 레전드의 마지막을 함께했다. 

삭막한 KBO리그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들었던 훈훈한 장면에 찬사가 쏟아졌다.

은퇴투어가 한국 야구에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기를 바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이대호도 못 한다면 누가 할 수 있나”


그러나 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이승엽 은퇴투어는 처음이자 마지막 은퇴투어로 남아 있다. 

인터넷에서 벌어지는 소모적 논란과 일부 극성 네티즌들의 반대 목소리가 과잉 대표된 결과다.

사실 ‘국민타자’로 불리는 이승엽의 은퇴투어조차도 일각에서는 자격 여부를 놓고 시비를 걸었다.


이후 2020년 LG 트윈스 소속이었던 박용택의 은퇴 시기가 되자 은퇴투어 자격을 둘러싼 논란에 불이 붙었다.

 프로야구선수협회의 제안으로 구단이 은퇴투어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들리자 인터넷은 폭발했다. 

‘졸렬택 사건 때문에 안 된다’ ‘국가대표로 활약한 적이 없다’는 이유를 들어 반대하는 목소리가 게시판과 댓글을 뒤덮었다.

 결국 박용택이 인터뷰를 자청해 은퇴투어를 고사하면서 논란은 일단락됐다. 

현장에서는 ‘박용택 정도 선수가 은퇴투어를 못하면 누가 할 수 

있겠는가’라는 지적이 나왔지만 인터넷 여론의 폭주 앞에서 힘을 잃었다. 

당사자인 박용택에게는 상처만 남았다.


그리고 2년 뒤 이번에는 이대호의 은퇴를 앞두고 자격 논란이 재연됐다. 

그 사이 포털의 뉴스 댓글 기능은 사라졌지만 이번에는 일부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결국 이번에도 선수가 먼저 나서서 은퇴투어를 고사했다. 

은퇴투어 전통이 제대로 시작도 못 해본 채 ‘은퇴’ 위기에 내몰린 셈이다.


잇단 은퇴투어 논란에 현장 야구인들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분위기다.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유튜브 ‘구독 허구연’에서 “슈퍼스타의 마지막에 팬들과 함께 

시간을 갖는 건 의미 있는 일”이라며 이대호 은퇴투어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허 위원은 “한국 야구에서 좌타자로 이승엽이 있다면, 대표적인 우타자가 이대호다.

 리그에서 여러 기록도 세웠고 국제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올렸다. 

미국과 일본에 진출해서 뛴 성적까지 종합해서 봤을 때 많은 팬과 국민의 관심을 끄는 선수였다. 

그게 하나의 기준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대호가 세운 여러 이정표를 나열한 허 위원은 “제가 볼 때 이대호 은퇴투어는 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한다. 

긍정적인 화제가 될 수 있는 이벤트가 되지 않을까 싶다.

 이대호의 은퇴투어가 진행되면 공식 은퇴투어에 또 하나의 적합한 기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은퇴투어 행사의 원조인 메이저리그에서 선수생활을 한 추신수도

 최근 기자회견에서 “박용택 선배님도 그렇고 대호도 마찬가지다. 

왜 은퇴투어에 대해 (여론이) 부정적인지 잘 모르겠다”면서 소신을 밝혔다.


추신수는 “이대호 같은 선수가 은퇴할 때 박수 받지 못한다면 몇 명이나 박수 받을 수

 있겠냐”라며 “대호가 롯데에서 우승을 못 했지만 야구는 혼자 하는 경기가 아니다.

 대호는 한국에서 7관왕도 했고 일본과 미국에서도 한국 야구가 부끄럽지 않을 만큼 정말 잘했다. 

이대호가 은퇴투어를 못하면 누가 할 수 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부 목소리 전체 여론으로 착각 말아야”


여론으로 포장된 일부 게시판 글과 댓글을 전체 야구팬의 의견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구단 관계자는 “트레이드나 FA 영입 등 구단의 중대사를 결정할 때 인터넷 게시판 글을 신경 쓰나. 

구단에서 옳다고 판단하면 아무리 게시판 여론이 부정적이라도 실행한다. 

여론은 아무것도 책임지지 않는다.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더라도 구단에서 볼 때 필요하거나 야구 발전에 필요한 일이라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은퇴투어를 둘러싼 게시판 논란은 필연적으로 찬성 쪽이 열세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게시판과 댓글은 특정 구단 팬만이 아닌 10개 구단 팬들로 구성된다. 

은퇴투어는 특정 구단 선수를 대상으로 한다. 

1개 구단과 9개 구단의 대립 구도인 만큼 자연스레 반대하는 목소리가 더 크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이 관계자는 “일부가 적극적으로 강한 목소리를 내는 공간에는 침묵하는 다수가 있다는 걸 염두에 둬야 한다”고 말했다.


다른 야구 관계자는 “인터넷 커뮤니티나 댓글 여론이 진정한 야구팬들의 목소리 전체를 

대변하는지 의문”이라며 “인터넷 커뮤니티는 보통 특정한 성별과 연령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다. 

전체 야구팬이 모여서 의견을 내는 공간이 아니다. 

이곳에서도 열성적으로 글을 올리면서까지 목소리를 내는 적극적인 이용자는 소수”라며

 “중요한 결정을 앞둔 구단이나 야구계가 커뮤니티 일부 이용자 

목소리를 전체 여론으로 착각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야구사의 한 장을 장식할 이대호 은퇴가 이대로 기념 행사 없이 초라하게 지나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이라도 롯데 구단과 선수협, KBO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이대호 은퇴투어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야 한다.

 게시판 여론이 겁나서 야구계의 큰 이벤트를 못 한다는 건 말이 되지 않는 일이다. 

은퇴투어가 KBO리그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계속 이어질 수 있도록 과감한 결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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