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움 히어로즈의 박정음(33)과 문찬종(31)이
2022시즌부터 '2인 2색' 지도법으로 후인 양성에 나선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선수로 왔던 박정음과 문찬종은 이번 고흥 스프링캠프에서
각각 퓨처스 작전 및 주루코치, 재활 및 잔류군 야수코치로 참가했다.
박정음은 "선수로서 올 때보다 책임감이 더 무겁다.
선수를 그만둔 지 얼마 안 돼 아직은 선수 같은 느낌은 있다.
그래도 재밌다. 코치가 내게 맞는 옷 같다"고 웃었다.
문찬종 역시 "선수 때는 나 혼자 준비해서 오면 되는데 코치는 모든
선수를 생각해야 돼서 생각이 많아진 것 같다"고 소감을 전했다.
최근 고흥에서 만난 두 사람은 선수들과 호칭부터 어색했다.
이에 박정음은 "편안하게 형이라도 해도 되니까 우리에게 쉽게 다가왔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두 사람 모두 이른 나이에 현역에서 은퇴해 함께 코치 생활을 시작한다는
공통점을 지녔지만, 그 외에는 걸어온 길이 사뭇 다르다.
먼저 박정음은 히어로즈 원클럽맨이다. 2012 신인드래프트 4라운드로 지명된 그는
2016년 1군 데뷔 후 지난해까지 히어로즈에서만 뛰었다.
통산 410경기에 나서 타율 0.249(506타수 126안타) 7홈런 38도루,
OPS 0.678을 기록했다. 주로 대수비와 대주자로 활약했고,
이따금 팬들에게 기억에 남는 장면을 선사했다. 발로 만든 그의 데뷔 첫
안타와 지난해 두산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의 호수비가 그것이다.
끝내 현역 때 하지 못해 아쉬운 것으로 1군 출장을 언급했다.
박정음은 "맡은 역할에서는 잘했다고 생각한다. 주어진 임무를 수행했던 모든 순간,
성공했던 그때가 정말 좋았다"고 추억하면서 "1군에서 많이 못 나오고 부상 없이 관두는 것이 좀 아쉽지만,
그 생각도 잠시였다. 차라리 빠른 결정으로 코치 인생을 시작한 것 같다"고 전했다.
현역 시절 박정음은 제한된 기회에도 최선을 다하는 선수였다.
분명 자신 같은 선수가 있을 것이기에 그는 희망을 주고 싶었다.
박정음은 "(나 같은 후배가 있다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기에 항상 꾸준히 성실하게 했으면 좋겠다.
성실하게 하다 보면 좋은 날이 올 것이라 말해주고 싶다"고 미소지었다.
문찬종은 정이 들까 하니 그라운드를 떠난, 박정음과 다른 의미로 팬들에게 아쉬운 선수다.
충암고를 졸업한 그는 2009년 휴스턴과 계약을 통해 메이저리그 도전에 나섰다.
하지만 8년의 마이너리그 생활 동안 뚜렷한 족적은 남기지 못했고,
2020 신인드래프트 2차 6라운드로 키움에 지명돼 KBO리그와 인연을 맺었다.
그러나 어린 시절부터 괴롭혔던 부상이 끝내 발목을 잡았다. 그랬기에 박정음과 또 감회가 달랐다.
문찬종은 "첫 캠프를 가는데 햄스트링을 다쳤다.
안 그래도 서른 살에 1년 차라 마음이 조급했는데 아파버리니까 더욱 그랬다.
그때부터 계속 부상이 신경 쓰였는데 이렇게 좋은 기회가 와서 코치가 된 것이 마음은 편하다.
현역 생활의 아쉬움도 있지만, 한계가 있을 것이고 이젠 좋은 코치가 돼 잘하려고 한다"고 홀가분한 심정을 드러냈다.
이어 "현역 시절 가장 아쉬운 것이 100% 뛰는 것이었다. 나도 원래 주력이 강점이었는데 전혀 쓰질 못했다.
그래서 (박)정음이 형처럼 부상 걱정 없이 뛰는 것이 부러웠다"고 덧붙였다.
그런 만큼 자신과 같은 후배들에게 해줄 말도 '아프면 쉬라는 것'이었다.
어찌 보면 재활 및 잔류군 코치로 시작한 것은 탁월한 선택일지 모른다.
문찬종은 "스무 살 때 미국에서 팔꿈치가 아프다고 하니 트레이너가 2주를 아무것도 하지 말고 쉬라고 했다.
그런데 그때는 앉아서 같은 포지션의 경쟁자들이 뛰는 것을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 이후 한국에 올 때까지 트레이너한테 아프다는 말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옛 기억을 떠올렸다.
진통제를 먹어가며 참고했지만, 결국 탈이 났다. 계속 아팠고 몸의 밸런스도 깨졌다.
문찬종은 "앞으로 나 같은 선수나 어린 선수들을 만났을 때 아플 때는 너무 참지
말라는 말을 하고 싶다"면서 "아프면 쉬는 것이 맞다"고 강조했다.
서로 다른 길을 걸어왔으나, 코치 동기가 된 그들의 목표와 마음은 하나였다.
히어로즈를 대표하는 선수를 키워내는 것이다. "내성적인 성격을 선수들이 쉽게 다가올
수 있도록 친근감 있는 성격으로 바꿀 것"이라고 각오를 밝힌 박정음은 "이 자리를 빌려
스타플레이어가 아님에도 나를 좋게 봐주셔서 죄송하고 또 감사하다.
좋은 선수를 많이 키워내 보겠다"고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문찬종 역시 "소통이 되는 지도자"를 꿈꾸면서 "(히어로즈에서) 2년 중 1년은 거의 아파서 못 뛰었다.
짧게 왔다 가게 됐는데, 나를 대신해서 히어로즈를 대표할 선수들을 키워내 보겠다"고 열의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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