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우승과 FA 계약, 결혼발표까지... 남은 건 작년 시즌 부진탈출
지난 10일 걸그룹 티아라의 막내 지연이 SNS에 장문의 자필 손편지를 올렸다.
30대가 된 소회를 밝히며 평범하게 시작된 편지는 곧 다가올 겨울, 남자친구와의 결혼발표 소식으로 이어졌다.
고등학교 1학년 때 데뷔한 티아라 막내의 결혼발표에 은정과 효민,큐리 등 함께 동고동락했던 멤버들은
물론이고 키썸과 노홍철, 배윤정, 양지원, 김세정, 임나영 등 동료 연예인 및
지인들이 답글을 통해 축하의 메시지를 남겼다.
오는 12월 지연과 결혼을 하게 될 예비신랑은 바로 작년 kt 위즈를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으로 이끌었던 '캡틴' 황재균이다.
두 사람은 작년 여름 지인을 통해 알게 돼 6개월 동안 열애를 했고 올 시즌이 끝난 후 12월에 백년가약을 맺기로 약속했다.
황재균으로서는 생애 첫 한국시리즈 우승과 두 번째 FA 계약(4년 총액 60억 원), 그리고 결혼소식까지 인생의
큰 '경사' 3가지가 비슷한 시기에 한꺼번에 찾아온 셈이다.
여러 가지 행운과 호재가 한꺼번에 찾아온 것은 분명하지만 사실 황재균의 작년 시즌은 본인이나 kt 팬들에게 만족스러웠다고 하기 힘들다.
특히 kt 이적 후 3년 연속 20개를 넘겼던 홈런이 작년 10개로 뚝 떨어지면서 장타력 저하가 시작된 게 아니냐는 이야기를 듣기도 했다.
새로운 4년의 계약이 시작되는 첫 시즌, 그리고 연말 예쁜 신부와의 결혼식을 앞두고 있는 올해 황재균의 성적이 더욱 중요한 이유다.
미국 도전 후 kt로 컴백, 첫 황금장갑까지
2016년 롯데 자이언츠에서 타율 .335 27홈런 113타점 97득점 25도루를 기록하며 '몬스터 시즌'을 보낸 황재균은 FA자격을 얻은
후 '메이저리그 도전'을 선언했다. 하지만 '리그 최고의 타자'로 부르기도 힘들었고 그렇다고 20대 중반의 젊은 선수도 아닌 황재균에게
좋은 조건을 제시하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없었다. 결국 황재균은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와 마이너 계약을 하며 미국 생활을 시작했다.
시범경기에서 타율 .349 5홈런 15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도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황재균은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시작했다가 6월 말 빅리그로 콜업됐다. 그리고 빅리그 데뷔전 세 번째 타석에서 데뷔 첫 홈런을 터트리며 그날 경기 샌프란시스코의
수훈선수로 선정됐다. 하지만 황재균은 곧 빅리그에서 한계에 부딪혔고 타율 .154 1홈런 5타점의 성적을 남긴 채 1년 만에 다시 한국으로 돌아왔다.
황재균은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했지만 국내에 돌아왔을 땐 다시 거물급 FA중 한 명으로 대접 받았다. 그리고 고 앤디 마르테와
재계약을 포기하며 3루수 자리에 구멍이 생긴 kt가 4년 총액 88억 원의 조건에 황재균을 영입했했다. 해외에 진출했던 선수가 국내로
복귀할 때 원 소속팀이 아닌 다른 팀으로 이적한 것은 2010년의 이범호(KIA 타이거즈 타격코치)에 이어 황재균이 두 번째였다.
황재균을 영입한 kt의 선택은 틀리지 않았다. 황재균은 kt 이적 첫 시즌이었던 2018년부터 142경기에 출전해 타율 .296 25홈런 88타점
76득점 14도루를 기록하며 kt의 '핫코너 고민'을 깨끗하게 날렸다. 황재균은 공인구의 반발력이 낮아져 많은 타자들의 타격성적이 떨어졌던
2019년에도 124경기에서 타율 .283 20홈런 67타점 78득점 10도루의 준수한 성적으로 공수에서 제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020년에는 미국 진출 전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6년 이후 황재균에게 두 번째 전성기가 찾아왔다. 134경기에 출전한 황재균은 타율
.312 21홈런 97타점 108득점 11도루의 뛰어난 성적으로 kt의 창단 첫 가을야구 진출을 이끌었다. 그리고 시즌이 끝난 후에는
허경민(두산 베어스)과 최정(SSG 랜더스) 등을 제치고 프로 데뷔 15년 만에 처음으로 3루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했다.
예비신부에게 두 번째 골든 글러브 선물할까
자타가 공인하는 kt의 간판스타가 된 황재균은 작년 시즌 유한준으로부터 주장직을 물려 받았고 전반기 48경기에서 타율 .315 7홈런
33타점을 기록했다. 하지만 황재균은 후반기에 69경기에서 타율 .275 3홈런 23타점으로 주춤하며 타율 .291 10홈런 56타점의 아쉬운
성적으로 정규시즌을 마쳤다. 특히 9월 이후에는 51경기에서 타율 .241 1홈런 16타점으로 직전 시즌 골든글러브 수상자답지 못한 부진에 빠졌다.
하지만 시즌 막판 부진으로 팬들을 걱정시켰던 황재균은 두산과의 한국시리즈에서 명예회복에 성공했다. 황재균은 데뷔 첫
한국시리즈였음에도 긴장하지 않고 4경기에서 타율 .286 1홈런 5타점 3득점을 기록하며 kt의 첫 우승에 크게 기여했다. 3차전 박경수의
결승 홈런 후 부상이라는 극적인 상황이 연출되지 않았더라면 황재균이 시리즈 MVP에 선정됐어도 전혀 이상할 게 없는 활약이었다.
황재균은 시즌 후 두 번째 FA자격을 얻었지만 36세가 되는 나이와 작년 아쉬운 성적만 보면 좋은 계약은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황재균은 '한국시리즈 우승팀의 캡틴'이라는 프리미엄과 한국시리즈에서의 활약, 그리고 kt에 황재균의 대안이 없다는 점 등
호재가 겹치며 4년 총액 60억 원의 좋은 계약을 따냈다. 작년 14승을 기록한 삼성 라이온즈의 동갑내기 투수 백정현(4년 38억 원)보다
총액 기준으로 무려 22억 원이나 많은 금액을 받은 것이다.
이미 황재균에게 88억 원을 투자했던 kt가 다시 2025년까지 총액 60억 원을 추가로 투자한 이유는 황재균이 골든글러브를 수상했던
2020년의 활약을 재현해 주길 기대하기 때문이다. 물론 황재균도 어느덧 30대 후반으로 향해 가는 만큼 전성기 시절의 성적을 다시
올리기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황재균 역시 예비 신부에게 자신이 여전히 KBO리그에서 정상급 실력을 자랑하는
엘리트 3루수라는 사실을 증명하고 싶을 것이다.
올해는 최정과 허경민 같은 기존의 베테랑 3루수들을 비롯해 LG 트윈스의 새 외국인 선수 리오 루이즈, 한화 이글스의 젊은 거포 노시환,
도약을 노리는 롯데의 한동희(롯데) 등 많은 3루수들이 '최고'의 자리를 두고 경쟁을 벌일 전망이다. 과연 '디펜딩 챔피언'의 주장이자
누구보다 기쁘게 올 시즌을 시작할 황재균은 작년의 아쉬움을 털고 다시 리그를 호령하는 3루수로 활약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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