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표를 상대하면 바보가 되는 것 같다.”

메이저리그 통산 218홈런의 추신수(40·SSG)는 지난해 KBO리그 첫 시즌을 마친 뒤

 가장 까다로운 투수로 고영표(31·KT)를 지목했다. 추신수는 “공을 못 치겠다. 

내가 봐도 내가 웃긴데 고영표도 웃길 것이다. 체인지업은 공이 없어지는 

느낌이다”며 “정말 좋은 투수다. 오래오래 했으면 한다”는 덕담도 잊지 않았다. 

추신수는 지난해 고영표와 총 7차례 맞붙었다. 결과는 7타수 무안타 5삼진, 고영표의 완승. 

5일 부산 기장군 KT 스프링캠프에서 취재진을 만난 고영표는 “추신수 선배님이 저를 생소하게 느끼셨을 것이다. 

메이저리그에 저처럼 체인지업을 던지는 사이드암 투수는 많지 않다”며 올해 재대결에 대해선 

“선배님도 저에 대해 적응하셨으니 공략법을 가져오실 것이다.

 전 하던대로 해볼 생각이다”며 다시 정면 승부를 예고했다. 

사실 추신수만 고영표에게 애먹은 게 아니다. 거의 대부분 타자들이 고영표에게 쩔쩔맸다.

 지난해 고영표는 26경기 166⅔이닝을 던지며 11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2.92 탈삼진 130개 

WHIP 1.04로 위력을 떨쳤다. WHIP 1위, 평균자책점 3위, 이닝 8위. 리그 최다 21번의 퀄리티

 스타트에 성공하며 ‘고퀄스’라는 별명이 붙었다. 고영표의 활약으로 KT도 창단 첫 통합 우승에 성공했다. 

고영표는 “그렇게 좋은 성적을 낼 것이라고 예상 못했다. (군복무를 마치고) 복귀한 지

 얼마 안 돼 걱정 많았는데 막상 시즌을 치르니 몸이 잘 따라줬고, 기대 이상으로 좋은 시즌을 보냈다. 

도쿄 올림픽에서 값진 경험을 한 것도 후반기에 도움이 됐다. 개인적인 커리어와 마운드에서 여유가

좋아졌다”고 돌아봤다. 우승과 함께 연봉도 1억2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두 배 넘게 상승했다. 

올해는 더 큰 꿈을 그린다. 가장 경쟁이 치열한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를 목표로 삼았다. 

지난해 페어플레이상 수상자로 골든글러브 시상식에 참석한 고영표는 “겨울에 시상식을 많이

 다녀봤는데 골든글러브는 각 포지션에 한 명씩 수상하기 때문에 가장 치열하더라. 

올해 좋은 성적을 거둬 골들글러브 시상식에 (수상자로) 참가하고 싶다”는 야심을 드러냈다. 

지난 2017년 KIA 양현종을 제외하면 2014년부터 최근 8년 중 7번이나 외국인 투수들이 

골든글러브를 받았다. 최근 4년 연속 외국인 투수들에게 내준 골든글러브를 고영표가 따낸다면 

토종 투수 자존심을 살릴 수 있다. 그는 “다승, 평균자책점, 탈삼진 모두 욕심이 난다. 

다승은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운이 따라야 한다. 

2점대 평균자책점과 탈삼진 150개를 목표로 잡으려 한다”고 구체적인 수치도 밝혔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 올 시즌부터 시행될 위아래 스트라이크존 확대도 고영표처럼 커맨드

 좋은 투수에게 날개를 달아줄 수 있다. “존이 넓어진다고 하니 기대가 된다. 

투수 입장에서 호재”라고 반긴 고영표는 “(이강철) 감독님도 하이 패스트볼이나 떠오르는 

공을 사용했으면 좋겠다고 하셨다. 시범경기 치르면서 (존을) 체크하고, 

폭넓게 활용할 수 있도록 준비할 생각이다”고 이야기했다. 

지난 2014년 KT 창단 멤버로 입단한 고영표는 팀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성장했다. 

그는 “우리가 우승할 것이라 예상 못했다. 상상만 하던 일이었다”며 “KT만의 색깔로 정상에 섰다.

 우승을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KT만의 즐기는 분위기와 색깔을 잘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 선수들이 끝까지 그런 분위기를 이어가면 계속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고 2연패를 자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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