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아래 두 개의 태양은 없다지만 쇼트트랙에는 세 개의 태양이 존재한다.
4년 전과 다름없는 최고의 기량으로 4년 전과 똑같은 금메달을 따며
‘쇼트트랙판 삼국지’를 쓰고 있는 최민정(24·성남시청),
아리안나 폰타나(32·이탈리아), 쉬자너 스휠팅(25·네덜란드)의 이야기다.
세 선수는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여자 개인전 종목(500m, 1000m, 1500m) 금메달을 사이좋게 나눴다.
평창동계올림픽에서도 세 사람은 같은 종목으로 한 차례씩 개인전 정상에 올랐다.
그때와 다른 점은 단체전까지 우승한 2관왕이 최민정에서 스휠팅으로 바뀌었다는 사실이다.
지난 16일 세 선수의 마지막 종목이던 여자 1500m에서 나란히 1, 2, 3위로
시상대에 오른 모습은 세계 여자 쇼트트랙의 현주소를 보여 주는 장면이었다.
세기의 라이벌인 만큼 선수들도 서로가 있어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앞서 폰타나가 2연패, 스휠팅이 2연패에 성공하며 “저만 잘하면 될 것 같다”던
최민정은 1500m 2연패를 달성한 후 “경기 끝나고 4년 전과 개인 종목 결과가 같다고 얘기하더라.
정말 좋은 선수들과 4년 동안 선의의 경쟁을 하면서
서로 발전하는 게 선수로서 굉장히 좋은 일인 것 같다”고 말했다.
여자 쇼트트랙은 최근 몇 년 사이 속도 경쟁이
붙으면서 절대 강자로 군림하기가 결코 쉽지 않은 환경이다.
이제는 한국이 세계 최강국이라고 할 수 없을 정도로 상향 평준화가 이뤄졌다.
왕좌에 올랐던 선수들이라고 해서 안심할 수 없었지만 세 선수는
서로가 있었기에 어김없이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었다고 고백했다.
폰타나는 “우리가 4년 전과 마찬가지로 같은 경기에서 이런 결과를 도출할
수 있어서 기쁘다”면서 “우리는 각자의 사연 속에 굉장히 치열하게 쟁취를 했다.
여기 온 자체로도 인상이 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스휠팅도 “서로 너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두 선수와 함께 경쟁하게 된 걸 기쁘게 생각한다”면서 “덕분에 결승전의 질도 높아졌다.
그렇기 때문에 이 스포츠가 정말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이 조합을 4년 후 올림픽에서도 똑같이 볼 수 있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폰타나가 최민정, 스휠팅과 나이 차이가 있어 그때까지 기량을 유지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폰타나는 “셋이서 같이 출전한다면 훌륭하지 않을까 싶지만
지금으로선 꿈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실현될지는 모르겠다”고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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