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을 믿고 함께 하던 제자를 하늘로 먼저 떠나보낸 

스승은 참아왔던 눈물을 쏟아냈다.

지난 4일 배구계에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화재, 

한국 배구 미래 중 한 명으로 평가 받은 윙스파이커 김인혁이 세상을 떠났다는 소식이었다.

김인혁은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선수 중 한 명이었다. 2017-2018시즌 2라운드 2순위로 한국전력 

지명을 받은 김인혁. 데뷔 시즌 때부터 출전 기회를 잡았고, 2019-2020시즌에는 

32경기 출전 344점을 기록하며 커리어 하이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2019년 11월 8일 현대캐피탈과 경기에서는 지금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는 국내 선수 

역대 한 경기 최다 서브 득점 10점을 올리며 팬들에게 자신의 이름 석 자를 제대로 알렸다.

2020년에 삼성화재로 트레이드 이적하며 새로운 출발에 나선 김인혁. 비록 올 시즌에는 부상 등의

 이유로 두 경기 출전에 머물렀지만, 고희진 감독의 머릿속에는 김인혁이 늘 있었다. 

김우진, 신장호, 정성규 등 팀의 젊은 선수들과 함께 공격과 

서브 집중 훈련을 시키며 그의 기량 발전에 애를 썼다.

김인혁의 비보 소식을 접하고, 고희진 감독은 6일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 유족의 곁을 지켰다.

6일 안산에서 열린 OK금융그룹전을 앞두고 만난 고희진 감독은 "경기 전에는 경기 이야기만 하고 싶습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경기는 경기답게 하고, 선수들에게도 경기에만 집중해달라고 이야기했습니다"라고 했다.

경기 시작 전에 10초 간의 추모 묵념 시간을 가졌다. OK금융그룹도 화려한 폭죽 등은 터트리지 않고 최대한 자제했다. 

1, 2세트는 선수들의 몸이 무거워 보였다. 카일 러셀(등록명 러셀)도 1세트 2점에 머물렀고, 전반적인 리듬이 좋지 못했다. 

승부처마다 나온 범실이 늘 아쉬웠다. 그럴 때마다 고희진 감독은 선수들을 다독이고 독려하며 힘을 줬다.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김인혁에게 마지막 선물을 선사하기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했다. 

몸을 날려 공을 살려내고, 공 하나의 소중함을 알았다. 3세트를 따내고, 4세트도 31-29까지 가는 

접전 끝에 따내며 승부를 5세트까지 끌고 갔다. 비록 한 끗 차이로 

OK금융그룹에 패했지만 선수들의 투혼과 열정은 충분히 돋보인 경기였다. 

경기 종료 후 인터뷰실 의자에 앉은 고희진 감독은 결국 참아왔던 눈물을 흘렸다. 

승리를 거두지 못한 아쉬움의 눈물이 아닌 더 이상 애제자와 함께 

하지 못하고 그를 떠나보내야 한다는 슬픔 때문이었다.

고 감독은 "안타까운 소식이다. 처음에는 믿지 못했다. 어머님이 실신을 하실 정도다. 

보는 데 너무 마음이 아팠다. 나도 정말 힘들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라고 애써 참았던 눈물을 쏟아냈다.

말을 이어간 고희진 감독은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경찰 수사를 해야 될 것 같다. 

경찰 조사 등 여러 부분이 잘 마무리되어 인혁이의 죽음이 헛되지 않기를 바란다"라고 이야기했다.

감독이라면 선수 한 명, 한 명이 다 소중하다. 김인혁 역시 고희진 감독이 

아끼고 소중히 여긴 제자 중 한 명이었다. 면담을 자주 하고, 소주 한 잔을 기울이는 사이였다.

고희진 감독은 "부상이나 몸 준비가 안 되어 있어 지금 당장 못 뛸 뿐이지, 

충분히 팀의 한자리를 차지할 수 있는 선수다. 

마음이 참 힘들다"라며 "나름대로 신경을 썼다고 생각했는데 유가족이나 

인혁이에게는 부족했다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다. 입이 열 개라도 나는 할 말이 없다"라고 말했다.

삼성화재 선수단은 6일 경기 종료 후 곧장 김인혁의 빈소가 마련된 경남 김해로 이동했다. 

발인은 7일 오전 9시에 진행된다. 고희진 감독은 "인혁이 장례 잘 마무리하고 발인하는 

거까지 다 보고 오려고 한다. 좋은 곳으로 갈 수 있게끔 잘 하고 오겠다"라고 말했다.

이날 삼성화재를 상대한 OK금융그룹 차지환은 "인혁이 형과는 연령별 대표팀도 같이 갔다 온 사이다.

 마음이 힘들고 지쳐 있었던 것 같다. 같이 배구를 하는 선수로서 마음이 아프다"라고 했고,

 조재성은 "인혁이 형이 하늘에서는 자유롭게 살았으면 좋겠다"라고 이야기했다.

삼성화재는 마음을 추스른 후 오는 12일 대전에서 우리카드와 경기를 치른다. 

최하위 탈출에 도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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