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를 죽일 필요는 없다. 사령탑도 주장도 그렇게 입을 모았다.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32·키움 히어로즈)는 KBO리그 진출 이후 화제를 모으고 있다.
이제 키움 스프링캠프에 합류해 몸만들기에 한창이다. 물론 푸이그에 대한 시선은 양가적이다.
출중한 기량은 국내에도 널리 알려져 있다. 푸이그는 2012년 국제 아마추어 자유계약을 통해 LA다저스에 입단,
이듬해 빅리그에 데뷔했다. 류현진(35·토론토 블루제이스)의 빅리그 데뷔 동기다.
이후 2018시즌까지 6년 동안 다저스에서 활약한 뒤 신시내티 레즈, 클리블랜드 인디언스를 거쳤다.
빅리그 통산 기록은 7시즌 861경기 3015타수 834안타 132홈런 441득점 415타점 타율 0.277이다.
하지만 이후에는 빅리그 기록이 없다. 지난해는 멕시코리그에서 타율 0.312 10홈런 OPS(출루율+장타율)
0.926을 기록했다. 여기에 수비상을 받으며 건재함을 과시했다. 장타력, 주루, 수비, 송구 모든 면에서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문제는 악동 이미지다. 메이저리그 시절에도 팀 분위기를 해친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독단적인 행동으로 물의를 일으킬 때가 많았다. 결국 가치가 서서히 하락해 푸이그에게는 독이 됐다.
사생활 문제까지 겹쳐있다. 키움과 계약 후에는 성폭행 혐의가 불거졌다. 다만 푸이그의 에이전트인
리셋 카르넷 레오나스포츠 대표는 “원만하게 합의했다. 문제는 없다”고 해명했다.
푸이그도 ‘새로운 푸이그’를 다짐하며 한국에서는 순한 양처럼 있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그는 “과거는 잊어달라. 새로운 푸이그를 보여드리겠다”고 말했다.
물론 키움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홍원기 키움 감독은 “순수해 보였다”며 장점을
부각시켰다. 시즌 개막 전부터 선수 기를 죽일 필요는 없고, 최상의 경기력을 끌어올리길 바라는 기대였다.
함께 훈련을 마친 주장 이용규(37)는 “생각보다 더 운동에 진지해서 놀랐다. 수비도 타격도 자기가 할
시간만큼은 집중력이 남다르다. 그라운드 안에서 열심히 하는 선수로 유명하고,
선수에게 가장 필요한 점도 그거다.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푸이그가 처음 빅리그에 데뷔한 것도 9년 전이다.
메이저리그도 9년 동안 불문율에 대한 엄격한 시선이 완화됐다.
KBO리그는 메이저리그와는 배트플립이나 경기 중 감정 표현에 대해 관대하다.
푸이그가 미국보다는 한국에서 적응하기 수월하리라고 보는 이유다.
돌출행동에 대해서 이용규는 “선수라면 경기하다 화를 낼 수 있다”는 말로 경기에 몰입한 상황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입장이었다. 물론 “푸이그와 따로 할 얘기는 있다”고 밝혔다.
홍원기 감독도 “순한 양과 야생마를 섞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안 그래도 사건·사고가 많아 사고뭉치 이미지가 강한 키움이다.
푸이그라는 시한폭탄이 해제되면 무섭게 단단해질 수 있다.
홍원기 감독도 이용규도 그라운드에서만 마음껏 뛰노는 푸이그를 그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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