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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쟁이티비 0 937 2022.02.12 17:01

대한체육회, '황당 실격' 쇼트트랙 판정에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 제소키로

남자핸드볼 '편파판정'으로 놓친 올림픽 출전권

2008년 CAS서 되찾은 전례 있어

"판정 영상·설명 담은 DVD 158개국에 배포 결실"


한창 진행 중인 2022 베이징 동계올림픽 즐기고 계신가요? 연이은 메달 소식에 지금은 

'네'라고 답할 수 있지만, 대회 초반만 해도 그렇지 못했죠. 우리 선수들이 최강인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월등한 실력을 보여줬음에도 불구하고, 노골적인 편파 판정으로 연이어 실격을 

당하며 어이없이 탈락했기 때문이었죠. 개최국 중국에 유리한 판정이 잇따르며 

금메달을 가져가자 피해를 본 다른 나라들의 여론도 악화하는 형국입니다.


우리 선수단은 경기 종료 후 쇼트트랙 심판위원장에게 강력히 항의하고 

국제빙상경기연맹(ISU)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에 항의 

서한문을 발송했지만, 결과는 뒤바뀌지 않았습니다.


예상했던 일이기도 합니다. ISU 국제심판인 최용구 쇼트트랙 대표팀 지원단장도 전날 긴급

 기자회견에서 "(오심을) 인정하는 순간 심판진의 모든 것이 바닥으로 떨어지기 때문에

 (ISU는 오심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라며 "정말 판단을 잘못했다고 생각하면 '유감' 정도는 할 수 있다"고 예상했죠. 

결국 대한체육회는 국제스포츠중재재판소(CAS)에 제소하겠다고 밝혔습니다.


CAS 제소가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2002년 미 솔트레이크 동계올림픽 

쇼트트랙에서 김동성 선수가 석연치 않은 실격 판정으로 금메달을 눈앞에서 놓쳤을 때,

 2004년 그리스 아테네 하계올림픽 기계체조에서 양태영 선수가 오심으로 

동메달에 그쳤을 때 모두 CAS에 제소했지만, 번복되지 않았던 전례가 있어서죠.


악연이 많았던, 그래서 다시는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CAS. 그래도 혹시나 '실낱같은 희망이 있지는 않을까?'

 하는 마음에 찾아봤더니 '편파 판정' 문제로 우리나라가 CAS까지 갔다가 이긴 사례가 없지는 않습니다. 

사연은 2008년 베이징 하계올림픽을 앞둔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종목은 핸드볼입니다. 치밀하고 끈질기게 여론전을 펴 CAS도 

'편파 판정'을 인정하게 만든, 핸드볼의 눈물겨운 '투쟁'을 살펴볼까요.


남자 핸드볼 대표팀은 올림픽 출전권을 따내기 위해 2007년 9월 일본에서 열린 아시아지역 예선에 출전합니다. 

한국 일본 쿠웨이트 카타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5개국이 출전한 이 대회는 1위에게 올림픽 직행 티켓이, 

2위에게는 세계 예선전 출전권이 주어지는 매우 중요한 대회였죠. 

아시아에서는 적수가 없는 한국은 당연히 직행 티켓을 노립니다.


그런데 첫 번째 쿠웨이트와 경기에서 심판의 노골적 편파 판정이 속출합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요르단 출신 심판 2명은 쿠웨이트가 골을

 성공시키지 못하면 뒤늦게 한국의 반칙을 선언해 공격권을 넘겨줬고,

 한국이 공격권을 잡으면 휘슬을 불어 속공을 차단합니다. 2분 동안 퇴장도 당합니다. 

그 바람에 전반 10분이 될 때까지 우리 선수들은 한 골도 넣지 

못해 0-6으로 뒤지다 가까스로 첫 득점을 올립니다. 

한 골을 더 넣자 한국에 2분 퇴장이 연이어 나오고 전반을 6-15로 마칩니다. 

오죽하면 이 경기 이후 열릴 일본 경기를 보러 온 일본 관중이 야유를 

보내며 자발적으로 한국을 응원했을 정도라고 하네요.


그러나 후반에도 황당한 경기는 계속됐습니다. 

11-20으로 뒤지던 후반 10분쯤엔 파울을 당한 우리 선수에게 심판은 오히려 2분 퇴장을 선언합니다. 

그러자 관중석에서 물병이 날아들며 경기가 5분 동안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비난과 야유가 쏟아지자 국제핸드볼연맹(IHF)이 파견한 러시아 출신 경기 

감독관이 이례적으로 경기장으로 내려와 심판들에게 주의를 줍니다. 

이후 눈에 보이는 편파 판정은 없었지만, 이미 승부가 기울어 20-28로 패합니다. 

경기 막판 옐로카드를 받기도 한 한국팀 감독은 경기 종료 후 "도저히 어떻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죽도록 고생하고 있을 수 없는 일을 당한 선수들이 불쌍해 죽겠다"고 했네요. 

쿠웨이트는 남은 3경기도 심판진의 편파 판정 덕을 보며 전승 우승, 올림픽 출전권을 거머쥡니다. 

한국은 남은 경기에서도 편파 판정을 극복하며 2위에 올라 세계 예선전 출전 기회를 따냈지만, 

직행 티켓을 놓쳐 씁쓸해합니다.


남자보다 한달 먼저 카자흐스탄에서 열린 여자 핸드볼 아시아 지역 예선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한국 일본 카타르 카자흐스탄 4개국이 출전해 1위만 올림픽 출전권을 

딸 수 있었던 이 대회 일본과의 첫 경기에서 29-30으로 패했죠. 

한국은 2분 퇴장을 일곱 차례나 받아 한 차례에 불과했던 일본보다 월등히 많았어요. 

그것도 결정적 순간마다 되풀이됐고요. 18년 동안 국가대표로 활약한 '베테랑'

 오성옥 선수는 경기 도중 레드카드를 받아 완전 퇴장당하기도 했네요. 

국제대회 경기 경험이 많은 그가 퇴장당한 건 처음이었다고 할 정도로 편파 판정이 심했다고 합니다.

 석연치 않은 판정이 계속됐는데도 한국은 나머지 두 경기에서는 이겼습니다. 

한국 일본 카자흐스탄이 2승 1패로 동률을 이뤘지만 골득실에서 앞선 카자흐스탄이 

1위로 올림픽 직행 티켓을 따냅니다. 한국은 2위, 일본은 3위였습니다.


한국은 대회를 주최한 아시아핸드볼연맹(AHF)에 항의 

서한을 발송하고 철저한 진상조사를 요구했지만, 

AHF는 "심판의 편파 판정이 없었다"고 오리발을 내밉니다. 

대한올림픽위원회와 대한핸드볼협회는 IOC에 진상조사를 요구하는 등 적극 항의합니다. 

협회는 경기를 지켜봤던 당시 조일현 협회장의 지시에 따라 경기 중 편파판정 장면과 내용을 

상세한 설명과 함께 DVD로 제작, 158개 국제핸드볼연맹(IHF) 회원국에 보내기도 합니다.


한국이 이렇게까지 한 이유는 AHF가 중동에 입김이 매우 강하게 작용했기 때문입니다. 

당시 언론은 "AHF는 쿠웨이트 왕자인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 아메드 알파하드 

알사바 회장이 24년 동안 권좌를 지키며 아시아 핸드볼을 쥐락펴락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자국 남자 핸드볼의 기량이 나아지면서 마수를 드러내고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2006년 도하아시안게임에서 6연패를 노리던 한국 남자 핸드볼팀이 

심판의 편파 판정으로 4강에서 무너지는 악몽이 벌어지기도 했죠. 

당시 회장국 쿠웨이트는 우승, 주최국 카타르는 준우승했습니다. 

또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되니까 "가만 있다가는 또

 당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팽배했던 겁니다.


한국의 눈물겨운 노력 덕분에 다행히 IHF는 남녀 

예선 결과를 모두 무효화하고, 재경기를 결정합니다. 

유례가 없는 조치였죠. 이에 AHF는 "기존 결과를 인정해달라"며 강력 반발했는데요.

 IOC는 "편파 판정이 계속될 경우 핸드볼을 올림픽 정식 

종목에서 배제시키겠다"며 IHF를 압박했다는 설명도 있네요. 

결국 이듬해 1월 일본에서 열린 재경기에서 남녀 모두 한국이 올림픽 출전권을 따냅니다.


그러나 AHF는 "재경기 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CAS에 제소했고, 

CAS는 2008년 3월 남자부 예선 재경기 결과만을 인정합니다. 

중계 화면이나 IHF가 파견한 감독관의 보고서 등에서 명백히 드러나 있었고, 

편파 판정의 덕을 본 쿠웨이트가 올림픽 본선에 나가게 됐기 때문이었죠. 

DVD까지 만들어 전 세계에 알리며, 치밀하고 끈질기게 노력한 보람이 빛을 낸 겁니다.


반면 "가장 문제가 됐던 한국-일본 결과로 일본이 이득을 본 것이 아니었다"는 

이유로 재경기 결과가 인정되지 않은 여자팀은 세계 예선전까지 

치르는 험난한 여정 끝에 올림픽 출전권을 따냈고, 

결국 올림픽에서 값진 동메달을 획득했죠.


다른 나라 선수들 중에서도 올림픽에서 판정 논란이 

불거졌다 결과가 뒤늦게 바뀐 사례가 없지 않습니다. 

1992년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아티스틱 스위밍) 종목에서

 1년 만에 결과가 뒤바뀐 것이 대표적인데요.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솔로 결선에서 미국의 보브 크리스틴(191.848점)이

 캐나다의 실비에 프레체트(191.717점)를 간발의 차이로 누르고 우승합니다. 

캐나다는 자국 선수의 점수를 심판이 잘못 채점해 순위가 뒤바뀌었다고 주장하며 거세게 항의했지만, 

심판진은 판정 번복은 없다고 못을 박았는데요. 캐나다는 굴하지 않고 IOC에 계속 이의를 제기했고, 

결국 국제수영연맹은 1년 후 심판 판정 실수를 이유로 뒤늦게 캐나다에 금메달을 줬습니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에서도 판정 

시비 끝에 금메달을 두 나라가 가져가는 일이 벌어졌어요. 

페어경기에 출전한 러시아(엘레나 베레슈나야-안톤 시하룰리제)는 착지 실수를 저질렀는데도 완벽한

 연기를 펼친 캐나다(데이비드 페레티어-제이미 세일)를 근소한 점수 차이로 제치고 우승했죠. 

이에 캐나다는 판정에 이의를 제기했는데, 

한 심판이 "채점 전에 압력이 있었다"고 말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옵니다. 

그러자 판정 논란이 일파만파하면서 소란스러워지자, 

IOC가 이례적으로 나흘 만에 공동 금메달을 수여하기로 결정한 겁니다.


올림픽 개최국에 '홈 어드밴티지'가 작용한다는 말은 늘상 들어왔지만, 

도를 넘어서거나 납득할 수 없는 판정이 반복된다면 선수와 감독은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는 없을 겁니다. 

실수보다는 고의성을 의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죠.


한림대 이학준 교수가 2006년에 쓴 책 '생각하는 스포츠'는 "심판은 인간이기에 실수할 수 있지만, 

외부의 압력에 의해 편파 판정을 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늘상 지니고 있다"며 "심판이 

편파 판정 또는 오심을 행하는 것은 판정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이

 아니라 도덕성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심판에게는 심판능력의 자질 외에 책임의 윤리에 대한 자각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네요.


이 말을 베이징올림픽 심판들이 새겨 들어,

 20일 폐막하는 날까지 91개 참가국 모든 선수들이 편파 판정 잡음 없이, 

공정하게 실력으로 경쟁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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