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록 9연패를 기록했지만 경기 내용은 최근 들어 가장 좋았다.
서울 삼성은 지난 15일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대구 한국가스공사와의 5라운드 맞대결에서 93-95로 패했다.
점수 차에서 알 수 있듯, 서울 삼성 입장에선 너무나 아까웠던 승부였다.
어쩌면 손아귀까지 들어왔던 승리를 안타깝게 놓쳐버리고 말았다.
이규섭 감독대행이 경기 후 인터뷰에서 눈물을 글썽일 정도였다.
그 정도로 삼성 선수들은 시즌 8번째 승리를 위해 최선을 다했고, 간절했고 또 절실했다.
이규섭 감독 대행은 경기 후 “선수들은 굉장히 잘했다. 감독이 어려운 자리라는 것을 느낀다.
저희 선수들도 이렇게 잘할 수 있는 것을 보여준 경기였다”고 경기를 총평했다.
더불어, “선수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 브레이크 전 남은 두 경기 잘 준비하도록 하겠다.
오늘 제가 원하던 부분은 다 나왔다. 승리를 가져왔으면 선수들이 더 자신감을 가졌을 텐데 아쉽다.
계속 열심히 하다 보면 선수들에게도 좋은 결과가 돌아가지 않을까 생각한다.
더욱 준비해서 우리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갈 수 있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압도적인 최하위, 승률은 1할 7푼 9리, 8연패로 인한 패배 의식.
하지만 삼성의 이날 경기력은 분명히 이전과 많이 달랐다.
다니엘 오셰푸가 퇴단한 상황에서 토마스 로빈슨을 필두로 선수단이 똘똘 뭉쳐
기본적인 것부터 마무리까지 모든 부분에 최선을 다했다.
무엇보다, 고무적인 요소는 이날 경기 전까지 리그 평균 득점
72.5점으로 최하위에 머문 그들이 93점을 넣은 부분이다.
서울 삼성은 시즌 개막전이었던 지난 10월 10일 창원 LG와의 경기서 100점을 넣은
이후로 단 한 번도 90점 이상의 득점을 남긴 적이 없다.
리그 평균 득점 순위표를 살펴보면 로빈슨이 평균 16.1점으로 10위, 김시래가 10.3점으로 32위에 머무르고 있다.
김시래 다음으로 다득점을 기록하는 선수가 평균 7.5점의 임동섭이다. 타 팀에 비해 공격력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한국가스공사와의 경기는 시작부터 달랐다. 이규섭 감독대행은 이날 스타팅 라인업을 모두 국내 선수로 꾸렸다.
반면, 한국가스공사는 공포의 두-낙-콜 트리오가 정상적으로 가동됐다. 누가 봐도 삼성이 전력적 열세였다.
막상 뚜껑이 열리니 삼성이 한국가스공사를 압도해 나갔다.
신인 이원석이 마치 아버지를 연상케 하는 훅슛으로 포문을 열었고 김현수, 김시래, 김동량,
이동엽이 차례로 득점 행진에 가세했다. 매번 김시래만 바라보고 의존했던 삼성이지만
이날은 스타팅 라인업 전원이 유기적인 팀플레이로 점수를 쌓았다.
득점을 만드는 과정과 마무리도 깔끔했다. 선수들은 볼 없는 움직임과 이원석과 김동량의 스크린을 적극
활용해 외곽 찬스를 창출했다. 패배 의식에 물들어있을 법도 했지만,
삼성 선수들은 주저하지 않고 자신감 있게 솟구쳐 올랐다.
로빈슨이 들어온 후, 삼성 선수들의 코트 에너지 레벨은 더욱 높아졌다. 로빈슨은 어린 선수들을
아우르며 끊임없는 커뮤니케이션, 선수들 간의 독려와 하이파이브를 주도해 나갔다.
1쿼터엔 국내 선수들이 힘을 냈다면 2쿼터엔 로빈슨이 움직였다.
김동량과의 하이 로우 플레이. 공격 리바운드에 이은 세컨 찬스, 트랜지션 상황에서의 속공 등 다양한
방법으로 팀 공격에 기여했다. 그는 본인 득점 외에도 동료들의 오픈 찬스를 잘 살렸다.
수비에서도 굿 디펜스를 거듭 선보이며 팀이 앞서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어줬다.
4쿼터, 삼성은 김낙현에게 4개의 자유투 포함 연속 7점을 내주며 흐름을 빼앗겼다.
평소의 삼성이었다면 무기력하게 무너졌을 상황이었다.
그러나 김현수가 연속 3점슛으로 반격했다. 전현우의 3점슛으로 역전을 허용했으나
김동량의 골밑 득점으로 경기의 균형을 맞췄다. 매서운 집중력과 뒷심이었다.
그들의 투지가 승리와 연을 맺었다면 더욱이 완벽한 하루였겠지만 삼성은 마지막 김낙현의 돌파를 막지 못했다.
결국 또다시 1패를 추가했지만 그들은 부끄럽지 않은 경기를 펼쳤다.
여건과 분위기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내 선수들이 투지 있는 모습을 보였다.
코로나 확산으로 연기됐지만 삼성의 기존 일정은 오는 17일 서울 SK와 5번째 S-더비였다. 15연승을 질주하는
SK, 9연패를 기록하고 있는 삼성, 분위기는 확연히 대비된다. 전력적으로 열세인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승리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공은 둥글다는 표현처럼 약팀도 전력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강팀을 뛰어넘는 것이 스포츠가 지닌 또 하나의 매력이지 않을까 싶다
아마, 삼성 팬들은 이날 경기처럼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는 프로다운 모습을 원했을 것이다.
또 팬들은 이런 모습에 경기장을 찾고 선수단에 박수를 건넨다. 삼성은 이날 분명히
팬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다는 희망찬 메시지를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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