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은 아니다”

이정현은 연세대학교 시절부터 완성형 가드로 수많은 프로 관계자들의 관심을 받았다. 

188cm의 유리한 신체 조건, 탁월한 운동 능력에 안정적인 볼 핸들링, 

거기에 준수한 공수 능력까지 갖춘 완벽한 선수였다. 크게 흠잡을 곳이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하체 밸런스를 이용한 풀업 점퍼,

 양손을 활용한 마무리 능력, 높은 BQ가 그의 가치를 더욱 높게 만들었다. 

그래서인지 신인 중 유일한 즉시 전력감이라는 소리도 적지 않게 나왔다. 

하지만 얼리 엔트리라는 변수로 인해 이정현은 3순위로 

고양 오리온에 둥지를 트게 됐다.

이정현은 이대성과 동시에 출전했을 때 서로의 장점은 극대화하면서 경기 

운영에서의 약점을 최소화해줄 수 있는 최고의 자원이었다. 

1번은 물론, 2번까지 넘나들 수 있는 그의 입장으로서 

오리온행은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많은 기대를 모았던 만큼 이정현은 빠른 속도로 프로의 세계에서 꽃을 피웠다. 

이정현의 가세로 오리온 역시 공격에서 다양한 옵션을 가져갈 수 있었다. 

또한, 시즌 초 중반 이대성-한호빈-이정현으로 이어지는 쓰리 가드

 시스템으로 쏠쏠한 재미를 보기도 했다.

이정현은 본인에게 수비수를 붙인 후, 

동료들에게 패스를 건네며 이대성의 경기 운영 부담을 확실하게 덜었다.

 퓨어 가드 성향이 강한 한호빈의 아쉬운 점도 완벽히 메꿔냈다. 

그는 많은 볼 없는 움직임에 효과적인 속공 전개과 투맨 게임을 

가미하면서 오리온의 상승세를 주도했다.

하지만 타 신인들처럼 이정현의 상승 곡선에도 정체기가 찾아왔다. 

자신감 넘쳤던 공격 비중은 확연히 줄어들었고, 동료들 찬스 살피기에 바빴다. 

정통 포인트가드가 아님에도 너무 이타적인 마인드로 플레이를 이어가고 있었다.

강을준 감독도 이 부분을 특히 지적했다. 또, 강 감독은 최근 이정현의

 플레이를 지켜본 후 슈팅 가드로 선수를 성장시키고자 했다.

강을준 감독은 “포인트가드 롤을 부여하니 선수 스스로가 다운되고 안 풀린다.

 1번은 아니다. 슈팅 가드로서 성장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계속해 강 감독은 “무조건 적극적으로 공격에 임하라고 했다. 

제일 잘하는 플레이를 눈치 보지 말고 적극적으로 하라고 주문하고 있다. 

현재까지 포인트 가드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시즌 종료 후, 훈련을 통해

 변화를 줘야 할 것 같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은희석 감독을 포함한 타 대학 감독들에게도 적극적으로 물어보면서 의견을 참고했다. 

스스로의 공격력이 떨어지고 있는데 변화가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이정현은 올 시즌 평균 23분 36초 동안 9.6점 2.2리바운드 2.8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1,2순위로 뽑힌 이원석과 하윤기, 후반기 무섭게 치고 올라오고 있는 이승우와

 비교해 봤을 때 기록적인 측면에서 압도적으로 앞서나가고 있다.

20일 현재 고양 오리온은 20승 20패로 단독 5위를 유지하고 있다. 외국 선수 문제와 코로나 이슈로 

롤러코스터 같은 경기력을 선보이고 있지만 이정현은 항상 제 역할을 다하며 승리에 일조하고 있다.

국가대표 브레이크가 끝나면 오리온은 3월 2일 서울 삼성과의 경기가 예정되어 있다.

 6위에 2경기 차로 앞서고 있지만 전혀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하루 바삐 치고나가야 한다.

이정현은 강을준 감독의 말을 완벽히 이해하면서 휴식기 전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에서 

21점 5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부활한 경기력을 시즌 종료까지 유지할 필요가 있다. 

과연 그는 시즌 종료 후, 선수 커리어 중 단 한번뿐인 신인상이라는 영광을 차지할 수 있을까. 

또, 팀의 순위를 어디까지 올려놓을 수 있을까. 우리가 이정현의 변신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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