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리그 선수들의 겨울나기는 나날이 진화하고 있다.
코로나19로 해외 개인 훈련길이 막힌 뒤엔 날씨 좋고 따뜻한 국내 지역을 골라 몸을 만든다.
프로구단 못지 않은 시설이 갖춰진 개인 훈련장을 찾는 선수도 있다.
SSG 랜더스 포수 이재원(34)은 한 중학교에서 비시즌 기간을 보냈다. 완벽하지 않은 여건,
'파트너'로 삼기 쉽지 않은 중학생 선수와의 훈련은 데뷔 17년차 베테랑 포수인 그와 썩 어울려 보이진 않는다.
5일 제주 서귀포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이재원은 "친구가 어느덧 중학교 감독이 됐더라.
중학생 선수들이지만 넓게 보면 야구 후배다. 개인 훈련을 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훈련도 돕는 등 겸사겸사
가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선수 학부형 중 내 나이와 비슷한 분도 계시더라"고 웃은 뒤 "어린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훈련하는 모습을 보면서 내 어린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되더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재원은 2019시즌을 앞두고 4년 총액 69억원 FA계약을 했다. 앞선 세 시즌 활약엔 아쉬움이 컸다.
계약 첫 해 139경기 타율 2할6푼8리(502타수 121안타), 12홈런 75타점, OPS(출루율+장타율) 0.717을 기록했으나,
이듬해엔 80경기 타율 1할8푼5리로 추락했다. 지난해엔 107경기 타율 2할8푼(313타수 76안타),
OPS 0.720으로 반등했지만, 공수 양면에서 FA계약에 걸맞은 활약과는 거리가 있었다.
매 시즌 발목을 잡았던 부상 문제가 야속할 만하다.
이재원은 "항상 좋은 타이밍에 다쳤다. 아쉬움이 크지만, 부상도 실력"이라고 몸을 낮췄다.
그는 "연차가 쌓이니 부상이 가장 큰 적으로 느껴진다.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이 시기를 잘 넘기면 좋아질
것'이라는 말을 하더라"며 "올 시즌 준비한 것을 잘 풀어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게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건강함'에 대한 바람은 비단 자신에게만 그치지 않았다. 이재원은 "지난 시즌 우리 투수들은 최선을 다했다.
마운드가 부상 문제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른 선수들이 가진 것의 100%를 보여줬다"며 "젊은 투수들이
지난해 경험을 잘 살리려면 부상을 가장 조심해야 한다. 힘들게 쌓은 경험은 부상으로 제로베이스가 될 수도 있다"고 당부했다.
어느덧 4년 FA 계약 끝자락에 다가선 이재원은 마음 속에서 자신을 지웠다.
그는 "예전엔 선배 포수들이 잠을 왜 못잘까 생각하곤 했다. 그런데 지금의 내가 그렇다.
이기면 경기를 복기하느라 잠이 부족하고, 지면 분해서 잠이 안오더라. 나 뿐만 아니라 (이)흥련이,
(이)현석이도 마찬가지"라며 "팀 성적이 좋아지는 게 가장 큰 목표다. 지난해 팀이 반등하긴 했지만,
아직 만족할 수 없다. 더 위로 올라가야 한다. 모두가 힘을 합쳐 최대한 위로 가야 한다.
그게 포수로서의 올해 목표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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