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편하게 던지는 것 같은데…"
이강철 kt 감독은 양쪽 불펜을 부지런히 오갔다. 주축 선수들의 불펜피칭을 하나라도 눈에 더 담기 위해서였다.
그런 이 감독의 눈이 고정된 곳은 바로 배제성(26)과 소형준(21)이 나란히 던지는 불펜이었다.
두 선수는 kt 마운드의 확고부동한 선발투수들이다. 몸 상태나 현재 구위에 신경이 집중되는 건 당연했다.
이 감독은 선수들에게 많은 말을 하지 않았지만, 내심 만족스러워했다. 소형준의 공은 연신 낮게 깔리고 있었다.
아직 캠프 초반의 불펜피칭이라 100% 구위는 아니었지만, 좌우 코너워크가 좋았다. 이 감독은 고개를 끄덕였다.
배제성에 대해서는 "작년보다 더 편하게 던지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정작 감독의 말에 배제성은 "지금 밸런스 정말
안 좋은데요"라고 웃어 보였지만, 이 감독은 배제성 또한 뭔가를 찾아내고 있다는 인상을 머릿속에 담았다.
그런데 두 선수의 불펜피칭을 애타게(?) 지켜보고 있는 선수가 하나 있었다. 바로 캠프 초반 이 감독의 엄명에 따라
'봉인'된 고영표(31)였다. 이 감독은 고영표의 몸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소집해제 직후인 지난해 이닝이
갑자기 불어났기 때문이다. 군 복무 관계로 2년을 쉰 고영표는 지난해 166⅔이닝을 던졌다. 정규시즌 막판,
포스트시즌에는 불펜으로 뛰기도 했다. 알게 모르게 피로도가 많이 쌓여 있을 만했다.
이 감독은 "영표가 이상이 없다고는 하지만 천천히 하라고 했다"고 설명했다. 발목이나 허리 등 사이드암 투수들의
피로도가 쌓일 수 있는 지점을 철저하게 관리해주려는 의도였다. 그런 고영표도 이제 본격적인 페이스업에 나섰다.
세 차례 정도 불펜피칭을 소화했고, 주전 포수 장성우가 직접 공을 받으며 컨디션을 체크했다.
이상이 없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받았다.
고영표는 지난해 국내 최고의 투수 중 하나였다. 26경기에서 11승6패 평균자책점 2.92의 호성적을 거뒀다.
고영표의 이름을 뺀 kt의 통합우승은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였다. 개인적으로도 프로 데뷔 후 첫 10승에 첫 한국시리즈
우승이라 의미가 남다른 한해였다. 연봉도 종전 1억2000만 원에서 3억 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메이저리그에서 16년을 뛰었고, 올스타 경력까지 있는 추신수(40·SSG)조차 고영표의 공을 '극찬'했을 정도였다.
추신수는 올해 캠프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설욕은 가능성이 있을 때 하는 건데 가능성이 없다"고 너스레를
떨면서 "정말 좋은 공을 가진 투수다. 국제 대회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투수"라고 후배 칭찬에 나섰다.
2연패를 노리는 kt가 믿는 구석은 마운드, 그중에서도 역시 자타 공인 최강의 선발진이다.
두 외국인 투수(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윌리엄 쿠에바스)의 캠프 합류가 다소 늦어지기는 했지만 이들은 이제
'상수'라고 볼 수 있는 선수들이다. 여기에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 그리고 예비 자원으로 엄상백과 김민수까지 버티고 있다.
한편으로는 도전이기도 하다. 고영표 배제성 소형준의 기록은 이미 리그 상위권이다. 올라가는 것보다는
떨어지는 게 더 쉬운 수준의 레벨이었다. 선수들이 이를 유지해줘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고영표의
정상 피칭, 그리고 배제성 소형준을 향한 흐뭇한 시선은 더 긍정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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