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 500·1000m 예선서 넘어지고

1500m는 준결승전서 ‘접촉 사고’

비디오 판독 끝에 뛴 순위결정전

6명 한 바퀴 차 따돌리고 ‘전체 8위’

이쯤되면 지독한 불운이라고밖에 할 수 없다. 

한두 번도 아니고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3개의 개인 종목에서 모두 레이스 도중 넘어진 선수가 있다. 

일본 쇼트트랙의 기쿠치 스미레(26)가 최악의 불운 끝에 올림픽을 마감했다.

기쿠치는 지난 16일 열린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 여자 

1500m 준결승에서 레이스 도중 넘어져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경기 후 비디오 판독에서 헝가리 선수의 실격으로 구제를 

받아 순위결정전에 올랐으나 메달의 꿈은 이미 날아간 뒤였다.

이날 레이스에서 기쿠치는 초반부터 

앞으로 치고 나가 적극적인 레이스를 펼쳤으나 후반에 또 ‘불운’이 기다리고 있었다. 

스퍼트를 올리려는 순간 다른 선수와 접촉해 넘어진 것이다.

기쿠치가 이번 올림픽에서 경기 도중 빙판에 미끄러진 것은 벌써 세 번째다. 

지난 7일 500m 준준결승에서 넘어진 게 비극의 시작이었다. 

간신히 일어나 레이스를 마치긴 했으나 별다른 구제 조치를 받지 못한 채 탈락했다.

11일 열린 1000m 준준결승에서도 넘어져 조 최하위로 물러나야 했다. 

기쿠치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개인 500·1000·1500m와 

혼성단체전 등 4개 종목에 출전했다.

다섯 자매 중 막내인 스미레는 역시 스케이트 선수인 둘째 언니(기쿠치 아야카), 

셋째 언니(기쿠치 유키)와 함께 2018년 평창 대회에도 참가했다.

당시 최고 성적은 3000m 계주에서 거둔 6위. 

특히 평창에서는 쇼트트랙뿐 아니라 스피드스케이팅 종목에도 

출전해 ‘빙판의 이도류’로 일본 내에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기쿠치는 1500m 순위결정전에서 그간의 넘어진 아쉬움을 

날려버리려는 듯 초반부터 치고 나와 다른 선수들을 일찌감치 따돌렸다.

경쟁자 6명을 한 바퀴나 따라잡은 끝에 1위에 올라 전체 8위로 입상했다. 

더 이상의 불운은 없다고 시위하는 듯 내달린 ‘분노의 질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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