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 KCC를 이끄는 전창진 감독이 프로농구의 새로운 역사를 썼다. 그보다 먼저 정규리그 

통산 500승을 달성한 사령탑이 있지만 전창진 감독만큼 빠르게 500승을 달성한 지도자는 없다.

KCC는 지난 6일 전주실내체육관에서 열린 2021-2022 KGC인삼공사 

정관장 프로농구 서울 삼성과 정규리그 홈 경기에서 99대71로 크게 이겼다.

이로써 전창진 감독은 2001-2002시즌 도중 원주 TG삼보(DB의 전신)의

 지휘봉을 잡은 후 통산 867경기 만에 500승 고지에 도달했다.

전창진 감독에 앞서 유재학 울산 현대모비스 감독이 통산 500승을 올렸는데 기록

 달성까지 884경기를 치렀다. 전창진 감독은 유재학 감독의 기록을 17경기 앞당겼다.

전창진 감독은 원주 프랜차이즈를 이끌면서 팀을 세 차례나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었다.

 '치악산 호랑이'라는 애칭으로 불리며 프로농구를 대표하는 명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시기다.

2007-2008시즌은 '치악산 호랑이'의 진가가 크게 두각을 나타낸 시즌이었다.

그는 두 차례 우승을 달성한 이후였던 2005-2006시즌 정규리그 3위를 달성하고도 6강

 1라운드에서 탈락하는 이변의 희생양이 됐고 다음 시즌에는 주축 선수들의 

부상을 극복하지 못하고 감독 부임 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지 못했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2007-2008시즌 화려하게 반등했다. 

팀의 간판스타였던 김주성을 주축으로 강대협, 

표명일, 이세범 그리고 신인 이광재 등을 앞세워 짜임새있는 조직력을 구축, 

통합 우승(정규리그+챔피언결정전)을 달성했다.

전창진 감독은 2009-2010시즌부터 부산 KTF(현 수원 kt)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KTF는 전 시즌 최하위였지만 전창진 감독 부임과 함께 정규리그 2위(당시

 1위 울산 모비스와 승률은 같았지만 상대 전적에서 밀렸다)를 달성하며 명성을 증명했다.

그리고 2010-2012시즌에는 KTF를 창단 첫 정규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다.

최근 은퇴한 조성민이 KBL 무대에서 본격적으로 이름을 날리며 '조선의 슈터'라는 애칭을 얻은 

것도 전창진 감독과의 만남에서 시작됐다. 전창진 감독은 빅맨 중심의 농구를 

펼쳤던 원주 시절과 달리 모션 오펜스를 강화해 KBL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었다.

그는 이후 한동안 코트를 떠나 있었다. 2015년 안양 KGC인삼공사의 사렵탑으로 부임하자마자 

승부조작 의혹이 터졌고 1년 뒤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그동안 사령탑 자리를 비롯해 많은 것을 잃었다.

전창진 감독은 2019년 KCC 지휘봉을 잡으면서 다시 코트로 돌아왔다. 

첫 시즌에 팀을 포스트시즌 진출 위치에 올려놓았지만 시즌이 코로나19 

때문에 중단되면서 아쉬움을 삼켰다.

팀의 구성원에 맞춰 전력을 극대화시키는 그의 능력은 2020-2021시즌에 빛을 발했다.

KCC는 챔피언결정전에서 패하기는 했지만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저력을 발휘했다. 

전창진 감독도 공백기를 극복하고 다시 비상할 수 있었다.

원주 시절에는 호랑이로 불렸지만 시간은 그를 점점 더 부드러운 지도자로 바꿔놓았다. 

KT 시절 동점(2점)을 노리라는 마지막 작전 지시에 조성민이 3점슛을 던져도 되냐고 반문하자

 "3점? 오케이"라고 답하며 선수의 의지를 키워준 장면은 지금도 유명하다. 

실제로 조성민은 3점슛을 넣어 경기를 끝냈다.

KCC는 2020-2021시즌을 앞두고 파워포워드 포지션이 약점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전창진 감독은 오히려 파워포워드 역할을 했던 송교창의 역할을 늘려 

그를 정규리그 MVP로 성장시키면서 반전의 드라마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