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장] 2022시즌 마치고 은퇴 선언한 이대호, 궁금증 셋
'조선의 4번타자' 이대호에게 2022년은 프로야구 선수인생의 마지막 시즌이다. 이대호는 이미 지난
2021년 친정팀 롯데와 2년 총액 26억 원에 FA(자유계약선수) 계약을 체결할 당시 계약이 끝나는
2022시즌을 마치고 은퇴하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대호는 최근 인터뷰에서 은퇴 번복 가능성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야구선수로서 이대호는 아직 현역이지만 이승엽-이종범-이만수-양준혁-장효조 등 한국야구를 빛낸
수많은 스타플레어들과 이미 어깨를 나란히 할만한 '살아있는 전설'로 꼽힌다. 2001년 롯데에서
프로에 데뷔하여 22년간 한·미·일 야구를 두루 거치며 무수한 업적을 세웠던
슈퍼스타의 야구인생이 드디어 마지막 챕터만을 남겨놓고 있는 순간이다.
사람은 시작보다 마무리의 모습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한국야구 역대급 슈퍼스타의
'라스트 댄스'가 과연 어떤 그림으로 기억될지도 야구팬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첫 번째 궁금증은 이대호가 마지막 시즌에 보여줄 개인성적이다. 이대호의 KBO리그
16시즌 통산 성적은 1829경기에 출전해 2020안타 351홈런 1324타점 타율 3할7리다.
일본 프로야구(4시즌 통산, 570경기 622안타 98홈런 타율 2할9푼3리)와 미국 메이저리그(1시즌
104경기 74안타 14홈런 타율 2할5푼3리)에서의 성적을 더하면 한·미·일 통산 2716안타 463홈런 타율
3할2리를 기록했다. 해외진출로 인한 공백기 때문에 KBO 통산 400홈런이나 한미일 500홈런 기록은
사실상 어려워졌지만, 현재 양준혁과 타이인 KBO 홈런 기록은 올 시즌 단독 3위로 올라설 것이 유력하다.
이대호는 지난 2021시즌 타율 2할8푼6리(420타수 120안타) 19홈런 81타점을 기록했다.
세월의 흐름을 속일 수 없듯이 안타와 타점은 2005년(119개,80타점) 이후 최소 기록이었고
3할대 타율도 실패했다. 래리 서튼 감독 부임 이후로는 부동의 4번타자 자리도 내려놓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팀내 홈런 1위, 타점 3위를 차지하며 롯데 타선에서 대체불가한
존재감을 보여줬다. 어느덧 전성기를 지나 에이징 커브는 피할 수 없었지만, 최고령이 된 나이를
감안하면 성적은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이미 통산 홈런과 타점은 롯데 구단 역대 1위를
지키고 있기에, 마지막 시즌 홈런이나 타점을 추가할 때마다 롯데의 역사가 경신되는 것이다.
두 번째 궁금증은 소속팀 롯데의 우승 여부다. 이대호는 일본 프로야구 시절 소프트뱅크 호스(2014-15)에서
2년 연속 일본시리즈 우승을 경험하고 최우수선수까지 선정된 바 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2008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2015 프리미어12 초대 우승 등 굵직한 이력을 남겼다.
하지만 정작 KBO리그에서는 우승은커녕 한국시리즈도 한번 올라보지 못했다.
롯데는 1992년 마지막 우승 이후 지난 29년간 한국시리즈 우승과는 더 이상 인연을 맺지 못했다.
마지막 한국시리즈 진출도 1999년으로 20세기 시절의 추억이다. 이대호는 롯데 유니폼을 입고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아보지 못했고, 정규리그 3위와 포스트시즌 준PO 무대를 밟은 것이 최고 성적이었다.
이대호에게 이상적인 은퇴의 롤모델이 될만한 사례는 유한준이다. 이대호보다 1년 선배인 유한준은
2021년 KT에서 104경기에 출전해 타율 3할4리(282타수 87안타) 5홈런 42타점을 기록했고,
한국시리즈에서도 쏠쏠한 활약으로 소속팀의 통합 우승을 이끌며 정상의 자리에서 시즌 종료
후 명예롭게 은퇴했다. 그리고 현재는 구단 프런트에 합류해 제2의 야구 인생을 시작했다.
안타깝게도 이대호의 롯데는 2022시즌에도 냉정하게 말해 우승후보와는 거리가 있다.
롯데는 지난 시즌 허문회 감독이 경질되고 래리 서튼 감독이 새롭게 지휘봉을 잡는 혼란 속에서
65승8무71패로 8위에 그쳤다. 2017년 3위로 마지막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은 이후 최근 4년연속 가을야구 진출조차 실패했다.
대대적인 전력보강을 해도 모자랄 시점에 지난 겨울에는 이대호와 함께 대표적인 프랜차이즈 스타로
꼽혔던 손아섭을 '경남 라이벌'인 NC 다이노스에 빼앗겼다. 일각에서는 롯데를 다음 시즌 한화
이글스와 함께 '2약' 후보로 꼽는 분석도 나온다. 그럼에도 이대호는
"팀의 우승을 위해 할 수 있는 것을 모두 다 하겠다"고 분발을 다짐했다.
마지막 이슈는 역시 '은퇴투어'를 둘러싼 논란이다. 이대호가 마지막이라고 예고한 2022시즌이 다가오면서
온라인을 중심으로 야구팬들사이에서는 그의 은퇴 투어 자격을 놓고 다양한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은퇴투어 논란의 핵심은 크게 두 가지라고 할 수 있다. 해당 선수가 얼마나 객관적으로 대단한 업적을
남겼는지, 그리고 선수에 대한 그 시점에서의 대중적 이미지와 평가다. 박용택은 한국시리즈 우승이나
국가대표 활약이 없다는 이유 등으로 저평가를 당했다. 또한 몇 안 되는 개인타이틀이었던
2009년 타격왕 기록은 당시 '밀어주기 논란'이 재소환되며 도마에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은퇴투어의 성격과 취지가 변질되었다는 아쉬움도 나왔다. 은퇴투어는 '명예의 전당'에
오를 선수를 뽑는 것과는 다르다. 승부와 경쟁, 아군과 적군을 가리지 않고 프로야구에 존중받을만한
업적을 남긴 선수를 예우하고, 프로야구의 역사를 모두 함께 기념하자는 데 의미가 있다.
단지 선수가 숫자상으로 남긴 실적만이 아니라, 평판과 상징성, 프로야구에
미친 영향 등 여러 가지 요소를 종합적으로 판단하자는 것이다 .
이대호는 선수로서의 업적만 놓고봐도 은퇴투어를 받을 자격이 충분하다. 통산 누적기록과 롯데의
프랜차이즈스타라는 상징성은 물론이고, 2010년 타격 7관왕-9경기 연속 홈런, 베이징올림픽 금메달
등 국가대표로서의 활약, 타자로서 한미일 프로야구 1군 무대를 모두 경험한 유일한 선수라는 기록 등이 말해준다.
그리고 이는 단지 이대호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앞으로 은퇴투어라는 이벤트에 대한 보편적인 기준과
공감대가 필요한 대목이다. 이대호는 굳이 은퇴투어보다는 팬들과 함께하는 사인회를 열고 싶다는 제안으로 논란을 피해갔다.
좋은 순간도 나쁜 순간도 있었지만, 이제 야구팬들이 '선수 이대호'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남지 않았다.
개인 성적과 팀 성적, 그리고 팬들의 축복 속에 이대호의 피날레가 아름다운 라스트 댄스로 장식될 수 있을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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