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특기가 드롭킥이여. 공중에 떠서 상대 선수 뺨을 발로 4대 때리고 나오는 기술이제.”

백종호(75) 김일기념체육관장은 50년 전 ‘프로레슬링 레전드’ 

김일 선생(1929~2006)과의 첫 만남을 회상했다.

“김일 선생님이 고향(전남 고흥군 거금도) 선배신데, 체육관 건립기금을 은행에 예치하기 위해 

프로레슬링을 배우려 찾아갔다. 처음에는 몸을 만들라고 해서 6개월 동안 헬스로 몸을 단련하니,

 그제서야 박치기를 한 방 먹이시고 ‘해봐’라고 하셨다. 1시간 넘게 기절해있었던 것 같다.”

영화 반칙왕의 주인공은 그렇게 프로레슬러로 커리어를 시작했다. 낮에는 한일은행(현 우리은행) 

은행원으로 일을 하고, 새벽시간과 퇴근 이후를 오롯이 프로레슬링에 투자했다.

백종호 관장의 얘기는 김지운 감독이 2000년에 송강호 주연의 영화 반칙왕에 녹였다. 

소심하고 무능력한 샐러리맨(은행원)이 프로레슬링을 배우면서 변화하는 모습을

 코믹하게 그린 영화 반칙왕의 모델이 바로 백 관장인 것이다.

“영화는 많이 각색했지만, 운동을 하면서 자신감과 근성을 잃지 않고 살아왔던 건 분명하다. 

경기에서 발목이 부러지고, 어금니가 뿌러지는 부상을 당했어도 출근해 업무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

김일 선생이 체육관을 건립하기 위해 만든 기금 3억 원도 은행에 유치해 우수사원으로 표창을 받았다. 

직장에서 승승장구해 우리은행 일원동 지점장 등을 거쳐 2007년 정년퇴직했다. 레슬러로도 준수한 성적을 거뒀다.

 2004년 장충체육관에서 가진 은퇴경기까지 통산 112전을 치렀다. 별명은 ‘외로운 늑대’, 주무기는 ‘드롭킥’이었다.

“내 통산 전적이 112전 55승 57패여. 은퇴경기에서 승률 5할을 맞추려고 했는데,

 당시 내 나이가 50대 중반이었제. 아쉬웠지만, 그래도 영광스런 자리였제.”

은행을 퇴직한 이후에는 고향으로 내려왔다. 마침 자신의 고향이자, 김일 선생의 고향인 거금도에 

김일기념체육관이 건립됐다. 고향에서 쉬고 있는 그는 운명처럼 스승의 흔적을 간직한 기념체육관을 

관리하는 일을 맡게 됐다. 백 관장은 “김일 선생님은 내게 아버지와 같은

 존재”라며 당연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젠 체육관 건너편, 양지 바른 곳에 생긴 거금야구장 관리도 도맡고 있다. 지난해 11월 프로야구 키움

 히어로즈가 마무리캠프를 치렀고, 지난 3일부터는 스프링캠프를 차렸다. 백종호 관장은 “그 동안은 초·중·고·대학팀들이 

전지훈련을 많이 왔는데, 프로야구단까지 훈련을 오게 돼 더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고 말했다.

프로레슬러이지만, 의외로 야구인들과의 인연도 있다. “프로야구 출범 이전 한일은행 야구팀이 실업 최강이었다.

김응룡 감독, 우용득 감독, 강병철 감독 등과 함께 은행원으로 일하며 어울렸다.”

그리고 ‘원조 야구천재’로 불리던 임신근(1949~1991) 쌍방울 레이더스 수석코치와는 두 살 터울로 호형호제 

하던 사이라고 소개했다. “임신근이 자기가 던진 공을 잡을 수 있냐고 술내기를 걸었던 기억이 있다.

 못 잡을 게 뭐 있냐고 생각하고 앉아서 공을 받으려고 했는데, 하나도 잡지 못했다. 그래서 내가 술을 거하게 샀다.”

1960년대 경북고 전성시대를 연 임신근은 한일은행 시절 에이스로 활약했다. 해병대에서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와서는 타자로 타격왕까지 올랐다. 비록 프로야구가 출범한 뒤에는 지도자로 활약했지만, 

1991년 쌍방울 수석코치로 재직하다가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백 관장은 “정말 야구를 잘했던 이”라며 원조 야구천재를 회상했다.

백종호 관장은 고흥군이 스포츠타운으로 매력적인 곳이라고 소개했다. 

그는 “이제 나는 키움팬이 됐다”며 “고흥군에서도 야구장 시설을 더 확충하려는 계획이 있다.

 고흥에서도 국가대표 야구선수가 배출될 것이라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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