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5일 중국 베이징 캐피털 실내경기장에서 열린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쇼트프로그램을 중계를 통해 본 시청자들이라면 두 가지 의문점이 생겨날 것이다.

첫번째, 러시아올림픽위원회 소속인 카밀라 발리예바는 도핑 위반을 했는데 어떻게 경기에 나올 수 있지?

스포츠중재재판소(CAS)가 금지 약물 성분이 검출된 발리예바에게 징계를 줬다가 이를 철회한

 러시아반도핑기구(RUSADA)의 결정에 맞서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세계반도핑기구(WADA), 국제빙상경기연맹(ISU)이

 공동으로 제기한 이의 신청을 14일 기각했기 때문이다. 발리예바측은 할아버지의 심장 치료제를 복용했다고

 주장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같은 주장을 곧이 곧대로 믿는 이들은 거의 없다.

두번째, 발리예바가 경기를 할 때 어디서 함성이 나왔을까?

발리예바는 전세계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이런 논란 속에서 경기에 나오면 야유 소리가 흘러나오기 마련이다. 

하지만 경기장 한 구석에서 나온 응원 소리가 발리예바를 향한 박수 소리를 의도했다.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

관계자들이 키스앤크라이존 뒤에 있는 좌석에 몰려 앉아서 발리예바를 향해 큰 소리로 

함성을 질렀다. 함성은 관객석 전체로 번져나갔다.

이번 올림픽에서는 일반 관중들이 입장하지 못한다. 지난 12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관중들 대부분은 

특별한 관계자(VIP)이거나 베이징 주민 혹은 베이징 주재 기업인과 외교관이라고 밝혀졌다. 

지난해 12월에 초대장을 받은 이들만 입장할 수 있다. 특정 종목의 팬이 아닌 좌석을 채우기 위한 관중들일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중국 선수가 출전할 때가 아니면 거의 제스처를 취하지 않는다. 박수를 따라 친 것도 관중석 한 

쪽에서 함성 소리가 크게 나왔기 때문에 동요한 것으로 추정된다.

발리예바는 강한 멘털의 소유자는 아니었다. 첫 점프에서 실수를 했고 경기를 마친 뒤에는 울음을 터뜨렸다. 

이런 발리예바를 향해 ROC 관중들은 또 응원의 박수를 쏟아냈다.

어떤 의미의 박수인지는 알 수 없다. 발리예바는 역경을 거친 선수가 아니고 엄연히 규정을 위반한 선수다. 

설사 할아버지의 약을 잘못 먹었다하더라도 올림픽 출전을 앞둔 선수로서는 엄연히 잘못된 행동이다.

 그러나 오히려 영웅 취급을 해주는 분위기다.

러시아는 2014년 조직적인 도핑 스캔들이 알려지면서 2018 평창동계올림픽, 2020 도쿄하계올림픽, 

그리고 이번 대회까지 ‘러시아’라는 국가명을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럼에도 러시아는 다시 한번 도핑으로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들고 있다.

발리예바는 쇼트프로그램에서 1위를 차지했고 경기 후에는 말 없이 쏜살같이 믹스트존을 빠져나갔다. 

응원을 받은 선수의 행동치고는 이해할 수 없는 반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